사귄지 꼭 1년 반만입니다.

저희는 동갑내기이고 인제는 나이도 어리지 않네요.

처음에는 많이 어렸는데 말이죠..

남친은 지금 해외 유학중이고 저는 회사에 다니고 있어요.

남친이 많이 힘이 드는가봐요.

그리고 저도 힘이 들어서 남친을 많이 들들 볶았어요.

원래 한국에 있을적에도 그리 연락을 자주 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꼭 용건이 있지 않고서야 연락을 잘 안 하는 사람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막상 몸이 떨어지게 되니 그 사실이 너무 짜증이 많이 났어요.

남친도 바쁘죠. 공부하랴 알바하랴.. 정신 하나도 없이 바쁘지

게다가 외국이라 시차에 적응 문제도 있고...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제가 너무 이해심이 많이 부족했어요.

그래도 남친이 힘들어할까 노심초사하면서..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저는 잘 해주고 싶어서 이것저것 신경 써 주고 그랬었는데...

남친 역시 이런저런 문제들로 인해 많이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더라구요.

그렇다고 자기 힘든 걸 탁 터놓는 성격도 아니고...

저는 눈치가 좀.. 느린 편이라;; 먼저 말해주지 않으면 잘 모르거든요.

업무 문제에서는 눈치가 빠른 편인데.. 유독 연애에서만큼은 둔해요ㅠㅠ

암튼.. 그러다가 어느 날, 저도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났고

남친 역시 저에게 맞춰주겠답시고 하다하다 지쳤던지...

전화로 25분 동안 통화하다 남친 전화카드가 다 끊기고...

그것도 모자라 메신저로 대화를 했어요.

그런데 남친.. 점점 감정이 격해지는 듯 싶더니, 자기가 너무 힘이 든다고

그만 헤어지자고... 말을 하는거예요.

자기는 그냥 있는 그대로의 제가 좋고, 바라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저는 자기한테 너무 바라는 게 많은 것 같다고.. 자기만으로는 만족을

못하는 것 같다며... 그럴때마다 자기가 너무 바보같고 못난 놈 같답니다.

그래서.. 아직도 저를 너무 많이 사랑하지만 그보다도 너무 힘이 들어서

그만 끝내고 싶다고... 헤어지자고 말을 하더라구요.

회사에서 메신저로 그런 대화를 하려니.. 정말 미치겠더라구요.

하늘이 무너질 것만 같고.. 화가 나고 슬프고 눈물도 나고...

그렇다고 회사 사무실에서 펑펑 울 수도 없고.....

그래서.. 단호하게 물었습니다. 두 번이나요.

그래서 이제는 더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냐구요.

만약에 그렇다고 말한다면 저는 정말로 그를 보내줄 생각이었거든요..

그런데 남친.. 아니랍니다. 아직도 저를 너무 사랑한대요.

너무 사랑해서.. 그 동안 너무 힘들었지만 맞춰주려고 노력했던거라고...

그런데 이제는 자기도 한계라고.. 벼랑 끝에 서 있다고 말하더군요.

미안함과 충격이 범벅이 되어서.. 결국 저도 눈물을 조금씩 흘리기 시작했고

남친에게 울고 있다고 말을 하니.. 울지 말라고,

대신 자기가 울고 있다며.. 태어나서 이렇게 울어보기는 처음이라더군요.

저도.. 처음이었어요. 여태까지 사귀면서 남친 우는 거 단 한 번도 못봤는데..

그런 남자가 지금 펑펑 울고 있다고 하면서.. 너무 울어서 모니터가 흐려서

잘 보이지가 않는다며... 그 말에 저는 이건 좀 아니다 싶었어요.

아직 서로 이렇게나 사랑하는데... 이런 이유로 헤어지는 건 좀 아니다,

내가 노력하겠다.. 변하겠다 그랬더니

남친은 변하지 말래요.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가 없게 되는거라며

저더러 희생하지 말라고.. 그 말에 저는 또 아니라고 그랬어요.

제가 할 수 있는데까지 변하겠노라고.. 만일 그래도 안 된다면

그 때는 진짜로 어쩔 수 없는 것일테니까... 노력하겠다고 약속해줬어요.

그 말에 남친은.. 처음에는 너무 듣고 싶었던 말을 너무 늦게 들은 것 같아

야속한 마음과 슬픈 마음에 더 눈물이 난다며... 계속 늦은 것 같다, 미안하다,

그렇게 말하더니... 나중에 그러더라구요.

이게 좀 결정적이었던건지.. 자기가 그렇게 눈치를 줬는데도 몰랐ㄴㅑㅂ니다.

전화 걸 적마다 제 말에 짜증적으로 반응했었는데.. 몰랐냐더군요.

저도 짜증적이었다는 건 잘 알고 있었죠.. 그래서 저도 그 때마다

전화 받는 말투가 왜 그러냐고 물었었는데.. 그 때마다 아무것도 아니라며

괜찮다고만 대답해서 전 그냥 그런줄로만 알았었어요.

그런데 이제와서 저렇게 말을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었냐, 나 눈치 느린거 모르냐고, 직접적으로 말 안 해주면 난 잘 모른다고

그렇게 말했더니.. 남친이 약간 아차 싶었던건지 어쩐건지 암튼

그제서야 대뜸..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나.. 너 정말 많이 좋아하는 거 알지? 사랑하는 거.

라길래.. 알고 있다고 대답했더니...

그럼 너도 나 많이 사랑하는거지? 라길래 그렇다고 대답했어요.

그랬더니.. 그럼 우리 이제 서로에게 뭘 더 바라지 말고,

뭘 더 해줄 수 있을지만 생각하자고... 그렇게 대답하더군요.

그의 그런 대답에.. 순간 맥이 탁 풀려버리더군요.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암튼 오만 감정이 교차했어요.

남친은 얘기하면서 너무 울었다며 곧 마음을 추스리고는

제게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살짝 웃으면서 목욕하러 가겠다고 나갔죠.

나가기 전에.. 미안해, 그리고 너무 사랑해... 라고 말하더라구요.

저도 그렇게 대답을 했고.. 그리고 그 이후로는 잘 지내고 있어요.

저도 남친에게 더는 이런저런 얘기 안 하고 있고...

남친에게 예전처럼 전화도 걸지 않고 있구요.

남친은 그 날 이후로 매일 메신저에 잠깐이라도 들어와서 말을 걸고

나름 자상하게 잘 대해주려고 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그래도 불안해요.

한 번 헤어지자는 말이 나왔는데.. 것도 남친 입에서 먼저...

왠지.. 이번이 서로에게 마지막 기회 같아요.

이러다가 또 정말 실망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 때는 완전히 끝나버릴 듯...

마치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기분이에요.

처음 사귀기 시작했을적에, 남친이 그랬었어요.

우린 장난으로라도 절대로 헤어지자는 말 하지 말자고...

자기는 절 절대로 놓치지 않을거니, 헤어질거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말라고...

그런데.. 그 때 남친은 제가 첫 여자친구였고

저는 이미 남자친구를 몇 번 사귀어봤던 터라... 그 때는 그냥 웃어넘겼었는데,

그 뒤로 남친은 저를 집안 어르신들께 모두 소개시키기까지 하면서

사실상 부모님께도 인정 받는 공식 커플로 만들어놨어요.

심지어는.. 남친이 저랑 2박 3일로 여행간다는 걸 부모님께 솔직히 말씀드리니

어머님이 잘 다녀오라며 콘돔까지 챙겨주셨을 정도로...

얼마 전 남친 부모님께서 먼저 제게 보고싶다고 연락을 주셔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는데.. 남친이 내년에 자리 좀 잡히면

내년에 결혼하라는 말씀까지 하셨구요.

주변의 친구들도 다들 저희더러 결혼 언제하냐고 묻고는 해요.

그런데.. 전 잘 모르겠어요.

전 결혼하고 싶어요. 남친도 너무 좋고 사랑하구요.

그런데.. 가끔 남친을 모르겠어요. 정말로요.

한 번 저렇게 마음이 떠났다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나요??

아니면 애초부터 제가 붙잡아주길 바라고 저런 말도 했던걸까요???

한 번 헤어지자는 말을 꺼낸 터라 마음이 개운하지가 않아요.

어딘지 찜찜하고.. 남친하고 사귀면서 이렇게까지 조심스러워야 하나 싶고

저도 편하게 대화하고 싶고.. 싸울 일 생기면 싸우더라도 화해는 개운하게

하고 싶은데... 남친이랑 싸우면 매번 화해는 하지만 늘 뒤끝이 있었다는.....

답답하네요. 특히 남자 입에서 먼저 헤어지자는 소리가 나왔다는게요.

지금도 제게 이미 마음이 반쯤은 떠나버린 것 같고...

이제는 헤어져도 전처럼 슬퍼하면서 울지도 않을 것 같고...

저 없어도 잘 살 것 같고.. 예전보다 제 가치가 더 떨어진 것 같아서 슬퍼요.

ㅠㅠ 정말 마음이 많이 복잡하네요.. 휴.

남자 심리 좀 가르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