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황하고 긴 이야기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데 길어지게 되네요..

가을되면서 이런저런 결혼 고민글도 올라오고 하네요...

ㅈㅓ는 결혼뿐만 아니라 회사생활 관련해서 우울증을 갖고 있어요..

2012년 스물여덟에 지금 남친을 만나 서로 아주 좋아했고 결혼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습니다.

남친이 그 무렵 회사를 이직하고, 저도 회사를 그만두고 새 일자리를 찾다가

남친 업계랑 관련된 일을 시작했죠. 남친은 이공계열 엔지니어이고, 저는 그 분야 교육파트에서 일합니다. 남친에게 도움이 될거 같았어요... 또 예전 회사는 격무와 스트레스 때문에 아파서 그만뒀는데, 그때와 달리 과부하에 걸릴만큼 일은 아니라서 오래 다닐 수 있을 거 같더라고요.

그치만 제가 잘 모르는 이공계열이 연관된 일이었고, 남친은 이직해서 바빠 일밖에 모르고지냈고...

제가 그 해에 아주 독한 감기를 얻어서 한 2~3달을 고생했습니다. 일도 사수가 없어 매일 내가 찾아서 해결하고 이쪽 사람들이 좀 많이 개인주의더라고요... 무시도 많이 당하고.. 그 후로 몸이 조금만 안좋아지면 심각하게 걱정하고, 제대로 된 히터가 없어 회사에 불만도 가졌죠.

2013년 스물아홉이 되면서 결혼을 진지하게 계획해보려고 했으나 남친은 대리, 과장 달고 결혼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우더라고요...그전까지와 말이 달라지더라고요...어느 정도 이해도 갔지만 대리 과장 달려면 3~5년은 기본으로 걸리는데 그럼 제 나이도 점점 들잖아요.

그래서 그럼 내가 막다른 선택을 해도 후회안할거냐니까 어쩔 수 없다라는 식의 대답을 하더군요... 일을 우선해서 말도 않고 저와 약속을 깨는 등 여러 가지로 섭섭한 일도 있었고요...그때부터 믿음은 조금씩 옅어진 거 같아요...

미래에 대한 불확실과 일에만 몰두하는 남친, 그리고 불만스러운 회사생활, 안좋은 몸상태... 여러가지로 쌓이면서 마음에 감기에 들더라고요... 한 2년전부터 우울증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친구들은 줄줄이 결혼해서 마음 터놓을 사람도 줄어들고요...

어영부영 사귀다 올해 되어서는 각자 부모님께 인사드리는 것까지 마치고 상견례는 아직인데요.

제가 뒤끝이 있는건지... 남친에 대한 기대감도 믿음도 옅어져서 이젠 이 사람에게 이별로 내 상처를 갚고 싶습니다. 결혼해도 제가 희생하고 살아갈 것 같아요. 남친에게 도움되려고 이쪽분야로 일을 시작했고, 크고 작게 도움을 줬지만 그닥 고마워하지도 않고요, 되려 제 월급 작다고 뭐라고 하네요... 지금 서른이라도 늦게나마 내 커리어, 더 나은 연봉을 찾아 이직을 할까 생각도 들고...

20대까지만 해도 여자는 결혼하면 직장생활과 출산&육아, 집안일 때문에 좀 수월한 직장을 다녀야 균형있다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돌아보니 그게 희생같네요. 그리고 그 희생을 고마워할 사람, 인정할 사람 아무도 없고.. 단지 통장에 찍히는 월급금액에 따라 달라지는 시선들... 능력있어야 자신있게 결혼한다, 능력있음 결혼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이런 생각이 드네요...

고민 계속하면서 과감하게 지르지 못하는 제 자신에게 실망이 크고...

남친은 이제 인생의 반려자라는 시선으로 보이지가 않습니다. 그냥 자주 만나는 친구 같아요... 남친은 반대로 저를 믿고 내년에 꼭 결혼하자고 하는데, 서로 마음에 타이밍이 다른 것 같아요.

몸이 조금만 안좋아도 근심이 크고, 맘속에 우울증이 이렇게 큰데 내가 무슨 가정을 꾸리고 엄마가 되어 애를 잘 키울 수 있겠냐 싶은 생각만 듭니다. 저 이대로 괜찮을까요... 재미없고 긴 이야기 봐주셔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