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이야길 들어보면,

갱년기가 와서 힘들다보니, 온 가족들이 친구 눈치보랴. 친구 건강챙기랴 바쁘다는데

울집은 남편이 갱년기에 접어들어. 유독 내가 힘들다.

세상 무서울게 없던 남편이가 눈물도 많고, 원래 술을 좋아하던 이가 술을 하루라도 안 마시면

잠을 못잔다.

에효. 난 정말 저런 삶이 싫은데

나도 물론 떨어지는 꽃들을 보고 서글퍼 눈물을 흘리던 때가 있었다.

그래도 나름 나 자신을 독려하며 마음을 다잡고, 바쁨에 나 자신을 내던졌다.

그리고, 세아이 케어하랴, 남편 케어하랴, 직장다니랴, 그래서 나는 갱년기 티를 남들보다 덜 냈어야 했다.

지난 봄이었던가? 어느날 초등 남친이랑 커피한잔 하믄서

이야기를 하다가 눈물을 보였다. 그게 나의 갱년기 징후 처음이자 마지막 표현일거다 남들에게 보이는

이런 나에게 남편의 무너진 모습을 보고, 짜증에 쩔어 있는 남편을 보자니, 마구마구 화가 치민다.

몸도 쇠약해질대로 나빠진 남편을 보다못해, 방문케어를 하는 후배에게 부탁을 했다.

만성질환을 담당하는 후배가 혈액채취며, 혈당체크, 혈압체크를 하고는 놀라서 전화를 했다.

심각하단다. 술담배를 줄이지 않는 남편에겐 당연한걸지도..

동갑내기 남편인데, 나보담 열살은 더 들어보인다.

오늘 아침에 직접 자기를 찾아오란다. 해서, 후배에게 가서, 다시 재검을 하고, 수치를 갖고 의사와 상담을 했다.

그리고 정신과전문의를 찾아가 상담도 받았다.

남편이가 우울증 정도가 심하다고 한다.

요즘 경기침체도 한몫을 했을터이고, 정신과전문의선생님께서 내게 상담결과를 전화로 알려왔다.

예민해진 남편에게 최대한 배려를 하란다. 자녀들에게도 일러주고,

남편이가 요 시기만 잘 넘기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거란다.

애들 셋을 키워도 사춘기를 모르고 잘도 자라주었는데

남편이가 신혼때도 젊은 혈기로 나를 힘들게 하더니

이제 갱년기라는 과도기에 나를 힘들게 하는구나.

나도 가끔 외롭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는 누구에게 기대야하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