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렇게 상담글(?)을 남기는 건 처음이네요.

친구, 지인들에게 상담해도 되지만,, 그런거 있잖아요. 그래도 좀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조언좀 얻을까 해서요.

 

2013년 11월 제가 취미로 운동 동호회를 처음으로 나가게 되었어요.

동호회 활동이 처음이라 그때는 정신없이 재밌기만 했던 것 같네요.

당시 남친과는 안면있는 정도였고, 두번 술자리에서 저에게 첫눈에 호감이 갔었다는 말만 들었었어요.

술자리에서 그러니 그러려니 지내다가 6개월 지났을 때 우연히 둘이 남아 얘기하다가

제가 자기한테 너무 관심없어서 포기했다는 얘길 하더라구요.

저는 저한테 직접적으로 좋아한다고 얘기한 적도 없지 않느냐고, 오빠가 싫고 좋고 없다고.

남자로 보이기는 했었다고 했더니 그럼 자기를 한번 봐달라고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지켜봐달라고 하면서

시작됐어요.

 

사귀기 전부터 '이 사람이 되~~게 좋은 사람은 아니구나'라는 걸 느끼긴 했었어요.

사람들 많은 채팅방에서 갑툭튀 맥커터 등 굉장히 노멀하진 않았거든요.

그래도 사귄 이유는 처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속도 깊은 것 같고, 자기를 지켜보라 하니까

뭔가 큰게 나오려나 싶었죠.

저도 연애를 오래 쉬었었어요. 자의든 타의든.. 남자를 소개받아도, 어떤 남자가 저 좋다고 해도

호감이 안생기더라고요. 사겨보고 싶다 사겨도 뭐.. 괜찮겠다 이런 느낌이 전혀 없었어요.

한 5년정도?

그런데 이 사람은 사겨봐도 되겠다.. 싶었어요. 그 느낌이 있더라구요.

사귀고 나서부터 사람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사귄지 한달만에 약간 파악했던 것 같아요.

타인에 대한 공감없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날이 서있고, 다복한 가정에서 자라지 않았고,

10~20대를 지금보다 더 거칠게 살아왔고, 뭐 그러저러한 모든 복합적인 것들로

이 사람이 좋은(그냥 일반적으로 둥글둥글)사람은 아니구나 깨달았죠.

점점 제가 요구하는게 많아졌어요.

 

말 끝에 붙는 아~ 혹은 씨~ 이런 듣기 싫은 말 붙이지 말라고,

말투가 되게 듣기 싫게 그런거.

 

그리고 우리 둘 아닌 타인에 대해 얘기하면 무조건 부정, 따지기, 좋게 말하지 않는 거 그런 것도,

세상 혼자 사는거 아니고 나만 잘난거 아니니 남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그리고 이 말, 이런 단어를 쓸 때 상대방이 어떻게 느낄지 생각하고 말을 하라고.

자기는 이런말 들어도 아~무 상관이 없으니까 상대방에게 해도 아무렇지 않을거라고 단정짓고

그냥 생각나는대로 말을 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그것 좀 고치라고.

 

보통 대화할 때 거슬리지 않고 부드러운 대화스타일 있잖아요.

그냥 그걸 원하는 거였어요.

 

남친이 아니고 그냥 옆에 아는 사람으로 대화를 한다면 "쟤 뭐야" 이러면서 말끝마다 쏴 붙였을거에요.

그래도 남친이니까 처음에는 좋게 좋게 말하다가 이게 뼛속깊이 박혀 있는 사상 가치관이다보니

그 단어 몇개 쓰지 말란다고 전체 대화가 바뀌는 건 아니더라구요.

 

남녀가 만나면서 대화가 잘 되야 그 다음 그다음 그 뭔가 그 다음 단계를 밟아갈텐데,

대화를 오래하면 굉장히 답답해져요.

 

안좋은 버릇, 안좋은 말투, 안좋은 생각 고쳐보겠다고, 착해져보겠다고 노력 많이 하겠다고 하고

한 반년쯤 지났을까요.

그도 더이상 못버티겠던지 술먹고 제가 화를 냈더니 헤어지자고 하더라구요.

 

저도 헤어지는걸 100번 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남을 존중할 줄 모르는 남자 만나서 내가 행복할 것 같지 않았거든요.

헤어져야지, 헤어져야지... 생각은 했어도 그게 명확한 이유를 대기가 힘들었어요.

 

그렇게 참다참다 그날이 왔고, 며칠 지나고 제가 못참아 연락해서 여차저차 얘기하다가

오빠도 나때문에 숨막혔겠구나 생각하고 다시 만나기로 했어요.

이제 내가 관심을 끊어줄게. 속으로 이런 칼을 갈면서.

 

다 ~~ 마음대로 하고 살라고.

늦게까지 일하고 와서 운동하러 갔다가 운동 끝나면 새벽 2~3시고 그때 자서 개피곤하니

아침에 지각하고. 너무 늦게 끝나면 운동가지 말랬는데 자기가 원하는거니까 그렇게 한대요.

그래서 그러라고 했죠.

 

자기애가 너무 강하고 잘난척을 너무 잘하고 우쭐대는거 너무 좋아하고,

그러면서 타인은 무시하고, 이게 머릿속에 박혀 있는 것 같아요.

 

 

저와 생각이 아주 똑같아 달라는게 아니에요.

타인에 대한 진심어린 배려와 존중이 얼마나 중요한건지 알았으면 해요.

이게 38살 먹은 남자가 해결이 될까요?

 

제가 그동안 오빠가 말 잘못, 제가 너무 기분나빴던 사례가 있을때마다 다투고 얘기하고

그건 상대방을 무시하는 말로 들린다. 말하는 본인 의도는 그게 아닐지라도 듣는 사람이

기분 나쁘면 나쁜거다.

처음에는 "난 그런 소리 들어도 기분 안나빠. 근데 너는 왜 기분이 나빠?" 이런 논리로

엄청 다퉜어요. 그러다 결론 낸게 내가 기분나쁘면 화부터 내지 않겠다, 기분이 안좋다 이성적으로 말할테니

바로 인정하고 그때 자기 변명이든 뭐든 하라고 했어요.

그게 쉽지가 않네요.

 

어제는 점심에 통화를 하는데, 기분이 좋은지 뭔가 붕 떠있는거 같더라구요.

일상적인 얘기를 하다가

제가 요즘 골반이 비틀어져서 체형교정도 받기 시작했고, 요가도 열심히 다시 하려는 그런 상황이었는데

"아주 환자 수준이네. 첨에 얼굴 이쁘다고 그거에 속아서 만났는데, 알고 보니 환자 수준이야. 아이고"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거에요.

마음 넓으신 분들은 이런 얘기 들어도 아무렇지 않으신가요?

저는 기분이 상하더라구요.

내가 이래저래 아파서 열심히 고쳐보려고 하고 있는데, 괜찮다고 열심히 받으면 될거라는 응원은

못해줄망정, 몸이 이럴줄은 몰랐다고 하는 식으로 말을 하더라구요.

 

왜 환자라고 하냐고, 그랬더니 자기가 언제 환자라고 했냐고 환자 수준이라고 했지.

이말만 계속해요. 그래서 기분 안좋다고 전화를 끊었는데.

밤 9시 넘어서 한다는 말이 톡으로

배아파 똥싸야겠어. 이 말이에요.

 

장난반 진담반으로 보낸거 알아요.

 

그런데 아까 그렇게 전화를 끊었으면 입 대빨 나왔다는거 알면서 드러운 똥 얘기로 해야했냐구요.

 

그래서 드럽게 왜 나한테 똥얘기를 하냐고 했더니,

 

무서워서 말도 못하겠다면서 자기도 톡으로 약간 짜증을 내더라구요.

그렇게 시작된 카톡 전쟁.

 

저는 지난 1년간 매번 반복되는 배려, 존중없는 말들로 화를 내고 있고,

오빠는 저보고 자기를 얼마나 개무시하면 그럴 수 있냐고, 제가 자기를 너무 무시한데요.

평소에 하는 행동도 그렇고 자기가 무시당하는 느낌이 든데요.

서로 상처주는 말만 하고 자기 상처 아픈것만 내세우고 우리 둘다 아주 이기적이라고

거의 왜 만나는지에 대해 .. 한명이 헤어지자 마음먹으면 금방 헤어질 것 같은 그런 거였어요.

 

이 남자 되게 평범하지 않거든요.

사회에서 누굴 밟아야 자기가 살아남는다고 지독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자존심도 엄청 센거 같은데 저한테 자존심 부려놓고 자존심 부리는게 아니래요.

 

왜 너는 다른 사람들한테는 잘하면서 남자친구한테는 잘 안해주냐고 해요.

그래서 저는 말했죠.

제가 왜 다른 사람들한테 잘하는지 아냐고. 다른 사람들이 잘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하는거라고.

그게 남친이기 때문에 잘하지 않음에도 다 이해하고 그러려니 넘어갈 수 있는 테레사 아니라고.

 

 

가정환경을 들먹이자면 저도 좋은 환경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성인이 되서 스스로 깨닫고 깨우치자 해서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건지

생각도 많이 하고 살아요. 실천이 어렵지만요.

남자친구 외동아들에 20세에 부모님 이혼하시고 아버지랑 둘이 살아요.

제가 보기엔 20대 중후반에 몇번 사겨보고 그동안 여친도 없던것 같아요.

그동안 여친은 항상 자기에게 맞춰서 저같이 이런거 가지고 따지는 사람이 없었데요.

어렸을때 애착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저와 이런 트러블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

성격차이인 것 같기도 해요.

 

저도 나이가 35세라 당장 결혼을 하고 싶고 해야할 나이에요.

그런데 이 사람과 결혼하면 행복할까 생각하면 행복할 것 같진 않아요.

매번 매사 트러블에 저런식으로 대응하면 저는 저도 부족한 사람이기때문에

무조건 헤어질 생각만 할 것 같거든요.

 

자기 불쌍한 사람이니 자기 보듬어주고 자기 사랑해주고 사랑좀 느끼게 해주고,

너가 이해해주고, 그러래요. 자기도 노력은 하겠다고.

 

 

처음 이 사람과 만날 때 우리 둘을 아는 몇명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 대부분이 이 오빠 만나지 말라는 의견이 많았어요.

제가 아까 말했던 일반적인 좋은 사람으로 비춰지지 않거든요.

술먹고 옛날에 싸웠던 얘기들을 하니 누가 좋아했겠어요.

처음 오빠를 본 날 우연히 제 앞에 앉게 되었는데,

그때 자기 월급을 말했던 것 같아요.

쫌 벌긴 하네. 근데 잘난척을 하는것 같아서 겁나 톡톡 쏴댔거든요.

언론사가 어쩌고 저쩌고 신문이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나 J다니는데요? 말에 가시를 박아 얘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여하튼 그렇게 남친과 1년 조금 넘게 사귀고 있습니다.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이요.

바뀔까요, 아님 제가 바뀔까요, 아님 이런 사람은 안만나는게 상책인가요.

 

연애는 그냥 그렇게 흘려들을 수 있다고 치지만, 결혼은 그게 아니잖아요.

더 사소한 상황상황이 발생할텐데 그때마다 그런 말이 언제 튀어나올지도 모르고

저 뿐 아니라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미칠거 같고.

 

어록집을 만들어야 하는데.

시간이 지나서 다 까먹어서 사례를 몇개 들지 못하겠네요.

정말 열받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서......

 

 

 

글이 길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