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7살, 남친은 31살

결혼을 전제로 신중히 만나고 있는 커플입니다.  

남친과 연애하며 참 행복하지만 가끔씩 남친이 감정기복이 심해질때면 좀 힘이 듭니다.ㅠ 

저는 천성적으로 누군가를 챙겨주는 걸 좋아해요. 

가족이나 친구들도 모두 정많고 다정다감한 것이 저의 최고 장점이라고 말하고 있구요. 

성격은 비교적 안정적이고 감정기복이 별로 없는 편이에요. 왠만해서는 상처도 잘 안받고 외로움도 잘 안타는 성격인 것 같구요.  

지금까지 살면서 다른 사람과 크게 부딪히거나, 크게 화가 나본 적도 없고 누군가에게 미움받거나 제가 누군가를 미워해본 적도 별로 없이 그냥 웃으며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왔습니다. 

집안 환경도 크게 부유하진 않았어도 성품 좋으신 부모님 밑에서 사랑받으며 자라온 편이구요. 왠만한 일들은 긍정적으로 웃으며 넘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반면 남친은 어렸을 때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혼자 되신 아버님 밑에서 외동아들로 자라와서인지 외로움도 많이 타고 부정적이고 감정기복이 심한 편이에요. 

스스로도 감정기복 심한 걸 잘 알고 있고 그래서 가끔 '나랑 연애하기 힘들지?' 하며 저한테 많이 미안해합니다. 

성격적인 부분외에 다른 모든 면에 있어서는 남친은 저에게 신뢰를 줘요. 여자문제 깔끔하고 늘 성실히 회사생활 잘하고 상황모면용 거짓말 같은건 전혀 하지 않고 도덕적이고 한번 싸우고 따끔하게 이야기가 된 부분은 두 번 잘못하지 않고 등등.. 다른 모든 면에서 믿음을 줍니다. 또 대화가 잘 통하고 남친이 가지고 있는 인생가치관은 정말 제가 마음 속 깊이 존경하고 있는 부분이구요. 그래서 비록 조건은 저보다 조금 안 좋을지라도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한번씩 남친이 감정기복이 심해질때면 좀 힘드네요.

남친은 가끔 아무 이유없이 우울해지고 짜증이 납니다. 

처음엔 회사에서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나 했는데 그게 아니라 그냥 아무이유없이 짜증이 나는 거라더군요. 그럴때는 밥먹을때도 짜증나고 출퇴근하는 것도 짜증나고 누굴 만나도 짜증이 나고 그런대요.    

이럴때마다 제가 무슨 말을 해도 살살 비꼬아 받아치는데 뭘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냅두면 남자친구가 화가 났는데도 풀어줄 줄 모르는 센스없는 여친이라고 막 뭐라고 하고, 

달래주려고 되지도 않는 애교부리며 장난을 치면 통하기는 커녕 여전히 계속 싸하게 비꼬아 대니 지치고, 그래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면 한숨쉰다고 또 뭐라고 하고... 아주 죽겠네요 ㅠㅠ 

또 왜 여자들은 가끔 남친에게 귀여운 투정부리고 싶을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제 남친한데 그런 투정 절대 못부립니다. 

장난으로 몇 번 부렸다가 오히려 남친이 같이 삐져버리는 바람에 화풀어주느라 죽는 줄 알았거든요.

같이 차를 타고 가다가 잠깐이라도 창밖 풍경이나 차에서 나오는 노래에 집중하면 자기한테 집중안했다고 삐지는 속좁은 남친인데.. 투정은 무슨.. ㅎㅎ 

평소엔 정말 다정하고 애정표현도 잘하고 유머러스하고 좋은 사람인데 

꼭 여자들 마법하는 날처럼 한달에 한두번씩은 속을 뒤집어 놓는 남친.. 어쩌면 좋을까요.. 

사실 남친의 이런 성격 알고 시작하긴 했어요. 그래도 전 자신 있었거든요. 남친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못 맞춰줄 사람은 없다. 사랑을 주면 변할 꺼다.    

그런데 이게 단순한 친구관계가 아니라 연인관계다 보니 자꾸만 기대하는 게 생기고, 그러다보니 쿨해지지 못하고 남친 행동 말투 하나하나가 다 서운해지고 그러네요.ㅠ  

엄마가 막 투정부리고 화내도 허허 거리며 다 받아주는 아빠를 보며 자라서인지 솔직히 제 남친도 우리아빠처럼 조금만 마음이 넓었으면 싶고 그래요.  

 

그래도 하나 위안 삼는 건 남친이 저를 만나고 지금 엄청나게 좋아진 거래요. 예전엔 훨씬 더 심했었다 하더라구요.  

저를 만나면서 자기자신이 조금씩 긍정적으로 바뀌어 가고, 저한테 좀 더 멋진 남자가 되고 싶어 회사에서도 더 노력하게 된다면서 스스로 좋은 방향으로 바뀌는 게 느껴져 좋다는 남친.. 밉지만 어떡하겠어요. 내 팔자려니 하고 조금씩 개조시키며 살아야죠.ㅠㅠ

지난달에는 참다참다 못 참겠어서 앞으로 나랑 계속 만나려면 지금 이순간 감사할 수 있는 이유 매일매일 3개씩 적으라고 숙제를 내줬어요. 적을게 없으면 하다 못해 오늘 하루 주머니에 밥먹을 돈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같은거라도 적으라구요.  

그랬더니 잘하고 있는 거 같긴한데... (시키는 건 뭐든 잘하긴 합니다 ㅎ) 으이구.. 속 터지네요 아주.. ㅠㅠ   

속 좁고 부정적이고 잘 삐지는 남친.. 그래도 언젠간 긍정적이고 마음 넓고 푸근한 모습으로 변하겠죠? 에휴.. 아직 결혼도 안했는데 벌써 아들키우는 마음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