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올해 28인 새내기 주부입니다. 결혼한지 1년도 채 안 되었어요. ㅋ
얼마 전 결혼식을 다녀왔지요.
결혼하고 나서도 주욱~ 공부중이라 평소에도 잘 꾸미고 다니진 않는 편이에요.
학교 다닐때도 맨날 밤새는 빡센 전공출신이라 그닥 유별나게 꾸미고 다니진 못했구요.
현재도 특별한 날이 있거나 신랑하고 데이트, 장 보러 갈 때 그럴 때나 예쁜 옷 입고 화장하고 갑니다. ㅋ


여튼 간만에 있는 결혼식장에서 반가운 얼굴들도 보고 오랜만에 기분전환도 하고 참 좋았어요.
결혼하고나서 공부하시는 분들은 아실 거에요. 살림도 하면서 공부한다는 게 쉽지가 않다는 것을.
물론 성심성의껏 신랑이 도와주긴 하지만 그것도 여자들한테는 성에 안차죠. ㅎ
게다가 결혼식 전날 감기기운 때문에 아파서 화장을 해도 칙칙하더라구요. 제가 봐도. ㅋㅋㅋㅋㅋ


문제는 결혼식이 끝나고 난 이후였습니다.
요새는 결혼을 늦게 하는 편이잖아요.
그 날 결혼하는 신부도 신랑이랑 8살 차이였는데, 신부친구들이 다 어리더라구요.
넘 귀여운 아가씨들 ^^ 이쁘지요?
그래서 신랑친구인 우리 여자들끼리(학교 다닐 때 같은 동아리였던)
이러쿵저러쿵 술자리를 가지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저렇게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고생길이 훤하다는 둥,
진짜 남편이 공주처럼 받들면서 살아야 한다는 둥,
이것저것 사회 경험도 못해보고 결혼해서 불쌍하다는 둥.....
여자들끼리의 대화에서 어린 신부에 대해 이런 이야기까지도 나왔어요.
물론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죠. 못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 다음 화제가 바로 '저'였습니다.
그 전에 우리 동아리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를 할게요.
저희 동아리가 철학이나 사회과학 이런 거 공부하는 동아리였거든요.
그래서 사회과학 서적같은 거 돌려보면서 토론도 하고,
학교 내 비합리적인 문제에 대해서 문제제기도 하고,
시민단체랑 연대해서 사회적 활동도 하는 진보적인 모임이었답니다.
학교 다닐 때는 우리사회의 여성의 삶이나 평등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토론도 많이 했었지요. ^^
(그런 거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은 하지 않아요. 젊은이들이 깨어야 하는 건 맞는 거니까...)


여튼,
신부나이 어린 걸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제 이야기를 하면서.
저를 두고 27에 결혼해서 사회경험도 많이 못해봐서 불쌍하다는 둥(지금도 공부를 하는 중이니까), 또 부페에서 신랑이 접시에 음식을 떠서 안 갖다준다는 둥(지들은 남친교육을 어찌나 잘 시켰는지 가만히 앉아서 뭐 뭐 떠와라 시키더라구요.), 또 신랑이 가방을 안 들어준다는 둥(임신한 것도 아닌데 신랑이 가방을 왜 들어줍니까? 참나!), 명절에 시댁에서만 명절을 지내는 게 비합리적이라는 둥(자기들은 나중에 결혼하면 설날 하고 추석 때 시댁, 친정 한번씩 번갈아가면서 할거라고 하더라구요...)
이외에도 수없이... #$%$3%&%^*

일단 일차적으로 저를 앞에 두고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게 기분이 나빴고,
이차적으로는 학교 다닐 때 여성평등 부르짖었던 게 사회나가서는 저렇게 겉멋만 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삼차적으로는 남의 가정사에 함부로 이러쿵저러쿵 한다는 게 기분나빴구요.

물론 27살에 결혼한 거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도 있었고,
결혼 앞두고 고민도 했지만,
그리고 현재도 공부땜에 힘들 때 가끔은 신랑이 미워죽겠고,
내가 만약 결혼을 안 한 미스였다면 조금은 더 자유로웠겠지.... 하는 생각도 하지만.
그래도 현재의 삶에 저는 만족합니다.
농사지으시는 경상도 시부모님이 우리세대보다 보수적인 건 맞지만
진심으로 저희를 생각해 주시는 것에 감사하고,
무뚝뚝한 경상도 사내인 울 신랑이 나긋나긋하지는 않지만
성심성의껏 나를 위하려고 하는 게 느껴지고,
피임에 조심하는 요즘 어쩌다가 갑작스럽게 아이가 생겨도
저는 하늘이 주신거라 생각하고 감사하고 키울 생각입니다.

물론 결혼과 시댁에 대한 가치관은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자기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산다고 해서 마치 '구시대적 사고를 지닌 답답한 인간'으로 치부해버리는 그 대화들이.
일방적으로 저를 불쌍한 인간으로 몰아부치는 그 시선들이.
결혼이란 막상 살아보면 뭐든 내 맘대로 할 수만은 없는 거다~
하는 말도 변명으로밖에 안 받아들이는 그 고집들이.
저는 참으로 불쾌했습니다. 화장실 가 있는 신랑한테도 몹시 미안했구요.

저를 많이 생각하고 아꼈던 친구들은 맞는데
저런 식으로 정떨어지게, 또는 철없게 이야기를 하니 다신 얼굴도 보기 싫더라구요.
결혼하신 분들은 저랑 비슷한 경험 없으시나요?
이렇게라도 해서 친구들 꼴보기 싫은 감정 여기다 풀어놓고 가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