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스물세살, 제 남자친구는 서른살입니다

네, 일곱살 차이죠

지인의 소개로 만난지 지금 5개월 들어갑니다

일곱살... 꽤 적지 않은 나이 차이 때문에 시작도 조심스러웠지만...


5개월 동안 만나면서 여러 일들이 있었습니다

행복한 순간들도 있었고 사소한 오해 때문에 조금 다투었던 적도 있었고...

제 부모님이 알게 되셔서 크게 반대하신 적도 있었구요

다행이 지금은 서로가 공부와 일에 지장 없이 건전하게 만나는 것을 이해해 주시고

엄마께서는 가끔 제 연애 상담도 해주세요 ㅋ


저희는 자주 만나지 못합니다

서로 집이 좀 멀기도 하고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긴 하지만 한 시간 정도 거리에요)

또 저도 학교 일들도 있고 남자 친구는 회사 일 때문에도 그렇구요 ㅠ

일단 제가 졸업 반이라서 졸업 논문 때문에 한창 바쁘기도 하고 또 곧 유학을 계획중이라...

(처음 만날 때부터 제 유학은 정해져 있었고 남자친구도 그걸 알면서도 사귀자고 하더군요)

남자친구는 남자친구대로 회사 일도 너무 바쁘고...

학교 선배에게 남자친구가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 연락도 제대로 못한다고,

그게 너무 속상하다고 조금 징징(!)거렸더니 그 선배가 그러더군요

남자친구라고 그러고 싶어서 그러겠냐고... 그게 어쩔 수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하아 ㅋ

네, 저도 알아요... 이해는 하지만, 속상하고 섭섭하고 서운한건 어떻게 할 수 없더라구요...

남자친구는 한 번 일 시작하면 통화도 제대로 못합니다

당연히 만나는 것도 힘들구요, 문자도 하루에 한두통 정도...

통화는 3-4일에 한 번정도 하는데 그것도 5분도 채 안되서 끊어야 합니다 ㅠ

지금 못 만난지 한... 3주쯤 된 것 같아요...

그렇다고 지금까지 남자친구한테 서운하거나 투정부린 적 한 번도 없습니다

일주일에 3일 이상 야근은 기본이고, 어쩌다 집에 가도 3-4시간밖에 못 자고 다시 출근...

데이트 약속을 취소하면서 남자친구도 미안해 하는데...

제가 거기서 또 서운하다고 내색을 하면 그럴 수 밖에 없는 오빠 마음은 더 안 좋겠지, 싶어서 그냥 "에잉... 괜찮아, 괜찮아! 다음에 오빠 일 끝나고 좀 한가해지면 여기저기 더 다니자!" 그러고 말아요

물론 그럴 때마다 저는 너무너무 아쉽고 섭섭하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다고 주위 친구 커플들하고 비교하거나 그러진 않습니다

제가 좀 생각이... 애늙은이라서... 사람마다 서로 주어진 게 다르니까요 ㅎㅎㅎ


남자친구를 만나고 함께 있으면 그 사람 말투, 몸짓, 눈빛 하나하나에서 '아, 이 사람이 날 정말로 사랑하는구나'하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또 일하느라 힘들어도 저한테 많이 노력한다는 것도 알 수 있구요

다만 지금 남자친구 상황도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 때문에...

아버지도 많이 아프시고, 또 남자친구가 여동생이 있는데 그 분(여동생)께서 아직 철이 덜 들은...

여동생 때문에 작년 말에는 경찰서를 왔다갔다 했다네요....................

지금 부모님께서는 다른 지방에 계시고 남자친구는 지금 여동생이랑 둘이 살고 있는데,

여동생이 직장도 없고... 그냥 오빠가 벌어오는 돈으로 집에서 놀고 있어요...


며칠 전에 엄마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남자친구 이야기를 했습니다

엄마께서 가만히 들으시곤 그러시더라구요,

'니 남자친구가... 너에 대한 마음이 변했다기 보다는 이래저래 일에 치이고 또 가족 사정도 있고 해서 삶에 지친 것 같다'


게다가 엄마께서 또,

'그리고 니 남자친구는 나이도 있잖아

그 나이에 마냥 연애만 하면서 좋아할 나이도 아니고 미래에 대한 생각도 많이 들 거고...

여동생이 그러고 있는데 어떻게 책임감이 안 들겠니? 아마 많이 힘든 상황일 거야'

그러시더라구요...


으으... 그 말을 들으니까 남자친구가 안쓰럽기도 하고...


저는 이제 어떡해야 할까요?

남자친구와의 사랑이 힘들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다만 난 이제 이 사람 옆에서 뭘 어떡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오빠한테 문자 답장이 없어도 그냥 혼자 문자하고 그러거든요


- 일하느라 힘들지? 기운내! ^^

- 오늘 과외하는 학생이 갑자기 수업 취소했어, 짜증나 ㅠㅠ

- 오빠가 좋아하는 비 온다! 지금 조금씩 빗방울 떨어져!


이게 오늘 하루 오빠한테 보낸 문자네요 ㅋ

그 중에 오빠가 답장해준건~ 첫 번째 문자...

기운내라고 보낸 문자에 고맙다고, 지금 힘내고 있어! 하고 오더라구요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듭니다

저는 곧 유학을 갈 거고... 그렇게 되면 혹시 오빠가 저 떠나고 나면 너무 힘들까봐 나한테 너무 정을 붙이지 않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근데 또 저는 방학 때면 한국에 꼭 한번씩 올 거고 또 오빠도 휴가 받으면 꼭 놀러 온다고 했구요

서로 장거리 연애나 떨어져 있고 그런 거에 관해서는 이야기를 충분히 나눈 상태입니다


근데 정말 궁금한건... 왜 남자친구는 저한테 아무 말도 안해주는 걸까요?

사랑한다는 말도... 심지어는 보고싶다는 말도 해주지 않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실 저도 그렇게 표현하는 거에 익숙치 않지만......

바쁘고 잠잘 시간도 없는 사람한테 보고싶다고 표현하는 것조차 부담 될까봐 조심스럽고...


얼마 전에는 이런 제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편지를 써서 건네줬습니다

직접 만나기엔 시간이 없어서 제가 써서 오빠네 집으로 부쳤어요 ㅋㅋㅋ

(우체국 참으로 오랜만에 가본듯...)


편지 내용은 대충...

나는 오빠를 정말 많이 좋아하고 오빠 일하면 다른 곳에 신경 쓸 여유 없을 정도로 정신 없이 바쁜 거 안다,

이해하지만 그래고 가끔은 조금 서운할 때도 있다고,

보고싶다는 말을 하는 것도 오빠한테 부담이 될까봐 늘 표현 못하고 속으로만 생각한다고...

그래고 가끔은 오빠의 마음을 알고 싶다고 말했어요

오빠는 늘 아무 말도 해주지 않으니까 가끔 섭섭하기도 하고 궁금할 때도 있다고...


아직까지 그 편지에 대한 다른 말은 없네요...

오빠도 생각이 깊고 신중한 편이라 아마 자기 나름대로 생각중이겠죠


그래도 일단 제 마음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하고 나니까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이제 오빠가 어떤 말을 해도 그냥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고마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빠의 마음, 진심만 알 수 있다면 제 마음이 더 홀가분 해지겠죠


서로 헤어질 생각이 없다는 건 확신합니다

하지만 저는 다만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혹시 이런 경험 해보신 분들 있나요?

조언 좀 부탁 드립니다!


삶에 지친 남자친구... 저는 그 곁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