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희는 4살차이인데 사내커플로 만나
1년 3개월 정도 사귀었습니다..

남친이 소심하고 말없는 성격이라 제대로 연애를 하는 게 제가 처음이더라구요..
정말 순수하고 착한 사람입니다.
취미도 농담스타일도 심지어 생긴것도 너무 비슷해서
지나가던 옷가게 주인이 쌍둥이냐고 물을 정도로..
저희 그렇게 사랑합니다..

그런데 제가 활기차보일 때도 있고 애교있게 할땐 하는 편이라
우울증이 심해서 병원치료 받는 걸 사귄지 두세달 정도 됐을 때
조심스레 털어놓으니 엄청 놀래더라구요..
자신도 오래전에 조울증 진단을 받았지만 제가 그럴 줄은 상상도 못했대요
놀랬지만 마음 가라앉히고 보니 오히려 서로에게 지지대가 되 줄 수 있을 거 같아서 좋았다고 하더라구요...


우울증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정말 먼지만큼 사소한 일에 너무 예민하게
분노하고 불같이 화내서 남친이 그동안 너무 힘들어했습니다..

헤어져야 되나 그런 마음을 저 몰래 밤새 생각했다고 하는데
그러기엔 우리 둘다 정도 많이 들고, 코드도 맞고, 힘든것보단 사랑하는 마음이 커서
자신이 저를 믿고 기다려주면 저도 제 성격을 서서히 고쳐나가리라 생각했나봐요ㅠ

근데 저는 계속 기대하기만하고 제 스스로의 모습이 남친한테 너무 부끄럽고
제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이 순간적으로 확 화를 내는게 너무너무너무 미안했어요
그래서 우리 도저히 이대로는 안되겠다... 오빠 너무 힘들게 하는 거 같고
오빠도 내가 원하는 걸 잘 모르는 거 같은데 1년동안 매일매일 만나다 보니
맨날 같이 붙어있어서 못보는 거 아니겠냐.. 우리 조금 시간을 갖고 조금 변해보자..
그런 말을 했죠..

오빠는 이러더라구요...
나 너 정말 많이 사랑하는 거 너도 알거야..
근데 1년동안 나때문에 니가 너무 힘들어하는걸 봐왔는데
이런 모습으로 다시 너한테 돌아가고 싶진 않다..
문제가 뭔지 알고, 그걸 고치는 과정을 거쳐, 제대로 변해서 돌아가야지
흐지부지 보고싶단 마음으로 다시 만나면 1년동안 그랬던거 안바뀐다..
독하게 마음먹었으니까 너도 독하게 마음먹으라고....
기다리려면 기다려라. 만약에 내가 돌아가면 너랑 결혼할 마음으로 돌아가는 거고
결국 못 돌아가면 그냥 그대로 헤어진거다..
그게 지난 5일 토요일이었습니다 ㅠ

한 3일 지나서 가슴이 꽉 막힌게 숨이 정말 안쉬어져서 이러다 죽겠구나
몇 번을 휘청휘청 했습니다 ㅠ

너무 힘들어서 오빠한테 전화를 했고
생각할 시간을 갖는건지 헤어진건지 물어보니까
생각할 시간을 갖는거래요..
통화하다가 전화 끊어졌는데 아무 생각이나 망설임없이 그 사람에게 달려갔습니다.
새벽2시까지 저희 집앞에서 속삭이며 말했는데
그땐 저를 반가워하지 않는 거 같아서 너무 미안하고 겁이 났죠
집으로 들여보내는 마지막 순간에
아주 조심스럽고 따뜻한 키스를 나누고...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기다려... 돌아올거야... 한달 전후로 돌아올거니까
얌전히 기다려줘.. 부탁이야.. 이렇게 불쑥 찾아오지말구 그냥 얌전히 기다려줘..
오면 어디로 올거냐구 물으니까 너희 집 앞으로 올게..
오면 우리 젤 먼저 뭐 할까 라고 물으니까 목욕하자..
라고 하더라구요

꾹 참고 기다리고 있는데
그의 메신저 대화명이 자꾸 헤어지려고 마음먹는 거 같아서 불안하고
그가 잘못한 게 아니라 순전히 제가 잘못한 것 때문에
오히려 제가 깨달은 게 많고 반성한 게 너무 많습니다 ㅠ

그에게 하나하나 제 진심을 전하고 싶은데
연락도 하면 안될거 같고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던 그를 못믿고 안달복달하는 게
오히려 그를 쫓아내는 처사가 될까봐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기다리기만 합니다...

그러다 13일 자정에 제 블로그에 비밀글로 그가 글을 적었는데
저를 떠올리게 하는 100가지를 쭉 나열해 놓고
어디 100가지 뿐이겠냐.. 천가지 만가지도 더 될텐데.. 자기 자신이 있다는 거 자체가
저를 생각나게 하고.. 남친을 보고 쪼르르 달려와 안기는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하지만.. 난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는데.. 지나간 후회들만 하고있을 뿐인데...


라고 적어놨더라구요ㅠ

그가 떠날까봐 너무 두렵고 무섭고 감당이 안됩니다 ㅠ
서로 결혼까지 생각했던 사이인데 이렇게 후회만 가득한채로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그는 지금 어떤 마음인지, 그의 마음을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은 뭔지
제발 도와주십시요 ㅠㅠ


어리석게도 떨어져있어보니
그가 저한테 얼마나 소중하고 목숨만큼 귀한사람이고 귀한 사랑인지 깨달아집니다ㅠ

저를 위해 식성도 바꾼 사람이고
저를 위해 종교까지 바꿀 각오까지 한 사람입니다...
비록 그 당시엔 제 욕심에 눈이멀어 제 기대치에 못미친다고 몰아세웠지만
그래도 그의 입장에선 할수 있는 모든 걸 저를 위해 다 바쳤다고
깨달아지더라구요 ㅠㅠ

제가 얼마나 교만하고 얼마나 가진것없이 그를 업신여겼는지 반성도 하고있고
그이만 있다면 저역시 모든 걸 바꿀 마음가짐이 되있습니다.
비용이 얼마가 되든지 우울증 치료 다시 받아서 병적인 분노는 다시 없도록 하고싶구요..

그가 올때까지 기다리는 게 그가 다시 제 품으로 돌아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면
지금껏 제가 힘든건 더 견딜 수 있습니다.
그는 저를 위해 1년넘게 참고 견디고 믿고 기다리지 않았습니까...
1년넘게 참고 기다린 사람인데 그를 위해 제가 그를 못 기다릴 이유가 없죠..

그가 돌아온다면 제가 깨달은 모든 진심을 전하고 싶습니다..
대신 그이가 헤어질 마음을 먹는다면 그를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ㅠ
여러분께 정말 간절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