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이 다가오면서 이 곳의 출산후기를 모조리 읽었던 기억이 나서 저도 올립니다.
참고로 우리 아가는 두 달이 되어갑니다.
출산후기는 아가 낳고 난 다음날 새벽에 일기장에 써 둔것을 옮겨 보겠습니다.
좀 길어요(그 때의 감동 그대로 써 놔서~~^^;)

이슬 본지 이틀째 되는 날. 진통만을 기다리던 날.
정말 뜻깊은 잊지 못할 하루였다.

어젯밤 10시 이후로 신랑은 자러 들어갔다. 진통이 20~30분을 왔다 갔다 해서 신랑은 가진통 같다 하며 내일쯤 낳겠다... 하면서....
진통시간 적어둔 것에 의하면
7:16 7:45
8:10, 8:30, 8:52
9:20, 9:35
10:00, 10:35, 10:45, 10:56
11:15, 11:22, 11:31, 11:40, 11:49, 11:57

난 쉽게 잠들 수 없었다. 계속 배가 아팠다 안 아팠다를 했으니!
20분, 15분, 10분 주기가 짧아져 가니 진진통임을 확신했다. 두려운 마음에 조금이라도 자 둬야 힘을 내서 아가를 낳을텐데 하며 불을 껐다. 하지만 진통이 너무 짧아져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샤워나 미리 해야겠다 하고 오빠가 깰까 조용히 씻었다.
책에서 본 대로 5분 간격만 기다렸다. 새벽 2시 30분 정도 되니 정말 5분 간격이다. 20~30초 아프다가 다시 낫고! 이것이 반복이다.
짐을 다시 싸며 시간을 보냈다.
5분 간격이어도 초산은 1시간 더 있다 병원에 가라고 했고, 오빠도 좀더 자게 둬야 했다.
좀만 더 버티자!
그런데 밑에 뭔가 핏덩이가 쑥 나오는 기분이다.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신랑을 깨웠다. 깨우자마자 눈을 번쩍 뜬다.
"가야 되?"
"응."
정신이 없어 보인다. 씻고 양복을 입길래
"그건 아닌 거 같애."
"그래도 아기 처음 보는 건데, 예의가 있지!"
"편히 입어. 면바지 같은 걸로!"
아가가 쉽게 나오지 않을텐데, 양복 입고 어떻게 버티려고!

4시 쯤 병원에 도착했다.
분만실은 처음이라 낯설고 떨리는데, 대기실에 한 여자가 짐승같은 신음소리를 내니, 겁이 덜컥 난다.
'저렇게 아플까?'
다른 방에서도 신음소리가 들린다.
우린 가족분만실을 선택했다. 1인실인데 얼만지 걱정도 되었지만, 뭐 백만원을 넘겠어? 싶었다.
병원복으로 갈아입고 나머지는 다 벗었다. 이슬이 계속 나오는 상태라 패드만 깔았다.
간호사가 제모를 해 주는데, 실감이 난다.
이게 다시 언제 다 날까? ㅋㅋ
걱정이다.
다음은 관장이다. 항문에 약을 넣고 5~10분 기다렸다 화장실에 가란다.
그런데 왠걸? 1분도 못 참았다.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긴 했는데, 아무래도 걱정이다. 아기 낳다 응아 하면 얼마나 창피할까? 신랑도 옆에 있을텐데!
(결국 나중에 화장실에서 순수하게 볼 일을 한 번 더 봤다.ㅜㅜ)

그리고 기다렸다.
병원에 와도 기다림은 집에서나 똑같다.
내진을 해 보더니 2.5센티 열렸다 하신다.
책에서는 3센티부터 1기라고 했는데, 아직 1기에도 못 온 거다.
누워 있는데, 간호사가 "계속 누워있는 것보다 걸으시는 게 나을 거에요."
워킹룸에 가서 슬슬 걸어 보는데, 본격적인 진통이 시작되었다...
으으으으~
호흡이 빨라지고 격해진다.
2분~2분 30초 간격에다, 진통 시간은 더 길어진다.
신랑은 "방으로 가자. 너 이러다 여기서 애 낳겠다."
하지만 역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야지 하면서 2~30분을 더 걸으며 버텼다.
7시 30분쯤 되어 방으로 돌아가서 내진을 해 보았다.
"3.5센티에요. 이제 시작이네요."

그래도 누워 잇으니 아까 진통보다는 낫다.
얼른 다시 걸으러 가야 하는데, 엄두가 안 난다.
진통간격은 20분 정도로 길어지고, 편해져서 아! 1시간만 쉬자 하고 쉬는데,
"무통할게요" 하며 허리에 뭔가를 꽂는다.
아! 조금 나아지겠구나. 근데 너무 일찍 하는 거 아닌가? 아직 1기라는데?
그래도 좋긴 좋다.
죽을 것 같던 통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12시까지!
그래프만 자궁수축을 표시해 줄뿐 내 몸은 아무 통증도 느끼지 못 했다.
앗싸! 지금이라도 자 두자 하며 쉬었다.
하지만 다시 진통이 느껴진다. 젠장!
"3시까지 목표로 합시다. 진행이 느리니 양수를 그냥 터뜨립시다. 무통은 2번 더 놓을 수 있어요."
2번이면 3시간 분량이다. 지금 참을 수 있을 만큼 참아야, 마지막에 무통의 힘을 빌리겠다 싶어 무통을 안 맞고 더 버텼다.
시계만 보며 12시 30분을 목표로 참았다.
오빠는 내가 힘들어 하니, "그냥 무통 맞어."
"조금만 더."
12시 40분까지 버티다 더 이상 안 되겠어서, "오빠, 불러줘"
나간 사람이 5분이 있다 들어온다.
그 사이 격한 통증이 2번 더 있었다.
간호사가 아파 죽겠는데, 내진을 하잖다.
"지금 진통 중이에요. 조금만 있다가요."
"아플 때 한 번 해 봐요." 하며 내 무릎을 젖힌다.
"으악"
"full이에요. 분만 시작합니다.신랑은 나가세요."

하며 침대를 바로 분만대로 만들어 버린다.
"무통은요?"
"지금은 안 되요.풀이라이제 힘줘야 되요!"
"조금이라도 놔 주세요. 아니면 좀 쉬었다 해요."
"글쎄 안 되요."
난 마약 중독자처럼 빌었으나, 소용이 없었다.
1시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장치가 하나둘 들어오고 간호사 둘이 날 돕는다.
의사 선생님도 들어오니 마음이 한결 놓였다.
"힘 주세요. 길게"
준다고 주는데 잘 모르겠다.
아기 심박수가 떨어지니 진통 없을 때는 심호흡을 하란다.
'티비에서 죽을 때까지 힘 주라고 했어.'
정말 항문이 찢어져라 힘을 더 2~3번 주었다.
아기 넣을 인큐베이터가 들어온다.
'아! 진행이 되긴 하나 보다."
다시 2~3번. 윽~ 내 자궁을 간호사 손이 완전 들어와 훑기 시작한다. 사람 몸을 대하는 것 같지 않다.
신랑이 들어왔다.
'이제 들어오네! 내가 이제까지 얼마나 고생한지 모르지?'
다시 힘!
3차레 정도 더 주니, "거의 다 왔어요. 애기 머리 보여요. 조금만 더!"
거짓말 같다. 내가 힘들어 하니, 위로하려 머리 보인다고 하는 것 같다.
애라 나 죽겠다 하고 계속 힘을 줬다.
발은 밀고, 무릎은 벌리고, 허리는 내리고, 머리는 배꼽을 보랬어. 심호흡도 하랬지?
으악!
"나왔어요!"
'응?'
"나왔다구요. 지금 힘주면 많이 찢어져요. 그만요! 안 줘야 할 때 주고 있네"
상황 파악이 안 되는데 "1시 20분, 2.88킬로"
핏덩이 같은 작은 것을 내 가슴팍에 올려준다.
오빠는 옆에서 운다.
내가 정말 애를 낳았나 보다.
신기하긴 한데, 또 걱정이 태반 빼는 거랑 회음부 꿰매는 거다.
흑~ 얼마나 더 아파야 할까?
아가랑 사진을 찍어준다.
잠깐 봤는데, 큰 눈이 오빠를 닮았다. '너 예쁘구나!'
"회음부 꿰맬게요. 10~15분 걸립니다."
마취 안 된 부분은 생살을 그대로 꿰매는 느낌이 난다.
'언제 끝날까?'
20분이 넘게 걸렸다.
"태반 꺼낼 때 또 얼마나 힘줘야 되요?"
"태반 아까 꺼냈어요. 몰랐어요?" 하며 웃으신다.

와! 이제 다 끝났구나. 이제서야 웃음이 난다. 아가는 아빠와 진즉 나가고 나 혼자 남았다.
이제 맘껏 축하받고 싶은 마음이다.
걱정하실까 양가에 모두 안 알리고, 신랑이랑만 왔는데!
시어머니는 바로 오셔서 눈물을 글썽이신다...
(이하 중략...)
==============================================================================
출산의 고통은 벌써 다 잊고, 육아의 고됨을 실감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산후 조리 잘 하시구요!
젖 짤 때 손으로 무리하지 마세요. 전 손 마디가 아파요.
그리고 조리원방하고 신생아실이 다른 층에 있어서 오르락내리락 했더니 무릎도 안 좋아졌구요.
정말 조리 잘 해야겠다... 생각 들어요!

아직 출산 안 하신 산모님들, 힘내시구요. 제가 팁 두 개 드리면
호흡이 중요하단 거에요.
쉽게 말하면 숨을 길게 내쉬어야한다는 것 명심하세요. 진통이 무지 올 때두요.

전 이 사이트에서 잠깐 본 거(다 봤으면 더 좋았을 듯 ㅡ,ㅡ) 도움이 되었어요. 신랑이랑 같이 봤는데, 실전에서는 신랑 소용없어요. 산모가 잘 익혀야 되요...
http://www.momilk.co.kr/dong.htm?PHPSESSID=d1d27ce895f9e9398d7c8f7b19a4460c

그리고 무통을 잘 활용하시구요. 정말 마법같이 진통이 없어져요.
저처럼 너무 참지 마시고, 알아서 잘 받으세요.
저 있던 병원은 3번까지 놔 준다 했는데, 1번 맞고 효력은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이랬어요.
근데 저는 1번만 맞고, 분만 들어갔어요.
괜히 참았어요... 2번은 맞았어야 하는 건데~ ㅋㅋㅋ


다 잘 될 거에요. 걱정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