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임신 7개월째에 접어드는 한국 나이 37살 임산부에요. 이 글을 올릴까말까 몇개월 째 고민했는데 저는 인터넷에 올라온 몇년 전 글만 봐도 힘이 되었고, 제 글 또한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어서 용기 내서 글을 올립니다.

우선, 저는 결혼한지는 거의 9년이 다 되어가고 남편과는 미국에서 6년째 주말 부부를 하고 있어요. 이 중 4년은 월말 부부였기 때문에 아기를 가지려는 시도는 2018년부터 했고, 아기가 생기지 않아 1월에 VIOS 라는 미 중부에 위치한 난임센터를 찾았습니다. 양쪽 난소에 난포 개수가 각각 30개, AMH 수치는 13으로 다낭성 판정을 받았어요.  생리주기는 규칙적이긴 해도 35~37일로 긴 편이었고요. 의사는 이렇게 긴 생리주기도 다낭성 여성에게서 나타나는 징후라며, 이걸 규칙적이라고 받아드리면 안된다고 했어요. 의사는 '의학적 도움' 이 있으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했어요. 근데 남편은 자연적으로 조금 더 시도해보자고 했고, 결국 병원엔 가지 않고 조금 기나긴 여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제 평소 습관을 바꾸려고 노력했어요. 

우선, 저는 미국에 온 뒤 10키로나 체중이 증가해서 아침 공복에 키 161cm에 62kg 정도 나가는 과체중 상태였어요. 제 목표는 살을 우선 빼고, 저를 당뇨 환자라 생각하고 몸 관리를 하자고 마음 먹었어요. 짧은 논문이나 인터넷에 다른 분들이 올린 후기 글들에서 다낭성 증후군인 사람들은 당뇨 환자처럼 신진 대사가 활발하지 못하고 인슐린 분비가 원활하지 못하다는 글을 봤어요. 이거부터 고쳐야겠다는 생각으로 1.식단관리 2.운동 3. 반신욕을 철저하게 해야 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우선, 저는 식단관리를 다음과 같이 했어요.

1) 레몬 물 마시기 - 레몬이 췌장의 기능을 활발하게 해서 인슐린의 정상적인 분비를 직접적으로 돕는다고 하여 매일 아침 저녁 레몬 물을 마셨어요. 유기농 레몬을 사서 베이킹 소다로 깨끗이 씻어주고, 끓는 물에 2~3분 삶아 식힌 후 얇게 잘라낸 레몬을 한 주먹 유리병에 담고 생수를 2~3통 부어 2~3일 정도 냉장 보관해서 마셨어요. 남는 레몬은 얼려서 보관하고, 특히 밤에 배고플 때 레몬티를 따뜻하게 해서 한 잔씩 마시면 배고픔이 가셨어요.

2) 영양제 - 제품명을 말하는 건 광고성 글 같아서... 그냥 성분만 말씀드릴게요. 당뇨환자에게 이노시톨이 효과적이라고 해서 저는 이노시톨 2,000mg과 엽산이 들어간 가루를 매일 하나씩 물에 타서 아침 공복에 먹었어요. 덕분에 아침마다 물을 350ml씩 마실 수 있어서 좋았어요. 

3) 식단 - 저는 우선 밥은 100% 현미밥으로 바꿨어요. 그리고 설탕이 들어간 음식을 일체 끊었어요. 디저트를 사랑했지만, 초콜렛, 아이스크림, 달달한 빵 등은 손도 되지 않았어요. 국수, 파스타도 통밀이 아니면 먹지 않았고요. 과일도 포도, 수박같이 당이 많은 건 먹지 않았고, 사과도 하루에 반쪽 정도만 먹었어요. 키위는 저혈당 과일이라고 해서 하루에 2개 정도 먹었어요. 방울 토마토는 10개 정도, 딸기는 7~8알 정도 먹었고요. 2주에 한번 정도 정말 단게 먹고 싶으면, 케익 한 조각을 사서 남편과 나눠 먹었어요. 

제 일주일 식단 예시는 다음과 같아요. 점심은 어쩔 수 없이 회사 근처 샐러드바나 샐러드 가게를 이용했어요. 

월: 아침 - 무가당 요구르트 + 아몬드 5개 / 점심 - 닭가슴살 샐러드 / 저녁 - 현미밥 + 미역국

화: 아침 - 디카프 라떼 + 고구마 구웠다가 차갑게 식힌것(칼로리가 낮아짐) 1개 / 점심 - 구운 닭다리 + 샐러드 / 저녁 - 현미밥 + 쭈꾸미 연포탕

수: 아침 - 소고기 무국(그 전날 만든것) / 점심- 구운 닭다리 및 닭가슴살 + 샐러드 / 저녁 - 현미밥 + 계란말이 + 쭈꾸미 볶음

목: 아침 - 디카프 라떼 + 딸기 / 점심 - 샐러드 / 저녁 - 밀푀유나베

금: 아침 - 방울토마토 10개 / 점심 - 샐러드  / 저녁 - 전복죽 + 오렌지 1개

운동은 야근을 하고 돌아온 날도 9시든 10시든 매일 했어요. 정말 이렇게까지 매일 운동을 한 건 정말 37년만에 처음이었어요. 

1) 러닝머신 - 발목에 무리가 가서 저는 빨리 뛰기보다 경사도를 매우 가파르게 하고 핸들을 잡고서 20~30분간 빠른 걸음을 걸었어요.

2) 스쿼트 - 50~75 파운드로 20개씩 2~4세트를 했어요.

3) 운동을 못한 날 - 계단오르기 (12층)

4) 주말 운동 - 필라테스, Barre(발레 동작을 응용한 코어 강화 운동) 중 하나를 1주일에 한번씩 해줬어요.

5) 회사 걸어다니기 - 저는 집과 회사가 걸어서 20분 정도라 매일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회사에 갔어요. 

하루는 손가락을 베어서 Urgent Care(간단한 진료를 볼 수 있는 간이 병원?)에 갔는데, 제가 다낭성이라 혈당이 궁금하다고 했더니 간호사가 한번 체크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Barre를 한 직후여서 식후 2시간 정도였는데 혈당은 90 정도가 나왔고, 간호사는 아주 좋은 수치라며, 잘하고 있다고 계속 그렇게 운동도 하고 식단 조절 하라고 말해주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수치를 확인하고 나니 더 신이 나서 운동과 식단 조절을 해나갈 수 있었어요. 

그리고 반신욕은 일주일에 4~5번 20분씩 해줬어요. 반신욕을 하면서 탄산수 한 잔 마시며 갈증을 해소해주고 나면 정말 잠도 너무 잘 왔어요. 이런 생활을 두달 정도하니 생리주기가 30~31일로 짧아졌고, 몸무게도 3.5kg 정도 빠졌어요. 배란기 테스터를 매일 같은 시간에 했고, 배란일 즈음에는 조금 무리하게 회사에 1~2일 휴가를 내서 주말 끼고 4일 정도를 남편네 집에 내려가 있었고요. 기나긴 여정으로 생각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3월 중순에 드디어 두줄을 보았어요. 두줄을 확인한 뒤에도 식단은 바꾸지 않았고 운동 강도만 줄여서 맨손 체조를 해줬어요. 그렇게 3월 말에 산부인과에서 피검사로 임신을 확인했고요. 저와 남편도 운동을 시작하고 식단을 바꾼지 두달만에 이런 일이 생길지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요. 

입덧이 있기 9주 전까지 식단은 대체로 유지했지만, 운동은 16주까지는 안하는게 좋다하여 회사 걸어다니기 정도만 계속 해줬고요. 근데 입덧이 생기고 음식을 도통 먹을 수가 없게 되자 과일, 단것 등 먹고싶은 걸 마음대로 먹어서 얼마 전 한 3시간 짜리 임신성 당뇨 검사에서 꽤 높은 수치가 나왔어요. 가까스로 통과를 했지만, 제가 전에 다낭성 증후군 진단을 받았던 터라 대사 문제가 앞으로 더 심해질 거 같아서 지금은 다시 식단을 바꾸고 운동을 하며 체중이나 혈당을 조절 중이에요. 이제 임신 7개월에 접어 들었는데 덕분에 몸무게는 3.5키로 정도만 늘었고요.   

아무튼 제 글이 어떤 분들에게는 꼭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다낭성 판정을 받고 거의 매일 울었는데, 운동이랑 반신욕이 이런 우울한 기분을 많이 가라앉혀줬어요. 저는 임신 중에도 주말 부부를 하며, 혼자 회사 다니고, 밥해먹고 집안 일하며, 나름 힘겹게 살고 있지만, 그래도 정말로 갖고 싶던 아기가 생겨서 매일매일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바라시는 바를 빨리 이룰 수 있도록 기도하겠습니다. 혹시 궁금하신 게 있으면 물어봐주세요. 틈틈이 확인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