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의 공포..
나윤주윤맘 2017.11.16 12:52:16
포항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입니다.
어제의 일을 기록해둬야 할 것 같아서요
11월 15일 오후 2시 30분..
그 때의 기억을 기록해 놓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학실에서 혼자 컴퓨터로 공문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쿵쾅~" 하는 굉음이 들리더니..
바닥부터 시작하여 흔들리기 시작한다...
-아.. 지진이구나..
평소에, 안전담당 보직을 맡으며..
지진대피훈련의 담당자였던 나인데..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머리 속이 하얗다..
책상 안으로 머리를 숨겨야 한다는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몸이 굳어버린다..
-그만.. 그만.. 멈춰라.. 제발..
천금의 시간만큼 길게 느껴졌던 시간..
-건물이 무너지면 어쩌지..
-돌봄교실에 있는 우리 나윤이는 어쩌지..
너무나 너무나 무서웠다..
흔들림이 가라앉고,
휴대폰만 챙겨든채, 나윤이가 있는 돌봄교실로 미친듯이 달려간다...
복도가 뿌연 연기로 자욱하다..
벽의 콘크리트가 부서져 내리면서, 생긴 먼지였다..
나윤이가 보인다..
울지도 않고, 씩씩하게 대피중이다..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모래바람이 몰아치는 운동장에 대피를 했다..
신발도 신지 못하고, 뛰쳐나온 선생님도 보인다..
주윤이와 나윤아빠가 무사하다는 연락에 안도한다...
나윤이가 말한다...
- 엄마, 내가 돌봄 친구들 중에 제일 먼저 책상 밑으로 숨었다~ 내가 들어가니까 다 따라 책상 밑으로 들어갔어..
훌륭한 딸래미다...
난 아무것도 못했는데...
-엄마는 무서워서 숨지도 못했는데.. 대단하다 너..
흔들리는 순간에 책상 밑으로 숨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니.. 처음에는 엄마, 아빠, 주윤이 생각이 먼저 났어.. 그러다가, 대피훈련 생각이 나서 책상 밑으로 들어갔지..
눈물이 찔끔 나려한다..
그래, 엄마 아빠 주윤이 생각이 먼저 들었구나..
우리는 한 가족이니까...
엄마도 그랬어...
죽음의 공포속에서 우리 가족이 제일 많이 생각났어..
아직도 심장이 쿵쾅거린다..
더이상의 여진이 없기를 바란다... 제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