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양과 굉장히 유사한 질문을 내 고등학교 동창이 내게 했다. "야! 여친이 나 야근하는데 자기 친구들이랑 술먹고 집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잠깐 보자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야근중이라 힘들다고 하니까 자기 걱정 안되냐고 막 따지고 화내는거야! 이게 말이 되냐!?"라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해줬다. "야. 그냥 사랑해줘" 내말은 들은 그 친구는 그게 말이되냐며 이렇게 억지를 부리는데 무슨 사랑이냐며 길길이 날뛰엇지만 나는 계속 반복해서 말했다. "야. 그냥 사랑해줘"

야근중인 사람에게 왜 안나오냐고 따지고 화를 내는게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 걸까? 물론 말도 안된다. 그럼 상대는 그게 논리가 된다고 생각하고 말을 하는 걸까? 물론 당시에는 억지를 부리고 논리가 된다고 말을 하겠지만 상대방도 3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자신의 주장이 억지라는것 쯤은 깨닫게 된다. 

자신도 차분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억지를 왜 부리는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당신에게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고 싶은거다. 그런데 그런 느낌을 받을 방법이 없다고 느낄때  억지를 부리며 상대의 관심을 끌게 된다.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짜증을 내고, 억지를 부리며 당신의 관심을 끌고, 당신이 그냥 무시하고 넘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걸 온몸으로 표현하고 싶은거다. 

문제는 그걸 당하는 입장에서는 뜬금없이 억지를 부리는 상대에게 공격을 받았다는 느낌을 받고 방어태세를 취하기 쉽다는거다. 그리고 논리에 맞지 않는 억지만 부리는 상대에게 자꾸 그 말이 억지라는걸 인정시키려고 하게 되는데 관심을 끌고 싶어하는 상대의 입장에서는 그런 모습들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더 억지를 부리게된다. 

이런 상대를 대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이 사람과 거리를 두거나 관계를 끊는 것이다. 시도때도 억지를 부리는건 그 사람의 인격에 문제가 있거나 이기적인게 아니라 끊임없이 관심은 받고 싶은데 건강한 방법을 모르는거다. 문제는 아무리 관심을 가져줘도 끊임없이 의심하고 확인받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욕구를 완벽히 채울 방법은 없다. 그러니 당신이 갓물주의 자녀로써 집에서 팽팽 놀며 상대를 위한 5분대기조가 되어주지 않는한 상대와 무탈하게 만날 방법은 없다. 하지만 아직 헤어질 수 없다면 방법은 하나다. "그냥 사랑해줘라" 

그냥 사랑해주라는 말이 상대가 해달라는대로 다 해주라는게 아니다. 남자친구가 왜 화장을 진하게 하냐고 따진다고해서 화장을 연하게 할필요도 없고 남자친구가 SNS를 왜 하냐고 짜증을 낸다고해서 탈퇴할 필요도 없다. 당연히 상대에게 미안하다면서 왜 그렇게 하질 못하는지 해명할 필요도 없고 상대의 말이 왜 억지인지 논쟁을 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그냥 사랑이 담긴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상대의 억지 논리들을 가만히 들어주다가 상대가 더이상 할말이 없어지면 가만히 안아주고 귓가에 "사랑해"라고 말해주면 된다. 

K양의 마음속에 천불이 나는건 상대의 말도안되는 부당한 억지들을 K양이 따라야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K양이 보기에 상대의 말이 부당하고 억지라고 느낀다면 따르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왜 따르지 않는지 설명할 필요도 없다. 다만 상대를 사랑한다는것만 표현해주면 된다. 상대가 원하는건 자신의 억지라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억지를 통해 K양에게 관심을 받고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고 싶은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