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하다

​

그 날 저녁, 내 앞에 앉아 어쩔 줄 모르고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니 부끄럽고, 설렜다.

​무엇을 주문 했는지도 모르겠다. 무슨 말을 나눴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 속에 오직 둘 뿐이었다.

그가 웃으면 내가 웃고,

내가 웃으면 그가 웃었다.

​

우린- 서로에게 반했다. ​

​

​

‥ 다른 남자와의 소개팅을 말했던 이유

그와는 계속 연락했지만, 아직 어떤 진행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지인의 소개로 소개팅이 약속되어 있었다. 

멋진 남자가 역 근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와 저녁을 먹고, 술을 마셨다.

그는 내게 호감을 보였고, 나는 그럴 수록 왠지 미안해졌다.

그날 밤 만남 후, 계속- (그)의 고백을 기다렸는 지도 모르겠다.

"뭐해?" 연락이 왔다.

"소개팅."

"아..얼른 집에가 늦었네"

‥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나만 보며 웃고 있었던 그의 모습이 꿈에 나타났다.

나는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바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서운 꿈을 꿨어" 마음을 숨기고자 했던 거짓말이었다.

"무서운 꿈? 아 정말?" 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한껏 설렌듯 했다. 

"응"

이상 했다. 이미 그가 내 남자친구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오늘 소개팅을 한 분을 또 만났다고 했잖아. 그런데 넌 아무렇지도 않아?"

"아. 아니.."

"그럼? 오늘 그 분이 내게 고백할 것같았어. 아마 조만간 그렇게 할 것같아."

"아.." 그는 당황한 듯 했다.

"있지. 그런데-

나는 너가 좋아. 너도 내가 좋아? 사귈꺼야 말꺼야?"

"아.! 사귈꺼야."

나는 한숨을 쉬었다. 전화 상으로 그것도 내가 먼저 고백해 버린 것이다. 바라던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왠지 전화 너머로 그의 멋진 웃음이 보이는 것같았다.

‥ 그의 고백  

"내가 바라던 게 아니야. 이건 내가 고백한 거잖아."

"아니야, 내가 다시 할게. 그렇게 하고 싶어."

웃음이 났다.

"나랑 사귀어..- 줄래?"

그가 부끄러움을 숨기고 최대한 정중하게 말하려 노력했다.

"응. 그럴게."

우린 또 웃었다.  

-글쓴이 소개

강작가

잡지사 에디터

에세이, 단편소설 작가

네이버 POST《30일간의 나와 연애》 연재

(http://me2.do/F6wiFLwP)

다음 BRUNCH《Elegant Life》매거진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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