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이 말은 하지 말자던 말

하지말자고 생각했다. 분명 이 말은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할거라는 걸 알았다. 그가 나의 어떤 미래도 보장 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나도 그에게 나의 미래를 책임지라고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와 누군갈 책임지는 사이가 아니라 서로를 돕고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싶었다. 카페에서 그를 앞에 두고 한참이나 망설였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냐고 그는 내 손을 잡았다. '왜 너는 내가 아는 남자들처럼 꿈에 대한 야심이 없는건지, 왜 너는 내가 아는 남자들처럼 미래에 대한 계획이 없는건지' 묻고 싶었다. 그와 내가 책임져야하는 아이가 3명이나 있는 여자처럼 나는 그와의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다. 운동을 했었고, 실패를 했었고, 남보다는 늦게 공부를 시작했다. 어려웠겠지만 꿋꿋이 해낸 사람이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보다는 한발 늦었다면 늦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자책감같은 무거운 것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고-있었다. 그를 만난 처음부터 나는 그와 내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나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었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속도를 내어 달리고 있었기에- 그래서 나는 그를 변화시키고 싶었다. 그런 내 강요때문이었는지 그도 조금씩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다고, 고민이 들지만 이걸 해보는 게 어떠냐고 내게 말하기도 했고- 휴학 중인 학교에서는 이런 과목이 너무 좋았었다고 말했다. 내 걱정을 덜어주려고 했던 모양이었다. 군대에.. 아직 가지 않았던 이야기는 그가 이런 나를 견디지 못해 끙끙 앓다가 결국 헤어지자고 말한 뒤- 몸에 술냄새가 풀풀 나도록 내게 와서 털어놓았던 이야기였다.

헤어져 있는 동안 나는 그가 너무 보고 싶었다. 정신이상자처럼 울며 내가 그를 이미 너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 카페에서 내 손을 잡고 있는 그에게 나는 말해버렸다. 왜.. 너는 내가 아는 남자들이랑 다른 거냐고, 꿈을 찾기는 한거냐고, 미래에 대한 걱정은 하냐고 내가 아는 남자들은 안그런다고- 비교 해버렸다. 나는 카페에서 우는 여자들을 그 전까지는 절대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는 그날 그곳에서 평생 울어본 울음을 다 울며 나의 욕심을 풀어내고 있었다. 그말은 하지 말았어야지.라고 하는 그의 표정을 보니 내 마음이 무너지는 것같았다.

그날 밤 우리는 함께 보냈다. 펑펑 울고 있는 나는 다시 헤어지는 게 두려웠다. 나는 그를 너무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이미 검게 변했지만- 나를 안아줬다. 이후 우린 아무렇지 않게 만났지만 곧 아주 작은 다툼에 헤어졌다. 나는 아무 연락이 없는 그를 잊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는 그를 너무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를 너무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실제로 나의 마음은 그를 너무 사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다른사람보다 한발 늦었던 것도, 그래서 무거운 마음과 부담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다 알면서도 - 나는 그를 이해하려고 보다는 나를 어떻게 행복하게 해줄 건지 요구했다. 그가 지금은 노력해도 변할 수 없는 것들을 이해하지 않고 왜 그런 사람이 아니냐고 물었다. 조금만 마음을 열어준다면 그를 이해해준다면, 그의 모습을 믿어준다면 그를 진심으로 사랑해준다면- 그 스스로 노력하려는 모습을 바라봐 주었다면.

늦은 저녁 그에게 찾아갔다. 오랜동안 보지 않은 나를 보고 그도 모르게 웃는 표정은 숨길 수 없었다. 그를 앞에 두고 나는 내 감정을 쏟아냈다. 울부짖도록 내가 미안하다고 사랑해주지 않아서 이해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나는 그때 알았다. 내가 이제야-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걸. 시간이 조금은 지났다. 평범한 사람과 평범한 속도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본다. 사랑도 꿈처럼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한 걸까? 이젠 그 말에 위안을 얻고 싶지 않다. 나는 이제 - 그를 사랑하니까. 진심으로- 사랑, 하니까.

Writer. miya romance(1006ch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