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남자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가끔씩 '내 남자에게 이런 면이?'하는 점을 발견할때면
무슨 숨겨둔 비상금 찾아낸 거 처럼 뿌듯하고 행복해진다.
그 사람을 아주 많이 알아서 더 잘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
내 사랑의 목표이기 때문에.

얼마전 황금같은 주말에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고 나를 홀로둔 내 남자.
솔직히 '응 그래 친구들 만나~'했지만
속으론 '뭐야 주말에 나만 두고...설마 잠깐 보고 오겠지~'하는 맘이었다.
하지만 섭섭한 마음은 마음이고
아무리 그렇다해도 내 남자의 친구관계 인간관계까지 내가 망칠순 없는 일이다 싶어
관대하게 허락(?)을 해줬었다.

그러나 밤이 깊어가도 연락도 없는 내 남자.
'오호~ 아주 신이 나셨구만, 주말에 썰렁한 내 생각은 젼혀 안드나 보지?'
살짝 약이올라 조금 뜨끔할 만한 문자를 보내려 하다가

'에이 이왕 나간건데, 또 내가 친구 만나라고 허락까지 해놓고 그건 아니지..'
하는 마음이 급 들어서 오히려 더 멋진 문자로
'오랫만에 친구들 보니 좋지? 내 걱정말고 신나고 재밌게 놀아~~'
라고 보냈다. 이왕 놀꺼 맘편하게 오래오래 놀으라고...

근데 이상한 것은 이렇게 그 사람을 이해하는 문자를 보내고 보니
신기하게도 처음에 들었던 서운한 마음은 덩달아 없어지며
우울했던 기분도 가시게 되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이 문자받고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친구들에게 문자 다 보여주며
내 여자가 보통 이정도로 나를 이해한다...고 자랑질 하셨다면서...
자신의 사생활을 인정하고 이해해주는 것 같아 너무 고마웠다고...

내 남자가 이렇게 단순한 면이 있는 줄 정말 몰랐다.
사소한 문자하나에 친구들한테까지 보여주며 좋아할 줄은
그렇게 거창하게까지 해석하며 행복해 할 줄은...

남자들이 처음엔 외모를 보지만 결혼할 때에는
자신을 이해하는 여자를 선호한다고 하더니
내 남자도 남자다보니 그런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뭐 여자든 남자든 이해받고 존중받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니까...

그래서 올해는 더 많이 내 남자를 이해하고 너그럽게 받아들여주기로 마음먹었다.
아울러 표현도 더 구체적으로 자주 해야 겠다고 결심했고.
의외로 남자들도 이런 자상한 표현과 애정 표시에 약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