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은 봄이 오는 게 달갑지 않다. 술에 녹초가 된 위장을 봄나물 정도로 위로하기는 어려운 탓. 역시 해장에는 ‘탕’만 한 게 없다.

예전에는 대구탕, 황태로 만든 북엇국, 복엇국, 콩나물국 등이 인기가 좋았다. 2000년 들면서 강원도 삼척발 ‘곰칫국’이 맹위를 떨친다. 곰치는 ‘물곰’의 강원도 방언이다. 그런데 일반인은 물곰과 물메기를 같은 종으로 착각한다. 물메기는 몸집도 물곰에 비해 작고 주로 거제와 통영쪽에서 많이 잡힌다. 물메기는 아귀, 도치, 삼식이 등과 함께 최고로 못생긴 생선으로 손꼽힌다. 이들의 살집은 꼭 날계란 흰자처럼, 콧물처럼 곧 흘러내릴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하절기에는 인기가 없다. 11월~이듬해 2월이 가장 맛있을 때다. 곰칫국은 가격도 상당하다. 강원도권에서는 1인분 2만원선, 포항시 북구 덕산동 물곰탕 전문 물곰식당은 1만5천원선이다.

강릉쪽에서 인기가 좋은 ‘삼식이 매운탕’은 얼핏 복국 같기도 하고 대구탕 같기도 하다. 이 생선 이름은 ‘쏨뱅이’다.

최근 대구에서 보기 힘든 탕 하나를 발견했다. 남구 대명9동 안지랑시장 양념곱창 골목(남쪽) 초입에 있는 가보자식당의 ‘장치탕(사진)’이다.

장치는 강원도 묵호~삼척권에서 동절기에 잘 잡히는 어종으로 ‘미역치’라고도 불린다. 해초류를 잘 먹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볼락류에 속한다. 이 집에선 매년 10월부터 3월말까지 낸다. 맑으면서도 걸쭉하고 깊다. 직접 빚은 장을 동원해서 끓인다. 여느 생선탕은 거의 육수맛으로 버티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집은 생선이 중심을 잡는다. 그래서 더 속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여주인 오빠가 묵호 뱃사람이다. 매일 새벽 묵호에서 버스로 택송하면 서부정류장에서 수령해 온다. 한 그릇 1만2천원. 계절마다 달라지는 아홉 가지 곁반찬도 입소문이 났다. 섬진강에서 직접 잡아온 ‘고디’로 끓인 고디탕은 장치탕의 대타 메뉴다. 지금부터 빛을 발한다.

한때 가수 지망생이었던 남편 박태주씨(68)가 벽에 붙여놓은 추억의 팝송과 노래 가사를 음미할 수 있는 구석방은 예약 1순위다. (053)621-5888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