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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호미숙 여행작가입니다.

봄이 성큼 다가오는 즘

문득 봄을 미리 맞이하는 시조와 시를 읊고 싶어졌어요.

움츠러들었던 긴 겨울,

찬바람 속에서도 눈 내린 대지에서도

봄은 이미 움을 틔우고 조만간 '불쑥'하고

봄이 솟아오를 기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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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남녘땅은 유채꽃 예보에 마음을 술렁이게 합니다.

코로나로 힘들었던 지난 시기

새봄에는 이전보다 더 좋은 일상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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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소개하는 글은 제가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과

그때 여행지에서 느꼈던 풍경을 보고 시와 시조를 써봤습니다.

미리 함께 감상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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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호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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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를 물들이는 연둣빛 조화롬에

꽃망울 터뜨려서 꽃 범벅 지천일세

매화향 어지러움에 내 마음도 설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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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를 뿌려주던 꽃축제 끝나고서

가는 봄 잡으려니 저 만큼 달아나고

아서라 화무십일홍에 피해 갈 수 없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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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치마 차려입고 나들이 즐거운데

황사에 먼지바람 입 막고 눈 가렸네

에헤야 짧디짧은 봄 아쉽고도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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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 긋는 봄/호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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앳된 수양버들처럼

바람의 외줄타기로

낭창거리는 나른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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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똬리 동그마니 얹어

긴 끈을 지긋이 입에 문 채

새참 국수 함지박을 이고

봄 아씨처럼 논두렁 지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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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너울

수양버들 춤사위에

고수레 뿌린 녹두 국숫발이

연록으로 주렁주렁 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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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물린 똬리처럼

틀어쥔 삶을 곱씹는 어머니

국수 한 가락,

주름을 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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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그 한마디/호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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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이라고

서둘러 짤막하게 쏘아붙이면

식초 빠진 맹맹한 오이냉국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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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오오-ㅁ

이라고 길게 눈감고 음미해봐

고들빼기김치 알싸한 맛과

쌉싸래한 맛이 어우러져 침샘을 자극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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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앉은자리

오는가 하면 금세 가버리고

희미한 아지랑이 같지만

봄물은 순간에 누리에 퍼뜨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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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오오-ㅁ은

다소곳하게 두 손 모으며

기도하는 여린 싹의 고개 숙임처럼

그 한마디를 길게 되뇌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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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의 영장인 사람이라도

봄엔 꿈을 꾸고 희망으로 경건하지

보오오-ㅁ 맞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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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봄 나들이/호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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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은 잿빛 도화지,

게으른 봄이 회색을 마주한다

긴 머리를 빗어 주는

복사냉각의 안개 번짐 속으로

두 바퀴를 굴리며 젖어드는 설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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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돌린 물오른 버드나무가

하늘에 작은 구멍을 내어

분홍빛 망사옷을 걸치고

사뿐히 내딛는 봄을 훔쳐보다

자전거 벨 소리에 흠칫 놀란

가지마다 회색 솜털을 조랑조랑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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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엿뉘엿 붉은 달이 서녘으로 향할 즈음

잠실교가 바라다보이는 빈 벤치에 앉으니

오래된 흑백 영상 속에서

버들피리 불며 소를 모는 소녀가 걸어 나와

회색 강물에 발을 담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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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여 오라/호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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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오지 않고 떠들썩하게 굿판 벌이듯 오는 봄이여

갈대숲을 비집던 바람이 숨바꼭질에 수런대는 늪

제철 찾아 떠나는 철새들처럼 겨울은 떠나고

곧 축제가 열리리니 어여쁜 화관 쓰고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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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겨울 막 얼음장 밑으로 똘똘 흐르듯 왈츠로 오는 봄이여

털북숭이 버들강아지 분칠하면

나무에 물이 오르고 얼었던 땅에 녹색물 번지고

울긋불긋 꽃 잔치에 사뿐사뿐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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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행진곡처럼 장엄하고 씩씩하게 오는 봄이여

햇살을 씹어뱉던 겨울, 벙긋대며 옹알이는 갓난아이

앳된 엄마 눈과 마주치자 까르르 뒤로 넘어지고

빨랫줄 기저귀 살풀이장단에 너풀너풀 대듯 신명 나게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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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파리보다 먼저 꽃망울 뽐내며 오는 봄이여

부푼 가슴 설레는 여인에게 봄바람 가득 불어 넣어

어느 사내 눈 맞아 도망친다 해도 탓할 이 없으리니

팝콘 터지듯 팡팡 꽃 폭죽 속으로 흐드러지게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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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동시)/호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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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나뭇가지 꽃망울이

팡팡 튀밥을 터뜨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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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귀청 떨어지는

소리 없이도

몰래 터뜨린

색색의 뻥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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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함을

눈으로 먹고

코로 음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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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죽이

할머니 입술도

벙긋이 피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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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대한 시와 사진 모음-호미숙(시, 시조, 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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