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행, 영춘화가 핀 한강 자전거 라이딩/호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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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호미숙 여행작가입니다. 봄은 이렇게 아무도 모르듯 우리 곁에 머무르고 있는 3월 중순을 넘깁니다. 색색으로 이곳저곳에서 꽃폭죽을 터뜨리는 생생한 봄은 집안에 머무는 게으른 사람에게도 바깥으로 나오라 손짓합니다. 마음부터 달려간 서울의 한강 물줄기 따라 근거리만 나가도 봄은 아우성치듯이 꽃을 뽐내며 아름다운 자태로 마주 봐주길 바라며 향기로움으로 색깔로 미혹하고 있습니다. 두 바퀴 자전거 궤적 따라 만난 한강의 봄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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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호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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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를 물들이는 연둣빛 조화롬에

꽃망울 터뜨려서 꽃 범벅 지천일세

매화향 어지러움에 내 마음도 설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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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를 뿌려주던 꽃축제 끝나고서

가는 봄 잡으려니 저 만큼 달아나고

아서라 화무십일홍에 피해 갈 수 없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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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치마 차려입고 나들이 즐거운데

황사에 먼지바람 입 막고 눈 가렸네

에헤야 짧디짧은 봄 아쉽고도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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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나루 자전거 공원을 지나 잠실선착장으로 향하는 길, 그늘 막 아래 봄 햇살을 피해 한강을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여인들 그리고 벚꽃잎 같은 양산을 펼쳐 봄나들이 나선 여인들, 들리지 않는 거리지만 그녀들의 봄수다가 정겹게 느껴지는 건 봄의 따사로운 여유일까요? 멀리 남산타워의 높이는 흐릿한 풍경 속에 미지의 도시처럼 아련하게 보이는 봄의 한 가운데. 문득 나선 자전거 라이딩이 평화로운 풍경을 스치며 멈추는 곳이 봄이 스미고 사람들의 표정에도 봄이 묻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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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들의 자전거 타는 모습이 봄의 느긋함처럼 작은 두 바퀴 사이로 봄 햇살이 빠져나가고 강변을 달리는 여인들의 휘날리는 머릿결은 한강의 봄바람을 일으키고 얇은 옷깃으로 봄을 만끽하는 봄 여행은 내리쬐는 햇볕과 봄바람에 외투도 바람을 일으켜 자전거 속도를 돕고 있습니다. 긴 겨울 조용하고 잠잠했던 자전거 도로에는 차륵차륵 자전거 소리로 숨을 불어 일으키고 봄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며 시간은 정처 없이 물길 따라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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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에 떨어진 별들이 꽃별로 핀 영춘화, 영춘화 꽃무리에 코를 묻고 향내를 가슴속까지 느껴봄이 봄이로구나, 절로 봄 감탄사가 멜로디처럼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합니다. 마주한 중년 여인에게도 가슴을 뛰게 하는 봄, 봄은 그렇게 우리에게 봄의 가치를 뛰어넘어 내재된 여인의 설렘으로 마주한 영춘화 꽃들이 마구 가슴속으로 파고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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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들면 따사로운 봄빛이 고개를 숙이면 낮은 자리 발에 밟힐까 위태로운 꽃잔디가 연한 핑크빛 미소로 얼굴 내밀어 환영하는 곳, 언제 겨울이었는지, 어느새 봄이 왔는지 달력의 날짜로만 봄을 느끼던 사람들에게 밖으로 초대하는 봄 빛깔은 다채롭기 그지없습니다. 숨은 초록이 삐죽이 내미는 봄, 봄꽃의 특징이라면 꽃잎을 먼저 피워 자신을 돋보이곤 합니다. 나 여기 있어요~라고 손이라도 드는 듯 까치발 들고 봄 하늘 향해 봄을 외치는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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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꽃 흐드러진 나뭇가지는 봄바람에 꽃향기를 뿜어내며 새를 부르고 부지런한 꽃벌들을 마중하듯 달콤한 꽃 수술을 펼쳐 다소곳이 기다림의 시간을 갖고 있네요. 앙상한 가지마다 꽃송이를 펼쳐 피우고 봄을 외치며 꽃바람 일으켜 잔잔하게 은은하게 훅하고 봄이 쳐들어와 맥박수를 빠르게 하고 갖은 감성을 돋게 하는 봄, 봄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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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로 냉이를 캐던 아주머니들의 손길을 피해 잘도 피어난 냉이꽃, 잡초처럼 보이지만 나도 노란 꽃을 피운다며 키를 세워 꽃자랑이 여념이 없네요. 냉이꽃과 조우하려면 허리를 숙이고 무릎을 꿇어야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을 겸손하게 하는 꽃, 이른 봄에는 봄 내음 물씬 풍기며 입맛을 돋우고 봄을 맛보게 하는 냉이, 어느 집 된장찌개로 어느 집 식탁 위 냉이무침으로 봄으로 태어나 봄으로 먹히는 봄을 가장 먼저 맞아주는 흔하디흔한 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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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허허로운 긴 겨울 찬바람에 속을 텅 비운 채 빈자리만 남기고 햇살을 품은 박주가리는 마지막 깃털을 나풀 거리며 한 생을 마감하고 있는 순간, 바람결에 날아간 홀씨는 어디선가 싹을 틔우고 봄볕에 고개를 내밀고 있으려나, 봄을 맞이하며 새로움을 받아들이기 위한 비움의 철학을 보여주는 박주가리 같은 자리에 꽃을 피우지 못해도 수많은 자리에 새 생명으로 자신의 숙명을 담담하게 맞이하는 작을 풀꽃들이 봄이 되니 경건한 마음으로 마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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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커플 자전거 라이더, 연인들의 즐거운 봄 소풍이 봄 햇살보다 밝고 따사롭게 둘만의 추억을 만들고 자전거 궤적 따라 봄을 새기며 사랑도 다지고 깊어지리라. 홀로 라이더들에게 부러움을 선사하는 커플 라이딩의 그림이 한강의 봄을 질투 나도록 아름다운 풍경으로 선사합니다. 사랑도 봄이고 풍경도 봄이라 보는 이도 봄으로 시샘하듯 부러워하며 뒤를 쫓습니다. 한창 좋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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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둥이 리트리버 막내라는 녀석이 착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보고 다가오면서 친한 척 표정을 짓네요. 막내야 너도 봄맞이 산책 나왔구나, 막내야 봄은 너에게도 좋으냐? 자전거 잠깐 세워두고 겸둥이 막내랑 잠시 인사하고 스치듯 인사하며 봄을 마중하는 길, 오가는 사람들이나 스치는 풍경이나 봄을 행복을 선사하는 아름다운 단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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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천합수부 강태공들은 오늘도 변함없이 자리를 잡고 봄 날씨에 세월을 낚고 있네요. 커다란 욕심내지 않고 가끔 눈먼 고기들의 월척을 낚으며 손맛을 즐기는 강태공들, 잡았다가 풀어주고 얼마 못 가 또다시 낚이는 물고기들 어른들의 즐거운 낚시 놀이는 봄의 여유라고나 할까, 긴 기다림에도 지침도 없고 지루함도 없는 강태공들의 끈기와 인내에 찬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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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낚싯대를 드리우고 하염없이 강물의 찌에 응시하는 아저씨는 봄볕에 쏟아지는 졸음을 꾸벅꾸벅 허공에 인사를 하고 있네요. 지켜보던 사람들이 낚시찌를 지켜드리는 재미있는 장면들, 봄이라서 봄이기에 봄 때문에 한낮의 꿈을 꾸는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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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물끄러미 강물 위를 바라보다가 우연한 찰나에 솟구쳐 오르는 잉어 한 마리에 순간의 셔터를 누르며 마치 보물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가슴 뛰는 것은 무엇인지, 마치 손맛을 보는 강태공보다 더한 이 손맛을 무슨 의미일까. 아무래도 봄마중 온 여인에게 반갑게 몸인사라도 하려는 듯 강물 속을 튀어 오른 것 같아. 반갑다 잉어야 잡히지 말고 강물에서 평화롭게 노닐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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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 두 번째 행운의 셔터 한 마리는 솟구치더니 이번 잉어는 날아오르고 있네. 강물 위를 비상이라도 하는 듯 지느러미를 한껏 펼쳐 봄을 환영하는 저 몸짓, 오늘은 무슨 일인지 쉽게 담을 수 없는 강물 위 잉어를 이렇게 쉽게 만날 줄이야, 눈으로야 여러 번 본 풍경이지만 카메라 셔터 안에 이런 희귀한 풍경을 담을 수 있다니 봄날은 역시 행운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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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낚시에 걸려든 물고기 한 마리, 있는 대로 물길을 차고 몸부림쳐봐도 강태공의 손짓에 걸려들었구나 아저씨가 다시 놓아 줄 테지만 더 이상 아픈 고통 없이 한강을 즐기렴,

봄볕에 끌려 나간 3월 어느 날, 한가로운 봄 여행, 자전거와 함께 했던 봄나들이는 짧았으면서 긴 여운으로 남아 돌아오는 길에도 봄을 달리며 오늘을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는 기록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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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행, 영춘화가 핀 한강 자전거 라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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