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도 전주만큼이나 오래된 한옥 마을이 많은 곳인데요. 경주 교촌 마을에 가면 한옥과 함께
중요민속자료 제27호인 경주교동최씨고택과 중요무형문화재 제86-다호인 경주 교동법주가 자리 잡고 있어
경주에 간다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랍니다. 경주 여행에서 유명한 교리 김밥도 교촌 마을에 자리잡고 있죠.
교촌 마을에서 먼저 들른 곳은 최부자댁으로 알려진 경주교동최씨고택입니다. 이 가옥은 경주 최씨의 고택으로
1700년 경에 건립되었습니다. 문간채, 사랑채, 안채, 사당, 고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원래는 99칸 집이었다고 하는데,
1970년 화재로 사랑채와 별당은 주춧돌만 남았다고 합니다. 안채는 'ㅁ' 자 모양이고 대문채는 'ㅡ' 모양이며
사당은 사랑채와 서당으로 이용된 별당 사이에 배치되어 공간적인 깊이를 느끼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양반집의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어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건물이죠.
12대 동안 만석 지기 재산을 지켰음에도 불구하고 여섯 가지 행동지침과 여섯 가지 수신으로
주변 마을 사람들에게 공경을 받은 가문이라고 합니다.
"벼슬은 진사 이상은 하지 말라,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흉년에는 남의 논밭을 매입하지 말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최씨 가문 며느리들은 시집온 후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라는 여섯 가지 지침은 현대에 와서도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어떤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거 같아요.
이렇게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엄격했던 가문의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ㅁ'자 모양을 지닌 안채와 만석을 저장할 수 있었던 곳간을 보고 나니 부자였던 최씨 가문이 더더욱 대단해 보였어요.
최부자댁을 들른 후 한옥 마을 곳곳을 여유롭게 둘러보았습니다.
전주 한옥마을과 비슷한 느낌의 한옥들이 모여있는 경주 교촌 마을은 규모는 전주 한옥마을에 비해 작은 편이지만,
상업화가 덜 되어 있어서 정겨운 느낌이 들었어요. 이곳에서는 전통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으며 전통 떡치기 체험과 함께
교촌 마을을 대표하는 개, 동경이도 볼 수 있어요. (동경이는 천연기념물 540호로 동경이를 보려면 입장료 천 원을 내야 합니다.)
아기자기한 마을이라서 구경하기 좋았고 사람도 많지 않아서 더 좋았던 거 같아요. 풍경 소리가 예뻤던 유리공방 체험관에서
유리 제품도 구경하고요. 경주 교촌 마을은 작은 편이기 때문에 한두 시간이면 넉넉히 보고도 남습니다.
경주에서 유명한 관광지를 꼽으면 대릉원과 불국사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한옥 마을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전주한옥마을의 예전 모습처럼 한적함이 느껴지는데다가 작은 공간에 아기자기한 공간이 많아서 알차게 관광을 할 수 있답니다.
특히 유리공방의 작품들이 무척 예뻤어요. 시간이 되면 공방 체험도 할 수 있다고 하니, 한옥 마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보시기 바랍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경주 법주와 한옥마을의 명물, 교리 김밥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