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릉 소나무 숲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후, 마지막으로 서출지를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대릉원, 교촌마을, 오릉, 삼릉에 서출지까지.... 이날 더운데도 참 많이 돌아다녔네요.
서출지는 까마귀가 소지왕(재위 479~500)의 목숨을 구한 전설이 서려있는 연못입니다.
소지왕 10년(488) 정월 대보름날에 왕이 궁 밖으로 행차하셨는데 쥐와 까마귀가 나타났고,
쥐가 “까마귀가 가는 곳을 따라가라”라고 일렀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병사를 시켜 따라가게 하였더니
한 연못이 나타났고 한 노인이 나타나 “거문고 갑을 쏘시오”라고 쓴 편지를 바쳤다고 합니다.
이에 왕이 궁으로 돌아와 활로 거문고 갑을 쏘았는데 그 속에 몰래 숨어있던 궁주와 승려가 활을 맞고 죽었습니다.
그 뒤로 연못에서 글이 나왔다고 하여 ‘서출지’라 하였으며 정월대보름에는 소지왕을 살려준 까마귀에게 찰밥을 주는
‘오기일’이라는 풍속이 생겼다고 하네요.
서출지에 있는 정자는 조선 현종 5년(1664)에 임적이라는 분이 지은 이요당이라는 건물입니다.
소박하지만 연꽃밭과 함께하여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건물이랍니다. 자연과 조화롭게 어울려서 더욱 인상에 깊게 남네요.
게다가 날이 무척 더웠는데 서출지의 나무 그늘에 앉아있으니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더할 나위 없이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좋아하는 연꽃도 보고 잔잔한 풍경도 봐서 힐링 되는 기분이었어요.
오릉과 삼릉에서는 소나무 숲의 아름다움에 반하고, 서출지에서는 연꽃밭의 아름다움에 반했습니다.
자연과 잘 어울리는 유적지 탐방을 하고 나니 마음이 매우 차분해졌어요.
예전에는 관광이라고 하면 액티비티를 하거나 맛집을 들르고 쇼핑을 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이렇게 한적하고 옛 유산을 둘러보는 일도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복잡하신 분들이 가면 더욱 좋을 여행 코스인 거 같아요.
서출지 주변에는 카페가 한 두어개가 있는데, 그밖에는 머물 수 있는 곳이 많이 없어요.
연꽃을 구경하거나 주변의 한적한 자연을 즐기려는 분이 아니라면 패스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서출지에서 조금 더 가면 통일전이나 무량사가 있는데, 이 두 곳을 구경하신 후 휴식 겸 들르시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꼭, 서출지는 연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는 여름에 가셔야 더 좋을 거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