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벗과 생사의 갈림길, 고비사막에 가다!

사람들은 능력을 넘어선 큰일을 하고 나면 자신에게 뭔가 대단한 변화가 일어날 거라고 은근히 기대한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거나 무모한 시도를 하는 것도 이런 심리 때문일 것이다.
내가 그토록 사막에 가고자 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던 것 같다. 소심하고 고지식한 나 자신에게, 이 지루하고 별 볼 일 없는 일상에 뭔가 즐겁고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싶었다.
그래서 미친놈 소리까지 들어가며 사막으로 달려갔고,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무사히 레이스를 마치고 돌아왔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내게 변화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다.
그 엄청난 일을 하고 왔으면 거창한 일까진 아니더라도 뭔가 조금이라도 달라져야 할 텐데,
아무리 기대하고 기다려도 그럴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다시 강북구청 공무원 김경수로 돌아가 성실하게 직무에 충실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 수록 사막이 더 그리워졌다.
한 번만 갔다오면 사막에 대한 열망이 풀릴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시간이 갈수록 더해지기만 했다.

다시 사막에 갈 계기를 찾기 위해 혼자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어느 날 이용술 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용술 씨는 시각장애인이다. 눈이 안 보이는 장애에도 그는 국내 마라톤대회뿐만 아니라
사하라사막 마라톤대회에도 참가한 뛰어난 마라토너다.
용술 씨와는 사하라에 가기 전, 내가 도우미가 되어 마라톤대회를 완주한 인연이 있었다.
다녀온 다음에도 용술 씨의 도우미가 되어 국내 대회에서 함께 달린 경험도 몇 번 있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용술 씨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김 형, 나 이번에 고비사막에 가려고 하는데, 같이 안 갈래?”
“뭐? 고비? 고비사막에 간단 말이야?”

귀가 번쩍 뜨였다.

“응. 그래서 김 형이 내 낙타가 되어줬으면 하는데….
난 김 형이 도우미를 해줄 때가 제일 좋았거든. 김 형하고 꼭 같이 가고 싶어."
‘그래, 도우미! 용술 씨 도우미로 가면 되겠구나!’

시각장애인의 도우미라면 다시 사막에 갈 이유로 충분했다. 이 생각을 왜 진즉 못 했을까.
벌써 마음은 사막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MBC에서 용술 씨의 레이스를 취재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왔다.
MBC의 간판급 예능 프로그램인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우리의 고비사막 마라톤을 취재하고 싶다고 했다. 완주를 하면 방송국에서 4,000만원 상당의 장애인 이동차량을 장애인 단체에 기부하는 조건이었다.

고생은 좀 되겠지만 그래도 좋은 일을 할 수 있으니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몇날 며칠의 고민 끝에 4,000만 원이 넘는다는 그 장애인용 차가 욕심나서
그만 방송출연을 허락해버렸다.

위 글은 명진출판에서 출간한 <미쳤다는 말을 들어야 후회 없는 인생이다>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미쳤다는 말을 들어야 후회 없는 인생이다 <김경수> 저

명진출판, 2013년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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