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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의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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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보드 세라지

민승남 옮김

은행나무

2010

☆ :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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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를 잘 보면 아라베스크적 아치형 문양아래 이란 가옥들의 지붕이 눈에 들어온다. 정확히 찍힌 장소가 테헤란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겠지만, 이런 식으로 테헤란의 지붕은 존재하지 않을까 추측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표지의 또 하나, 왼쪽 아래 부분에 그림자도 눈여겨 봐야한다. 여자와 남자가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으로 있다. 이 책에 기대자면 그림자의 주인공은 파샤와 자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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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70년대 이란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성장소설 혹은 연애소설 혹은 후일담소설이라는 다양한 범주화가 가능해질 것 같다. 이란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당연히 주인공들은 이란인들이고 이들의 성장담이, 그리고 연애 이야기가 담겨져있다. 여기에 또 하나, 1970년 이란을 배경으로 친미독재정권 파라비 왕조에 대한 비판적 내용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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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복한 가정의 고등학생 파샤는 밤만 되면 지붕에 올라가 별을 보며 잠들기를 즐겨한다. 걱정이 많은 엄마가 지붕에서 자다가 떨어져 다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고 꾸지람을 해도 파샤는 지붕에서 별을 보며 보내는 밤시간을 놓치 못한다. 가끔은 친구 아메드와 함께하기도 한다.

동네에는 '닥터'라고는 닉네임으로 불리는, 닥터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상당히 박식한 대학생이 있다. 책읽기를 좋아하고 매우 똑똑한 파샤는 닥터를 동경의 대상으로 사랑한다. 그러나 닥터에게는 부모사이에 맺어진 정혼자가 있고 그녀가 바로 자리이다. 파샤의 옆집에 사는 자리를 파샤는 몰래 사랑한다. 닥터를 동경하면서도 마음 한켠에서 죄스런 마음이 드는 것은 이때문이다. 그러나 파샤는 결코 내색하지 않는다. 닥터의 여자를 가로채는 것을 자신이 견디지 못하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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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닥터가 이란의 비밀경찰 시바크에 체포되어 주검이 되어 돌아온다. 파샤는 이란 정부, 독재왕조에 엄청난 반발을 갖게 되고 파샤의 주변인물도 마찬가지이다. 갖은 방법으로 정부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탄압하고 죽이는 무능한 독재왕조에 대한 분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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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샤는 책 속에서 끊임없이 자리와의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닥터와의 관계 때문에 자신의 속내를 내비치 못하는 상황을 보여주고, 닥터가 죽은 후에는 또 다른 탁터에 대한 미안함으로 자신의 사랑에 당당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결국 그들을 사랑한다. 작가는 어린 파샤의 두근거리는 사랑의 감정을 아름다운 언어로 풀어낸다. 자리의 눈빛, 말 한마디에 떨리는 파샤의 마음을 풋풋함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나 자리의 아름다움이라든지 행동을 묘사하는 부분은 정말 사랑에 빠진 입장에서 씌여진 글 같은 느낌이 든다. 오십을 넘었다는 작가가 열여덞 남짓의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것,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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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구성은 1974년의 정신병원에 입원한 파샤의 이야기와 1973년의 파샤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전개되다가 결국 정신병원을 퇴원한 이후의 이야기로 합쳐진다. 책을 읽으며 건강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파샤가 어떻게 해서 정신병원에 갖히게 된 것일까 의문이 드는데 그것은 닥터의 죽음 이후에 자리가 택한 어떤 한 사건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그 일로 파샤의 둘도 없는 친구 아메드는 체포가 되고 파샤는 기억의 일부를 잃어버린 채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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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계기로 '눈 감고 귀 막지 않고 깨어 있는 정신으로 사는 것', '사랑이라는 커다란 힘'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이란의 독재 상황이 우리나라의 민주화시기와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란인들에게 종교란 어떤 의미인지, 우리와 사고방식에서의 차이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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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작가 마보드 세라지는 실제 이란 태생으로 열아홉이 되던 해에 미국으로 건너갔던 인물이라 한다. 파샤가 미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공부를 하기로 되어있는 설정과 같다. 이 부분 뿐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내용 전개가 상당부분 그의 삶의 궤적과 일치하지는 않을까, 혹은 그의 주변인과 일치하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되어진다.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이란'이라는 나라 자체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책 속에서 계속해서 '우리 이란인들은'이라는 구절이 많이 눈에 띄는데 그의 의식 기저에 있는 자국에 대한 자긍심은 은근히 녹아있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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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반전을 어느정도 예상하면서도 내 예상이 틀린걸까라고 헷갈린 부분도 있었다. 책은 찬찬히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놓는데 호흡이 한결같고 작가가 흥분하지 않아 좋았다. 미국독립서점연합이 2009년 놀라운 데뷔작 6편에 선정되었다는 타이틀에 걸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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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파샤의 주변인, 이 책을 읽고 파샤의 친구 아메드와 파히메, 이라즈, 그리고 파샤의 부모님과 부모님 지인들. 이런 사람을 알고 지낸다는 건 정말이지 부러운 일이다. 나도 그런 사람들과 마을에서 가장 높다는 파샤의 지붕에서 별을 보며 누군가를 떠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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