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요리법

조보나

디자인이움

2010

☆ :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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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파워블로거로 선정된 기린나무라는 분의 책을 받아들고, 이게 요리책인지 에세이인지 약간 헷갈렸다. 서너 페이지에 글이 끝나면 요리 레시피들이 등장하는데 책의 분류를 어찌해야 좋을지 약간 애매모호한 구석이 있다. 다시 책 표지에 눈을 두니 '감성 레시피'라는 구절이 눈에 띈다. 모호했던 개념이 확실해진다.

사실 이 분이 요리에서도 에세이에서도 전문성을 띄었다고 보기 어렵다. 잘나가는 요리강사도 아니고, 글로 인정받는 작가도 아니고 내또래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자취생 입장에서 쓴 요리법들이 관심을 일으키게 되고 파워블로거가 되고 책까지 낸 케이스의 경우이다. 따라서 책을 읽을 때 마음을 조금 가볍게하고 읽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엄청난 요리비법을 누설하지도, 엄청난 필력을 자랑하지도 않지만, 공감을 불러일으킬만한 이야기들, 쉽고 익숙한 음식들의 레시피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요리법은 스킵하고 씌여진 글들을 중점적으로 읽었는데, 이 분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가 공감되어지는 게 많았다. 나랑 나이가 같거나 한두살 차이가 나는 듯 보였고, 자취생활을 한 경험도 비슷하고, 이것저것 만들어먹는 걸 좋아하는 부분도 같고 놓여있는 상황이 비슷한 처지 같았다. 물론 전공의 경우 이 분은 미술이라는 게 가장 크고 확실한 차이지만 말이다.

블로그에 요리법을 올리게 된 계기가, 자취하면서 제대로 챙겨먹지 않아 쓰러진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몸을 챙기며 이것저것 만들어 먹었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아직 이 분의 블로그를 방문해보지 않았는데 아마 이 책보다 많은 요리법을 담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읽으면서 크게 공감했던 내용은 가족, 집에 대한 내용과 배달음식에 관한 이야기였다.

떨어져 지내는 가족의 이야기와 딸은 모두 도둑이어서 집에만 가면 이것저것 챙겨오기 바쁘다는 이야기에서 아, 나도 이런데 라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그리고 가장 어려운 일은 배달음식을 시키는 일이라는 것, 여기 짜장면 한 그릇이요라고 시키는 것이 어쩐지 미안하고, 현관문을 열고 배달음식이 놓여지는 동안 자신의 모든 공간이 노출되는 것 같은 불편한 기분에 대한 소회를 통해 배달음식은 여전히 쉽지 않다고 하는 부분에서 이런 사람이 또 하나 더 있다니 하는 반가움이 들 정도였다.

책 속에는 오므라이스, 오뎅탕, 콩나물밥, 고구마 자장, 떡볶이, 쑥국, 샌드위치 등의 메뉴가 소개된다. 소개된 레시피를 보고 찌개나 국 종류까지 꽤나 섭렵하고 있음을 보고 내 자취생활과는 큰 차이를 발견했다. 나는 주로 한식은 볶음요리 같은 게 메인이다. 주변에서 나도 음식 잘한다는 소리를 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 조금 듣는 편인데 나만의 레시피를 써내려간다면 어떤 메뉴를 넣어야하나 생각 좀 해봐야겠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10%가 한식이지 않을까. 나는 한식과는 조금 거리가 먼 사람이니까 말이다.

이 책을 접하기 전 이 분에 블로그를 방문을 해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글을 쓰고 나도 블로그에 '기린나무'를 검색해보고 블로그에 놀러갈 생각이다. 블로그 가득 어떤 감성레시피가 담겨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