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5일 토요일 PM7:00 나루아트센터 대극장

*cast: 박해미/김진수/오산하/강지우 外

<진짜 진짜 좋아해> 라는 가요가 혜은이라는 가수의 곡임을 알게 된 건 생각보다 어린시절이었다. 가요프로에 트로트 일색이었던 내 유년시절을 돌이켜볼 때, 어쩌면 당연한 것일는지도 모르겠다. (세살 어린 내 사촌 동생의 18번은 주현미의 밤비내리는 영동교였으며, 가요톱텐의 1위는 현철의 봉선화 연정이던 시절이었으니)물론 혜은이의 곡은 더 일찍 나온 곡이었지만, 엄마가 이 곡을 상당히 좋아하셨던 모양이다. 노랜 다 기억 안나도 후렴구 부분이 멜로디까지 정확히 기억난다.^^;;

여튼, 그래서 엄마랑 찾은 공연이었다. 국내 가요로 넘버가 채워 진 주크박스 뮤지컬을 사실 그닥 즐기지는 않는 편이어서, 그간 보아 온 <젊음의 행진> 이나 <新 행진! 와이키키>등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그리고 뮤지컬을 보고 온 지금 딱히 지금 나열한 뮤지컬들에 비해 특별히 다른 점을 별로 찾지 못했다. 스토리가 다소 빈약하더라도, 익숙한 음악들이 충분히 귀를 즐겁게 해 주는 뮤지컬이라 할까.

1. 진짜 진짜 좋아해

<진짜진짜 좋아해> 라는 제목은 어찌보면 유치한 듯 기억속에 오래 남는다. 아마도 그래서 동명의 영화가 나오고, 이 곡이 나온 지 30여년 후 동명의 드라마가 나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먼저 영화 <진짜진짜 좋아해>는 1978년 개봉작이다. (난 태어나지도 않았음 ㅋ)

아...이 70년대 스러운 포스터...ㅋㅋ

청순한 예진아씨- ㅎㅎ;;

엄마 말씀을 들어보면, 임예진이라는 배우는 청순한 이미지로 그 당시 최고의 여배우였다 한다. 영화 줄거리를 읽어보니 좀 막장;; 근데 <진짜 진짜 좋아해>를 영문 제목으로 라고 쓰여있는게 왜이리 웃기지. ㅋㅋ 세바퀴에서 지금은 좀 푼수 아줌마.;; 이미지지만, 임예진 씨는 과거의 앳된 얼굴이 요즘에도 남아있는 것 같다.

그리고...<진짜 진짜 좋아해>의 주인공 혜은이.

정확히 몇년도에 나온 가요인지 잘 모르겠다. 길옥윤 씨의 작품으로 1970년대 후반의 작품이라고 뭉뚱그려 나온 게 전부인지라; 영화보다 먼저였을지, 아니면 영화 개봉 후 나온 건지 모르겠다. OST로 쓰인 건 아닌 듯 하고. 지구력이 딸려서 더 찾는 건 좀 무리^^;; 여튼 울 엄니가 참 좋아라 하는 가수 중 한 분이다.

그리고...2006년 드라마로 제작 된 <진짜 진짜 좋아해>

과거 개봉되었던 영화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였고, 아마도 나는 지구력이 딸려 또 한 1회 쯤 보다 만 기억이지만...-0- (유진의 강원도 사투리에 잠시 놀라기도 했고.;ㅁ;)

여튼 이렇게 같은 제목으로 여러가지 분야의 작품들이 나왔고, 여기에 뮤지컬까지 등장한 것을 보면 이 곡이 발표되었을 당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좋아하고 공감했는지 표면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내 취향 뮤지컬은 아니었지만, 뮤지컬 <진짜 진짜 좋아해>는 어른들과 함께 찾아 어른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가볍게 집으로 돌아오기에 딱인 뮤지컬이다.

2. 배우 효과

사실 박해미 캐스팅을 선택한 건, 엄마를 위한 배려였다^^;; 과거 뮤지컬 <스위니토드>에서 너무 실망한 경험이 있었던지라.; 내가 그녀의 <맘마미아>속 도나를 봤었더라면 아마도 그 기대감을 유지할 수 있었을 지 모를 일이지만...TV에 얼굴을 알리고 유명해지고 난 후부터 어쩐지 무대 위 모습이 그닥 성의 있어 보이질 않았다. <스위니토드>에서 박해미의 러빗부인을 본 사람들 중 열에 아홉은 모두 불만족이었으니까. (심지어 가사도 제대로 모르고 무대에 오른 날도 있었다는...-_-;;)

가요들로만 이루어 진 넘버들이고, 실질적으로 박해미 씨의 비중 자체가 많이 크지 않아서인지 특별히 노래하는 모습에 성의를 따지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매우 물 흐르듯 잘 흘러간 것 같다. 놀랐던 건 김진수 씨의 노래실력이랄까. 호오, 개그맨 하실 땐 전혀 못 느꼈다는.;; 여튼, 배타고 노 젓는 장면에서 순간순간 연륜이 만들어 낸 애드리브가 나올 땐 빵빵 터졌다. ㅋㅋ

스토리는 대략 뻔 하다. 타깃이 20대 여성이었으면 욕먹을 스토리 라인이지만, 40대 이상의 어른들에게 맞추어진 뮤지컬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스토리의 뻔함을, 인지도 높은 배우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풀어주어 좋았던 것 같다. 일단 울 엄마는 나보다는 뮤지컬 자체에 대한 애착이 덜 하실테니 말이다. (공연 전에, 박해미가 나온다고 하자 엄마 눈이 정말 반짝, 하셨다는.ㅋㅋ)

3. 음악적 매력, 신해철

가요들로 구성된 뮤지컬의 넘버들은 뭐랄까, 전반적으로 편곡 자체에 그다지 정성이 안 들어간 느낌이 든 적이 많았다. 상황에 맞게 곡을 배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을 관객들이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을 받을 것이냐에 대한 부분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기에. 상당히 오래 된 곡들임에도 불구하고 듣기에 불편한 느낌이 하나도 없었는데- 뉴스기사를 보고서야 알았다. 편곡을 마왕이 했더라..;;;;

그래서인지 커튼콜 앵콜 전 <그대에게>를 삽입한 건, 마왕이 음악 편곡을 담당했기 때문이었을까?^^;; (사실 뮤지컬 젊음의 행진에서 이미 송경태의 "그대에게"만으로도 충분히 광분하던 나였지만 ㅋㅋ) 하긴 "그대에게"는 88년도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곡이었으니 7080세대에 맞기는 하다 ㅋ 사실 신해철 같이 실험정신 투철한 사람이 뮤지컬 음악을 해 주는 것도 나같은 사람에겐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이런 주크박스 말고...순수 창작으로 어케 좀 해볼 생각 없으신지<ㅡ 이 따위의 팬심이랄카. ㅋ

4. 그리스 vs 진짜진짜 좋아해

극 속에 등장하는 70년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볼 때마다 촌스럽다고 느끼는데, 이걸 브로드웨이에 적용시켜보면 어떨까. 우리나라에서 오픈런으로 공연되고 있는 그리스. 나는 분명 영화 그리스 속의 그 엄청 촌시련 존트라볼타의 옷차림과 머리스탈을 기억하고 있다.

영화 진짜 진짜 좋아해가 1978년작이고, 영화 그리스도 1978년작이다. <진짜 진짜 좋아해>와 <그리스>는 동시대에 동서양 다른 나라의 문화적 이면들을 확실하게 보여준다는 부분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진짜 진짜 좋아해>는 40대 이상의 연령층이 주로 보고, <그리스>는 2,30대가 주 관객층이다. 이건 좀 어그러진 부분이 아닐까.;; 즉, 세대간의 문화적연결고리가 매우 단절되어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빠가 좋아하던 롤링스톤즈를 아들도 좋아하는 외국의 문화. 엄마가 좋아하는 혜은이를 나는 잘 모르는 우리나라의 문화. ...갑자기 슬퍼지네=_=;;

아, 물론 우리나라에서 그리스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시대적 감각을 잘 반영한 연출의 능력도 한 몫 하겠지만, 다른 무엇보다

이렇게 훈늉한 기럭지의 옵화들이 많이 나와서 눈이 즐겁기 때문에? ㅋㅋㅋㅋㅋ

<맘마미아>같은 탄탄한 스토리의 구성은 찾기 어려웠지만, 가족들과 함께 보낼 연말은 지나치게 심각하고 너무 어려운 공연 보다는 한 번 더 웃을 수 있고 박수치며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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