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인왕산 등산로를 따라 10분 정도 오르면 개미마을이라는 곳이 보입니다.
특이한 이름을 가진 마을...왜 개미마을일까?? 찾아봤더니 여러가지 설이 있더만요...
6.25 전쟁 당시 가난한 사람들이 몰려와 천막을 치고 살았던 곳이랍니다..
그 때는 인디안촌이라 불렸는데 1983년에 개미마을이라는 정식명칭을 가졌다네요..
개미처럼 부지런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라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라는게 가장 유력합니다.

서울에 이런 동네가 있을까 싶을만큼 열악한 환경의 달동네 마을이였는데
그 중 절반이 지난 여름 재개발로 사라져버렸습니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 남아있는 마을 집들에 새로운 변화가 생겼답니다.
미술을 전공하는 대학생 자원봉사단들이 마을의 집집마다 벽에 벽화를 그렸거든요..
아름다운 벽화들이 입소문을 타서 사진 찍는 사람들이 수시로 들락 거리더니
지금은 서울의 명물이 되어 홍제동 개미마을이 인터넷에 오르락 거리고 있습니다.

예쁜 벽화 덕분에 남아있는 마을에는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끊이지 않지만
사라진 절반의 공터에서는 아픔들이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담도 없이 날림으로 지은 집에 등산로에나 있을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던 집들에는
저마다 한두마리씩의 개들이 있었습니다.
몽삼형제 인왕산 오를 때마다 달려 와 으르렁 거리던 녀석들을
나는 개미마을 건달들이라 부르곤 했었지요....
없는 살림에 재개발로 집이 허물어지고 얼마 안되는 보상금으로 이사를 갈 때....
개들까지 살펴서 챙겨 가신 집들이 얼마나 될까요???
내가 건달들이라 부르던 그 녀석들이 지금은 인왕산 산개들로 변해있습니다..

개발을 빌미로 산동네 마을은 사라지고 잊혀지고...그리고 그 와중에 버려지는 생명체들...
지지난주에 산에 오르던 말티즈 한 녀석이 그 건달들에게 물려 고생을 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물린 개도 불쌍하고 문 개도 불쌍하고....
개미마을 벽화의 고운 색깔들이 눈물로 얼룩지네요....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