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6월 말로 향해가네요. 시간이 진짜 빠르게 흘러가는 거 같아요. 요즘 출퇴근길에 오며가며 임신부를 많이 보게되는데요, 문득 갑자기 1월에 유산했던게 생각이 나요. 고사난자였고, 아이도, 난황도 전혀 보지 못했던 상황에서 설날연휴 시작일에 소파수술을 받았었죠. 그 당시에는 부풀었던 기대와, 새로운 경험으로 가슴이 벅찼었는데, 유산 후에 한 한달 정도 신체적 고통이나 허무함에 힘들어했던거 같아요. 그 이후에는 유산했던 것을 생각해도 별로 슬프진 않았어요. 요즘도 '아, 그랬었지'하고 느끼는, 무덤덤 하다고 해야할까요? 

근데 오늘은 좀 아니네요. 그냥 뭐랄까, 단순히 유산으로 인한 슬픔이라기 보다는, 그 때 그대로 임신이 유지되었다면 내 배가 지금 어느정도 나왔겠구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몇개월 정도 되었겠구나, 성별은 어땠겠구나. 나는 무슨 준비를 하고 있겠구나. 그런 예상 있잖아요? 그러니까 어쩐지 기분이 슬퍼지네요. 

오늘 출근길에 아나바나장 같은게 펼쳐지는 걸 봤어요. 거기 보니 아이들 옷 판매자들이 많이 나왔더라고요. 알록달록 귀여운 아이들 옷이 좍 펼쳐져 있는데, 갑자기 그때 내 아이가 지금 뱃속에 있었으면 딸이었을까, 아들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눈물이 불쑥 나왔어요. 진짜 괜찮았는데, 다시 임신 계획하려고 여기저기 고장 난 몸 보수하느라 바쁜 요즘이었는데, 어쩐지 오늘은 참 우울하네요.

이런 마음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곳이 여기 말고는 없는 것 같아서 주절 거려봐요. 우리 다 예쁜 아이 품을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