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그 청년과 결혼한 그녀는
이역만리 낯선 하와이에서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남편을 내조하고
그 곳에 사는 한국 청소년들의 민족교육에 힘썼다. 
오로지 남편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마침내 그녀는 1945년, 결혼한지 십 년 간 만에
그리던 남편의 나라, 한국 땅에 첫발을 내딛었다.
얼마 있어 남편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그녀는 한 나라를 대표하는 영부인이 되었다.

그녀는 바로 이승만 대통령의 부인인 프란체스카 여사이었다.
남편은 한 나라의 정상의 자리에 올라 언제 어디서나
최고의 대우를 받았지만,
그녀는 언제나 조용히 드러내지 않고 자신의 일만 할뿐이었다.

일천구백육십 년 남편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그녀는 실의에 차고 병들기까지 한 남편을 헌신적으로 돌보았다.
그래서 그녀의 별명은 '베스트 와이프'가 되었다.

일천구백육십오 년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슬픔에 못이겨 고향인 오스트리아로 떠났지만
오 년 후에 다시 남편의 나라로 돌아왔다.

한국은 이미 그녀의 조국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후 그녀가 보여 준 것은 쪽진 머리에
고운 한복을 입은 다정하고 이해심 많은 할머니의 모습이었다.

1993년 겨울 어느 날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구십이 세의 삶을 살면서 남긴 물건들이 공개되었다,
사십 년간 아껴 쓰다가 며느리에게 물러준 검정 예복,
십오년간 입은 여기저기 꿰맨 속옷,
여덟 군데나 꿰맨 스타킹, 삼십일 년이나 쓴 양산,
국산품이 귀했던 시절 구입하여 삼십사 년 동안 입은 국산 모직

정장...

수십 년 동안 프란체스카 여사를 모셔 온 그녀의 며느리는 말했다.
한국말을 잘 못하시던 어머니가 집안에서
가장 많이 쓰셨런 말은 '쪼금쪼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