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전 우연히 길에서 만난 한 여고동창으로 인하여

연결, 연결해서

그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여고시절에는 참 잘 어울려다니던 친구였는데

학교를 졸업하고는 한 번도 보지 못하였다.

나의 베스트 후렌드에게 말을 전하니 그 친구도 너무 너무 좋아하는 것이어서

우리는 서울 종로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무려 30여년만에.....

베푸는 부천에 살고, 나는 당시 상계동에 살았는데

그 친구는 대전에 산다고 하였다.

우리는 셋이 뛸듯이 기뻐하였다......

그렇게 서로 연락하고 지냈는데

일본에 사는 친구가 방문하는 바람에 또 만나게 되었다.

일본 친구도 다같은 학교 동창으로 잘 어울려 지내던 사이다....

비록 대전에 살기는 했어도 그 친구는 서울로 거침없이 올라와 주었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울 큰 딸이 결혼하게 되었는데 결혼식에 참석을 좀 해주라.

내가 이혼해서 우리 측 참석자를 알아보니 38명밖에 안되더라고....."

그래서 나는 남편과 함께 기꺼이 대전에서 있었던 그 친구 딸의 결혼식에 참석해주었다.

둘째 딸 결혼식에도 마다않고 대전이 멀기는 했지만

부천사는 친구랑 함께 승용차로 참석해주었다....

그러니까

하는 수 없이 울 큰 딸 결혼식에도 참석해주었다.

그런데 손자들이 생겨나서 손자들을 봐야한다면서

외국에서 동창들이 찾아와도 대전으로 내려오라는 것이었다.

친구들은 형편이 그렇다면 우리가 만나러가지 머.

하고 몇 번이나 대전을 찾아가기도 했다.

또 차 한 대로 가니까 여럿이 만나 수다떠는 재미도 있고.....

그러던 도중

나는 우연히 동창들의 소식을 알게 되어서 그것을 엑셀 프로그램으로 정리를 하였다.

워낙 컴퓨터를 잘하는 사람이라 내겐 아주 쉬운 일이기도 했다.

 해놓고 나도 감탄을 했을 정도로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의외로 내가 찾아놓은 동창들이 참으로 많았다....

그래서 그 자료를 부천 친구에게 보여주니

"어머, 너무나 잘 만들었네..... 야, 네가 평생 한 일중에 제일 잘한 일이다."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너무 가슴이 뿌듯하였다.

내가 만들어놓고도 칭찬까지 받으니 정말 그 기분은 말할 수 없이 컸다....

그래서 그 자료들을 우편으로 대전에 사는 그 친구에게 부쳐주었다.

그랬더니 얼마 후 전화가 왔다.

"야, 너는 밥 먹고 할 지랄이 그렇게 없냐?"

아, 그때의 그 기분이란......

그게 친구로서 할 말인가?

사실 나는 더이상 그 친구를 만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상했다.

그러나 이렇게 저렇게 엮이다보니

하는 수 없이 만나게 되고, 대전까지 가게 되는 일도 생기고 했다.

밥 먹고 할 지랄이 없어서 만든 주소록 덕분에

그 친구를 찾는 많은 동창들이 기꺼이 연락을 해주기도 했던 것이다.

자신도 결혼, 출산, 그리고 남편의 파산, 이혼등 30년동안 수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친구들과의 연락은 다 끊어지고 말았는데

여기저기서 연락을 하게 되던 것이었다.

그러면 내게 연락을 해줄 줄 알았다.

일본 오사카에 사는 친구랑 연락이 되었어....

그 친구랑 같이 만나기도 했고, 걔가 번번이 대전까지 내려온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러면 적어도 내게 연락해서

같이 대전을 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저혼자 만나고 마는 것이었다.

캐나다 벵쿠버에 사는 동창 역시....

그래.. 그건 그렇다치자.

그 친구들이 동의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

하지만 대전 친구가 조금만 더 신경을 써서 내 생각을 해주었더라면

그러면 좋았을 것을.....

밥 먹고 할 지랄이 없냐는 그 말에 자극을 받은 나는

인터넷 사이트에

동창들의 카페를 만들었다.

의외의 자료들이 많기도 하고 내가 꾸준히 운영을 해서

매일 매일 들어와서 보는 친구들이 많다.

"캐나다 사는 승자랑, 오사카 사는 혜성이랑 우리 집에 왔을때 내가 동창 카페 보여주었어."

하는 것이었다.

집에 혼자 산다고 하지만, 아이들이 쓰던 컴퓨터를 보유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친구가 카페에 자주 들락거리는 줄을 알았다.

그런데.....

2012년부터 한 친구의 제안으로 우리는 동창들의 국내여행을 계획하였다.

그 해가 회갑이 들어있는 해였기에

요즘 회갑잔치하는 사람 누가 있냐면서.....

대절버스를 이용해 2박3일 가는 것이었다....

너무 너무 재미가 있었다.

나는 당연히  그 친구에게도 참석할 것을 제안했다.

그랬더니

자기는 대전와서 자기를 태워가야 탄다는 것이었다.

올해로 네 번째 행사인데

첫번째 행사때는 딸이 차로 고속도록 휴게소 까지 와서 데려다 주었다.

덕분에 편하게 같이 갈 수 있었다.

그랬더니 두 번째 행사에는 서대전 톨게이트에서 나와서 자기를 태워가라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안가겠다는 것이다.

행사를 주관한 내가 권리가 있었기에

그렇게 해주었다.

대형버스를 저 하나 태우자고 톨게이트에서 굳이 나와 태워간 것이다.

"야, 그러지말고, 너 차 있잖아. 그리고 그 차 아무도 안 쓰잖아. 그러니까 그 차 휴게소 뒤에 휴게소 직원들 세워놓는 곳에 세워놓고, 들어와서 우리 차 타고 가도 되잖아."

"나 그런 거 몰라....."

그러면서 무조건 그렇게 해주지 않으면 안 타고 가겠다는 것이다.

대형버스를 빌려놓았는데

신청자가 20명이 안되어서

우리는 적자가 날 지경이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그렇게 해주었다.

가는 길에 톨게이트에서 나가서 그 친구 하나를 싣고,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도 톨게이트에 나가서 그 친구 달랑 하나 내려주고....

저는 얼마나 절약이 되는지 모르지만

정말 얼마나 국가적인 낭비인가?

자기만 조금 희생하면 모두가 절약할 수 있는데 고집을 피우고....

세 번째 여행은 경주가 시작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경부선을 타야한다.

그 친구의 대전집은 서대전 톨게이트 밖에 있다.

그런데도 고집을 피웠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버스기사를 설득해서 수고비를 더 주기로 하고

전라선 고속도로를 빙 돌아, 그것도 톨게이트까지 나와서....

그 친구를 기다렸다.

더 황당했던 것은 우리가 오는 동안 그 친구는 다니던 수영장에도 갔고,

우리는 그런 그 이기적인 행동도 모르고 수영장앞에 차를 세워

그 친구를 태워갔던 것이다....

아, 정말 너무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순한 것으로 한 성격하는 나도 정말이지 너무 황당했다....

그랬는데 더욱 황당했던 것은

돌아올때는 어차피 전라선 고속도로여서 그 친구를 내려주기 쉬웠다.

어차피 그렇게 하기로 했으니

그냥 인심써서 톨게이트 밖으로 나가 그 친구를 내려주고

서울로 왔다.

그런데 문제는 부산에서 올라온 친구가

"서울까지 갔다가 다시 부산행을 타면 너무 돌 것 같으니 나도 그냥 대전에서 내려야겠다."

면서 대전에서 같이 내린 것이었다.

4월초 여행이 끝나 서대전 톨게이트에 내려주는 시각은 깜깜한 밤시간이었다.

부산 친구는 대전에서 그 친구와 함께 내렸는데

그 곳에는 아무 것도 없더라는 것이었다.

택시 잡기도 쉽지 않았고, 택시도 없었다는 것이다.

콜택시를 부르려고 해도 번호도 알지 못하였고, 간신히 주유소까지 찾아가 물어보니 언제 올지 알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잠시 기다리니 그 친구의 딸이 차를 가져와서

그 친구는 딸의 차에 올라타더니 훌쩍 가버리더라는 것이다.

세상에....

친구를 그렇게 남겨놓고 떠나버리다니

부산 친구는 한참을 고생해서 겨우 겨우 택시를 탔고,

그곳에서 기차역까지는 어찌나 멀었던지 고생을 많이 하였다고 하며

욕을 욕을 하였다.....

뭐 그딴게 다 있나? 정말 저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야.

라고 생각은 했지만

다 내가 당하는 일이 아닐때는 너그럽다.

부산 친구가 그런 내 태도에 오히려 섭섭했을지 모른다.

아무튼 그래도 그건 다 지나간 일이다.

난 올 1월에 유방암 판정을 받았고,

우연하게 한 친구에게 말을 하는 바람에

그 소식은 카페에도 올려졌다.

정말 많은 동창들이 내 유방암을 걱정해주었다.

더구나 수술을 받아야했으므로

친구들은 돈을 모아 위로금도 주었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처음에는 간단한 시술인지 알았는데

한 번 시술하고 나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니 유선에 유방암이 있더라면서 유방을 전 절제하는 수술을 첫번째 수술하고 나서 딱 10일만에 다시 하게 되었다.

나도 그랬지만 모든 친구들이 그런 나를 걱정했다.

그러나 어쩌랴....

나는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고, 이제는 다행히 항암치료 받고 있으며

시간이 지나 서서히 나아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러나 4월초 우리들의 봄여행에 관한 진행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아픈 중에도 나는 컴퓨터로 봄여행에 관해 공지하고

초대장을 만들어 해외, 국내 거주 동창들에게 여행에 동참할 것을 알렸다.

물론 대전 그 친구한테도 초대장도 갔을 터이고,

카페를 통해서든, 동창들을 통해서든 내 수술 소식도 들었을 것이다.

부천사는 친구는 처음부터 전화해서 걱정해주고,

수술이 끝난 뒤에는 밥도 사주고....

어려운 형편에도 그렇게 애를 써주었다.

마음으로도 너무 고맙다.

가끔 전화해서 괜찮냐고 물어주고...

베스트 후렌드는 역시 다르구나 하고 느낄 정도였다.

그런데 대전의 그 친구는 내게 문자 하나 보내주지 않았다.

전화 한 통 걸어주지 않았다.

인터넷에 댓글 하나 달아주지 않았다.

성격상 그럴 수도 있으려니 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전라남도 곡성이 첫 여행지다.

대형버스는 당연히 전라선을 타고 간다.

그러니 지난 번처럼 사정 사정 할 필요도 없다.

그냥 자기가 알아서 타면 된다.

대전 친구의 집은 고속도로변이라 아주 가깝다고 한다.

마음만 먹으면

고속도로까지 들어와서 버스를 세우면 된다.

요즘 세상이 얼마나 좋은가? 스마트 폰 덕분에.....

그런데

내겐 아무 소식도 없었고,

회장한테 문자로

"이번 여행은 참여하지 못하겠다." 라고 알려왔다고 한다.

정말이지 섭섭해도 너무 너무 섭섭하다....

그걸 빌미로 내게 전화해야 되는 거 아닐까?

친구야. 미안하다.

건강은 어떠니?

라고 해야 하는 게 도리가 아닐까?

얘, 너 인생 그렇게 살지 마라....

정말이지 정내미 다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