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살 프리랜서 

단 한번도 내 직업에 대해 서운한 적이 없다

지극히 천직이다

워낙에 자유로운 영혼이기에 짜맞춰야 하는 틀을 싫어하는 나이기에

출근도 퇴근도 없는 내 직업이 나는 만족스러웠다

교통의 혼잡에서 벗어나 늦은 아침 여유로움에 마시는 커피가 좋았고

낮에 즐기는 수다가 좋았다

다만 퇴근이 늦었고 퇴근 후 술 한잔에 하루를 넋두리하며 저녁을 먹을때 함께 할 수 없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나는 좋았다

나는 결혼을 꿈꾼적이 없다

나는 늘 혼자 생활하며 심지어 내 꿈에서 조차도 나 혼자이다

그러던 내가 결혼이란걸 생각할 떄가 있었다 아마도 일이 루즈해질 쯤이었던거 같다

29살무렵이었을까..?! 악착같이 벌어 훨훨 써버리는 낭비벽에 나는 결혼이란걸 생각했다

달달이 카드값이며 적금이며 보험이며 생활이 지겨웠다

남편이라는 그늘막에 가려 벌어다 주는돈에 내 용돈벌이만 하면서 장단 맞추고 싶단 생각이 왈칵 들었다.

아마도 그건 여자라면 그 나이쯤 한번쯤 하는 생각인거 같다.

어쨌든 나는 그때 당시 만나던 남자와 결혼 이야기를 했고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그는 나에게 대학을 권했다.

유아교육..정말 말 같지도 않는 나와는 너무 거리가 먼 자신도 없었지만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 난 만족했다

그렇게 1학년을 마쳤고 마침과 동시에 우린 상견례를 앞두고 헤어졌다

그때 내 나이 서른.

암담했다. 일이 미치게 하고 싶었지만 나이 든 프리랜서는 실력을 떠나 자리잡기가 힘들었다.

6개월을 방탕했다.

그러던 중 일이 들어왔고 나는 다시 날개를 달았다

미친듯이 날았다 인정받으며 끝없이 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치지 않았다 너무나 그리웠던 일이었고 하고싶었던 일이었으니 일에 미쳤다라고 할만큼 일만했다.

모두들 박수를 쳤고 나의 자신감은 하늘을 치솟고 있었으니 

되찾은 여유다운 여유와 넉넉한 생활로 인해

누군가 나를 끔찍하게 미워하고 증오하고 있을꺼란 생각은 하지 못했고

내 자리를 탐할 꺼라 생각하지 못했다

일한지 정확히 1년 되는..엊그제 나는 그 자리를 내어주고 나왔다

여태까지 자리매김 해둔 그 자리를..웃으며 두손 꽉 쥐고서 내어주고 왔다

비가 오는 주말내내 자고 영화보고 자고 영화보고를 반복하며

잊었다고 괜찮다고 다독였것만

몇시간 후 아침이란 사실에 난 절망하고 말았다

31살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