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에 대해 안다면 작업 기억을 램RAM이라고 생각해 보라. 아니면 개의 머릿속을 생각해 보라. 우리 집에서 키우는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머릿속에 한 가지 과제(“저 종이를 도로 가져와!”)를 2초 동안, 혹은 다른 과제(“다람쥐를 쫓아!”)가 머릿속에 들어올 때까지 담아 둘 수 있다. 이러한 능력 부족은 그 개의 잘못도 아니고 개가 멍청해서도 아니다. 개의 작업 기억 용량이 형편없이 작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내 아들이 기타 연습으로 머리가 꽉 차 있을 때 개에게 먹이를 주라고 시키면 아이는 부엌으로 들어와 나를 멍하니 쳐다본다. 아이는 방에서 부엌으로 걸어오는 동안 내가 시킨 일을 잊어버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행동은 짜증나기는 하지만 지극히 정상이다. 아이에게 친절하게 일깨워주면(짜증내거나 비난하지 않는다면 가장 좋다) 아이는 다시 일을 진행할 것이다. 작업 기억 부족은 집에서만 성가신 문제가 아니다. 학교에서는 진짜로 문제가 된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정보를 불러 줄 때, 학생들이 노트나 일정표에 적는 동안 정보를 머릿속에 담고 있을 수가 없다면 그 정보는 영원히 사라질 운명에 처한다. 하지만 대개는 그렇지 않다. 학생들은 교사에게 다시 말해 달라고 하고 “처음에 말할 때 제대로 안 듣니?”라고 하는 것처럼 기분 나쁜 눈길을 받게 된다. 나는 학생들에게 과제를 줄 때 눈을 똑바로 보면서 그들이 완전히 주의를 집중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 그렇게 해도 두세 번 반복해서 알려 주어야 한다. 특히 페이지 수 같은 구체적인 사항이 들어 있을 때는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진다.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칠판에 과제를 써 주기도 한다. 이렇게 말과 시각적 정보로 지시사항을 전달하면 대개 일정표에 과제를 제대로 적을 수 있다.

작업 기억 용량이 형편없는 중학생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 전략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 청각 검사를 하라. 청각과 작업 기억은 무관하지만 청각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은 기억에 장애가 있는 것으로 보이기 쉬우므로 일단 청각부터 검사한 후 체크리스트에서 지우자.


• 참고 또 참아야 한다. 반복의 효과도 금세 수그러들기는 하지만, 반복이 열쇠다. 아직 발달 중인 뇌를 상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도록 노력하라.


• 해야 할 일을 적어 놓아 아이가 지시사항을 확인할 수 있게 하라. 집안일 표라든가 할 일 목록을 적어 냉장고에 붙여 놓아도 좋다. 나는 아이가 직접 만든 체크리스트를 아주 좋아한다. 아이들이 직접 목록을 작성하면 그것을 쓰면서 기억 속에 그 항목들이 더 견고하게 남기 때문이다. 단어 게임을 좋아하고 잠깐 짬이 난다면 아이들이 세탁기나 식기세척기를 돌릴 때 수행해야 할 과제의 순서 같은 정보를 떠올리도록 도와주는 연상법, 혹은 암기법을 만들어 보라. 연상법을 만들 때 아이에게 도움을 요청하라. 그렇게 하면 더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다시 말하지만 아이가 이렇게 참여하면 할수록 그 과제에 대한 자율성과 주인 의식이 더 높아진다.


• 아이의 학교에서 허용된다면 수업을 녹음하여 자세히 들어 보라. 특히 시험범위를 정리하는 날과 주로 강의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수업을 살펴보라.


• 지시는 간단하게 하라. 세탁기 돌리는 법을 가르치려고 한다면 처음에는 빨래를 분류하는 법과 세탁 주기를 가르쳐 주고 얼룩 지우는 법은 다음번을 위해 남겨두라. 필요하다면 세탁기 옆 벽에 체크리스트를 붙여 놓고 한 단계를 완료할 때마다 확인하게 하라.


• 비판적으로 듣는 기술을 가르쳐 보라. 작업 기억을 향상시키는 방법 중 아이가 기억할 필요 없는 부분을 걸러내게 하는 방법이 있다. 등굣길에 라디오 뉴스를 듣는다면 “저 이야기에서 제일 중요한 개념 두 가지는 뭐라고 생각하니?” 라고 아이에게 물어 보라. 이 기술은 앞으로 아이가 자라면서 더 많은 정보를 소화해야 함에 따라 아주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출처 : 똑똑한 엄마는 서두르지 않는다_제시카 레히 지음/김아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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