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의 저희집 아침풍경이예요.

방학전 아이들 등교 시키고 또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서 살짝 잠이 들면 율찬이가 깨서 침대에서 내려와 저를 깨운답니다.

그럼 저는 우유를 타주고 차니 우유 다 먹는 동안 저는 정신을 차린다지요.

이렇게 저희 부부가 각방을 쓰기 시작한게 어느덧 7개월이네요.

율찬이 방을 따로 만들어주면서부터 우리 부부도 갈라지게 됐어요.

  신랑은 안방에, 저는 율찬이와 함께...

이사후 처음 몇일동안 율찬이가 낯설어 할까 싶어서 옆에서 잤었는데 밤새 깨지도 않고 잘자길래 하루는 안방에서 자봤지요.

그런데 이녀석이 혼자 너무 잘자는거예요. 

밤새 코~ 깨지도 않고 잘자고 아침되니까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저를 부르더라구요.

그때부터 신랑은 절더러 안방에서 자라고 협박도 하고, 달래기도 하고, 삐지기도 하고 그랬다죠.

문제는 제가 이상하게 율찬이방에서 자는게 편하더라구요

몇일은 참대생활하던게 몸에 베어서 그런지 온몸이 쑤시고 결리고 하더니만 몇일지나니 혼자 자는게 너무 편하고 좋은거 있죠?

이불도 내맘대로 덮고 싶으면 덮고 차고 싶으면 차고, 코고는 소리도 안들리고 옆에서 뒤척이는것도 없고 말이죠

또, 안방에서 자면 율찬이가 아무리 잘잔다고 하더라도 왠지 불안하고 우는 소리가 들리는듯해서 잠이 안오더라구요.

그래서 자꾸만 율찬이방에서 자게 되었는데 지금은 신랑도 반은 포기를 했는지 어쩌다 한번씩 삐지기는해도

전처럼 그렇게  막;; 뭐라고 하면서 화내고 그러지는 않아요.

음.. 왜 어르신들께서 그러시잖아요

부부가 각방쓰면 사이가 멀어진다구요

부부쌈을 하더라도 잠은 같이 자야 한다고 말이죠

그 이유가 뭔지는 미성년들이 아니시니까 다 아실꺼라 믿어요..

저도 제가 각방쓰기전까지는 각방쓰는 부부들 이해 안 되고 절대 부부는 각방쓰면 안 된다고 믿고 살아왔던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제 동생이 아이 낳은 후로 각방을 사용하는데

처음 제가 각방 사용하기전에는 동생한테 뭐라고 하기도 하고 합방 하라고 엄포도 놓고 그랬었어요.

동생은 절더러 이상하다는듯 그러더라구요

각방써서 사이가 멀어진것도 없고 아무 이상도 없는데 왜 그렇게 난리를 치느냐고 오히려 저를 이상하다 그러더군요.

그정도로 저도 부부의 각방 사용은 절대 안된다고 생각 하던 사람인데 제가 그렇게 되네요..

우선 사이가 나빠졌다거나 부부쌈이 잦아졌다거나 그런건 전혀 없어요.

그런데

1, 대화가 줄어들었어요.

한방을 사용할때는 잠자리에 들어서 이런,저런 쓸데없는 얘기도 하고 소소한 얘기도 하고 그랬었거든요

그러다 날 샌 적도 있고 그러다 잠이 든 적도 많았구요. (대신 그래서 늘상 잠이 부족했던것 같아요) 

2, 남편한테서 홀아비 냄새가 나고 안방에서도 홀아비 냄새가 나요.ㅋ(이게 웃을 일이 아닌데 말입니다)

정말 그래요

안방에서 홀아비 냄새가 나더라구요.

일단은 제가 안방에서 생활을 안하다보니 안방을 거의 들어 갈 일이 없어서 눈에 안띄게 되구요.

그러다보니 청소를 자주 안하고 환기를 자주 안시킨것도 있겠지만 암튼 냄새가 달라지더라구요.;;

3, 생각이 바뀌더라구요.(가장 중요) 

제가 아주아주 심각한 의존증이 있는 뇨자였어요. 남편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고 바보스러울만큼 자립심이 없는...

그런데 각방을 사용하면서부터 생각이 바뀌었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기본적인 사고가 달라졌다고 해야 할지

암튼 남편이 없이도 어디든 잘 다니게 되고 뭘할때도 남편 의견을 묻지 않는 일도 생기구요.

전에는 문득 율찬이 형아들을 조기유학을 시켜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보내달라고도 해봤을만큼

기대는 마음(의존증) 이 많이 줄어들더라구요..

 4, 사이가 멀어지는듯한 느낌은 솔직히 있어요.

아무리 아니다, 아니다 해도 솔직히 부부사이가 조금 서먹해진다 그럴까요?

그 끈끈하던 뭔가가 덜해지는 느낌은 있어요.

남편도 그러더라구요

우리 사이가 멀어진거 느끼지 못하겠느냐구요..

그렇다고 냉냉해진건 아닌데 알 수 없는 뭔가 2%의 부족함이 생기기는 하네요.

그렇게 지내다가 저희 어머님께서 오셨을때 저를 어찌나 설득을 하시는지 합방을 잠깐 했었어요.

도저히 저 혼자 갈 수가 없어서 이렇게 율찬이까지 데리고 이사를 했었는데 말이죠..

몇일 못가서 다시 원상복귀 했답니다.

율찬이가 적응을 못하고 자다가 자꾸 깨서 울더라구요.

그리고 벽지나 방안의 색감,분위기등도 아이의 성향이나 성격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걸 어디서 보기도 했었구요

이건 아니다 싶어서 다시 저 무거운 침대를 끌고 이사를 했답니다.

남편도 이번엔 대화도 많이 하고 이해 시키려고 자꾸 시도를 했더니 알았다고 인정 해줬어요.^^

[하기나름] 이라는 말이 있죠?

정말 하기나름인것 같습니다.

물론 아까 말했던것 처럼 끈끈하던 뭔가가 밑밑해진것 같기도 하고 조금 멀어진 느낌도 있어요.

그것까지는 어쩔 수 없는것 같습니다.

한방에서 한이불 덮고 자는 부부와 각방에서 따로 자는 부부가 같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예요.

분명히 뭔가 2% 부족함이 있겠지요.

그건 받아들이고 인정 할 수 밖에 없을것 같아요.

하지만 그동안 함께 살 부비며 한이불 덮고 살아온 세월이라는 밑거름이 있어서 인지 그닥 문제를 못느끼겠어요.

오히려 편한점도 있고 말이죠.

전에 한방에서 생활 할때는 남편이 술먹고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저도 눈 빨개서 다크써클 줄줄 흘리며 잠을 못잤더랬는데

지금은 그냥 율찬이 재우면서 쓰러져서 잠이 들기도 하고 남편의 퇴근시간을 일일히 체크 하지도 않으니

스트레스 덜 받는것 같고 숙면을 취하게 되니 피곤함도 줄어드는등... 편한점도 있네요.

어쩌면 그런걸로 잔소리 안하고 바가지 긁지 않으니 남편도 더 편할것 같구요.

일장일단이라고 좋은점 하나 있으면 안좋은점도 있고 그런거겠지요.

가끔은 연애하는 느낌도 들고 그래요.. 호호호~

잘 만 하면 연애때의 기분을 느낄수도 있고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더라구요.

대신 잘때 말고는 좀 더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대화시간이 줄어드는걸 막을 수가 있을것 같아요.

각방을 사용하는 대신에 좀 더 세심한 배려나 노력이 조금 더 필요 하다는 얘기입니다

식상할 만큼 당연한 얘기죠? ^^;;

이상 각방 7개월째의 아줌마가 털어 놓는 각방쓰는 부부에 대한 소견 이였습니다.

조금전 한바탕 소나기가 퍼붓더라구요.

잠깐 이였는데 그 후로 바람도 선선하고 아주 시원해졌네요.

우리 막둥이 아드님 좀 전에 잠드셔서 이젠 제시간 입니다.. 흐흐흐~

일단은 냉커피를 한잔 마시고 블로그놀이와 검색질에 빠져봐야겠네요..

좋은밤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