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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승진 앞둔 판사에 걸려온 전화 "선고 연기도 방법"
39 더팩트 2020.12.01 00: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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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 심리로 열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속행 공판에는 2015년 통진당 비례대표 지방의원의 퇴직 처분 취소소송을 맡은 광주지법 행정1부 재판장 박 모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남용희 기자
3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 심리로 열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속행 공판에는 2015년 통진당 비례대표 지방의원의 퇴직 처분 취소소송을 맡은 광주지법 행정1부 재판장 박 모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남용희 기자

'사법농단' 법정 선 통진당 소송 재판장…1년간 선고 미룬 이유는?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 결정으로 의원직을 잃은 옛 통합진보당 광주시의회 의원들이 2015년 법원에 낸 퇴직 처분 취소 소송은 애초 그해 6월쯤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변론 종결과 재개를 거듭하던 이 사건의 선고는 소장이 접수된 지 1년 가까이 지난 2016년 5월에 내려지게 된다.

검찰은 1년여 동안 담당 재판장에 대한 법원행정처의 '압박'이 있었다고 본다. 재판장에게 전화를 걸어 법원행정처 뜻대로 선고하거나, 아니면 선고를 최대한 미루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 측은 주요 사건인 만큼 '논의'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의 법정 공방을 지켜보던 당사자인 재판장은 '선고를 회피한 셈'이라고 자평했다.

3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속행 공판에는 2015년 통진당 비례대표 지방의원의 퇴직 처분 취소소송을 맡은 광주지법 행정1부 재판장이었던 박 모 변호사(당시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나왔다.

공소장에 따르면 당시 법원행정처는 '의원직 상실 여부를 판단할 최종 권한은 헌재가 아니라 법원에 있다'는 논리를 공고히 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헌재의 결정으로 의원직을 잃은 전국의 통진당 의원들이 소송을 내자 사건을 맡은 법관을 압박해 이같은 법원행정처의 의지를 관철하려 했다.

법원행정처의 뜻을 일선 법관에 전달하는 역할은 이규진 당시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양형 실장)이 도맡았다. 이날 증인인 박 전 부장판사가 2016년 1월 전화를 받은 상대도 이 전 실장이었다.

박 전 부장판사는 2015년 6월 11일 판결 선고를 내릴 예정이었으나, 전국 각지에서 심리 중인 사안인 만큼 결론을 내리기 어려워 선고기일을 이듬해 1월 14일로 다시 잡았다. 한 번 미룬 만큼 막판 심리에 박차를 가할 시기였던 2016년 1월 6일, 박 전 부장판사는 이 전 실장에게 전화를 받았다. 이 전 실장은 '헌법연구회에서 청구 기각으로 결론 났다'라고 말했다.

검사: 이 전 실장으로부터 선고 기일을 앞둔 시점에 전화를 받고 놀랐습니까?

박 전 부장판사: 좀 그랬죠.

검사: 이 전 실장으로부터 '헌법연구회에서 통진당 사건 논의했는데 의원직 상실로 결론 났으니 참고해달라'는 지시를 받았습니까?

박 전 부장판사: 네.

박 전 부장판사가 이 전 실장의 전화에 '좀 그랬다'고 느낀 법관의 독립성이 있다. 오로지 헌법과 법률, 양심에만 따라 판단할 헌법상 권리가 보장된 법관이 선고기일을 앞두고 판결에 관한 연락을 받는 건 껄끄러운 상황이었다.

헌법연구회는 이 전 실장이 활동한 법원 내 헌법 연구 모임이었다. 검찰은 청구 기각으로 의견을 모은 건 헌법연구회가 아닌 법원행정처로 보고 있다. 인사권을 쥔 법원행정처의 생각을 선고를 앞둔 일선 법관에 전하는 건 더욱 부적절했다. 박 전 부장판사는 당시 법관 승진 코스의 '꽃'으로 불린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을 앞둔 연차였다.

검사: 이 전 실장의 전화로 결론(판결) 변경 검토를 해야 한다는 그런 심적 부담이 있지는 않았습니까?

박 전 부장판사: 위에서 관심 가지고 보는가 보다 했습니다.

검사: 고등부장 승진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습니까?

박 전 부장판사: 위에서 관심 있게 보나 보다, 내 판결의 적정성이 평가의 요소가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박 전 부장판사는 헌법연구회의 결론이라는 청구 기각의 근거를 고심하다가, 결국 판단의 공을 후임 재판장에 넘겼다. 그는 "방향을 정했다기보다도 헌법연구회 결론이 맞을 수도 있으니 다시 생각해 봤는데, 왜 그런 결론에 이르렀는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며 "우리가 이해 못 하는 뭔가가 있나 보다 생각하고 (선고를) 좀 미뤘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양형 실장)이 지난 5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양형 실장)이 지난 5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임 전 차장 측은 이 전 실장과 박 전 부장판사의 전화 통화는 '자유로운 논의'였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청구 기각 결론을 따를 수 없다면 선고라도 미뤄라'고 요구했다는 공소사실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변호인: (이 전 실장과 증인은)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함께 일한 경험이 있어서 껄끄러운 분위기는 아니었죠?

박 전 부장판사: 오랜만이었고 반가웠습니다.

변호인: 안부 인사도 했죠?

박 전 부장판사: 네.

선고기일 연기는 박 전 부장판사가 합의부원들과 논의해 내린 결정일 뿐, 이 전 실장의 요구 때문이 아니라는 점도 짚고 넘어갔다. 이 전 실장은 중요 사건에 대해 논의를 하려고 박 전 부장판사에 전화를 걸었을 뿐, 선고 연기는 박 전 부장판사와 합의부원의 자체적 결정이라는 것이다.

변호인: 이 전 실장이 증인에게 청구 기각 판결을 내리지 못하겠다면 선고를 연기하라고 했습니까?

박 전 부장판사: 그런 건 아니었고, 제가 잘 모르겠다고 했던가요. 자신 없어 하니 "선고 연기하는 것도 방법이겠네요"라고 했습니다.

(중략)

변호인: 이 사건과 쟁점이 유사한 사건이 서울행정법원과 전주지법 등 다른 법원에서도 진행 중이고, 공직선거법 해석에 대한 결론도 내리기 쉽지 않아서 유사 사건을 참고하려고 선고 기일을 연기한 것 아닙니까?

박 전 부장판사: 네.

변호인: 선고 연기는 증인의 재판부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해 결정한 거죠?

박 전 부장판사: 그렇죠, 네.

선고 연기를 결정한 당사자인 박 전 부장판사의 생각은 어떨까. 증인신문 끝무렵 박 전 부장판사는 자신의 선고 연기 결정을 '회피'라고 평했다.

이 사건 판결을 놓고 '법관 인사에서 평가 요소가 될 것 같았다'는 증언이 거듭 나오자 변호인이 '법관이라면 누구나 갖는 부담이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이어갈 때였다. 법원행정처에서 인사권을 빌미로 법관을 압박했다는 공소사실을 뒤집기 위한 신문으로 풀이된다.

변호인: 이 사건은 언론의 관심을 받았기 때문에 어떻게 선고하든 판사 능력을 평가하는 사건이라고 생각했죠?

박 전 부장판사: 네, 배당받았을 때부터 생각했습니다.

(중략)

변호인: 인사를 앞둔 판사로서는 중요 사건이 대법원에서 법리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파기한다면 승진에 문제 되겠다는 생각은 누구나 하죠?

박 전 부장판사: 네, 회피한 셈입니다. 아무 대답 안 하면 반은 되지 않습니까? 틀린 대답 할 수도 있으니까 중간 정도라도…. 그동안 열심히 했으니 이거 한 건 안 했다고 해서 특별히 누락하지는 않겠지 그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혹시 틀린 결론 내면 '마이너스', '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015~2016년 광주지법 행정1부에서 심리한 옛 통합진보당 지방의원의 퇴직 처분 취소 소송 사건 경과. /대법원 제공
2015~2016년 광주지법 행정1부에서 심리한 옛 통합진보당 지방의원의 퇴직 처분 취소 소송 사건 경과. /대법원 제공

2016년 광주지법 행정1부의 선고 연기를 두고 검찰은 법원행정처의 압박에 대한 순응, 변호인은 재판부의 자체적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당사자인 재판장은 '회피한 셈'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임 전 차장의 다음 공판은 7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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