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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관악구 모자 살인사건' 사형인가 무죄인가
39 더팩트 2020.04.01 00: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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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검찰이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와 6세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에게 사형 선고를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사진은 지난 3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이 사건을 다룰 당시 공개한 조 씨와 피해자인 아내 박모 씨·아들 조모 군의 모습. /SBS 제공
31일 검찰이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와 6세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에게 사형 선고를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사진은 지난 3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이 사건을 다룰 당시 공개한 조 씨와 피해자인 아내 박모 씨·아들 조모 군의 모습. /SBS 제공

내달 24일 선고…'강력한 정황' 유·무죄 가른다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송주원 기자] 검찰이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와 6세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에게 사형 선고를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피고인이 결혼 전부터 사귄 내연녀가 있어 가족에 애정이 없었고,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렸다는 '강력한 정황 증거'에 따른 결론이다.

서울중앙지법 제33형사부(손동환 부장판사)는 31일 오전 10시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도예가 조모(42) 씨의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조 씨는 잔혹한 범행 수법으로 피해자들의 목숨을 빼앗았다. 범행 뒤에는 아무렇지 않게 범행을 은폐한 뒤 경마를 하고, 영화를 다운받아 봤다"며 "수많은 증거에도 궁색한 변명만 하며 피해자들에 대한 반성과 참회, 미안함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는 인간다움을 찾아볼 수 없는 조 씨의 인면수심 행위에 상응한 책임을 묻는 게 수사기관과 사법부가 할 일"이라며 사형 선고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씨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조 씨에게는 피해자들을 살해할 동기가 전혀 없다. 조 씨가 범인이라는 직접적 증거 역시 부족하고, 법의학자가 말한 사망 시간 역시 추정일 뿐"이라며 "조 씨에게 무죄를 선고해주시고, 진범이 반드시 밝혀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또 "수사기관은 조 씨가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고 주장하는데 그런 사람이 폐쇄회로(CCTV)에 찍힐 줄 알면서 차를 타고 방문했겠느냐"며 "수사기관은 수사 초기부터 피고인만을 범인으로 단정했고, 지금의 주장 역시 모두 가정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조 씨는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 소재 다세대주택에서 아내 박모 씨와 아들 조모 군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의 시신은 딸이 연락을 받지 않자 집을 찾은 박 씨의 아버지가 발견했다.

현장에는 범행 도구와 폐쇄회로 등 명백한 물증은 물론 목격자도 없었다. 현관문을 억지로 여는 등 외부 침입의 흔적도, 사라진 귀중품도 없었다. 피해자들은 많은 피를 흘렸지만 범인의 유전자가 섞인 피 묻은 손자국이나 발자국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현장 감식 자료와 감정을 토대로 남편 조 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검찰은 조 씨가 아내와 아들을 살해한 정황을 파악해 재판에 넘겼다. 조 씨는 "사건당일 집에서 나올 때 아내와 아이가 살아있었다"며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이 밝힌 정황 증거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검찰은 조 씨가 아내와 아이를 무자비하게 살해할 만큼 가족에 대한 '애정'이 없다고 봤다. 피해자들의 사인은 목 부위에 입은 치명상이다. 범인은 우발적으로 살인한 것이 아닌, 피해자들을 오로지 죽음에 이르게 하려는 의도를 갖고 공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피해자들에게는 본능적으로 상대편의 공격을 막으려 한 흔적인 방어흔도 찾아볼 수 없었는데, 검찰은 피해자들이 잠을 자고 있다가 갑자기 변을 당했다고 봤다.

만약 조 씨가 진범이라면 그는 잠든 아내와 아이를 흉기로 무자비하게 살해했다는 것이 된다. 아무리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더라도 '일반인'의 상식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범행 방식이다. 검찰은 피고인이 결혼 전부터 사귄 내연녀가 있었으며, 아들 조 군에 대해서도 자신의 누나에게 "친자 확인을 해야겠다"고 말한 정황에 비춰 "아버지가 아닌데도 아이의 생전 사진을 보면 어떻게 무참히 살해할 수 있는지 상상하기 힘들다. 피고인이 남편, 아버지로서 가족에게 갖는 애정이 결여돼 있어 가능했던 범행"이라고 결론지었다.

다음으로는 조 씨의 경제적 어려움을 들었다. 아내 박 씨는 생전 조 씨의 도예 공방을 포함해 생활 전반에 걸쳐 경제적 지원을 해왔으나, 부부 관계가 악화되며 지원을 끊었다. 또 조 씨는 지난해 5월부터 수시로 경마장 사이트에 접속하는 등 경마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조 씨가 아내와 아들을 살해하고 사망 보험금 1억원으로 공방 운영과 도박에 필요한 돈을 충당하려 했다고 봤다.

결심에 이르기까지 단정하지 못한 사망 시점도 정황 증거 중 하나다. 조 씨는 사건 당일 오후 8시56분께 집에 들어갔고, 약 4시간 뒤 아들의 잠꼬대에 잠을 깨 오전 1시35분경 집에서 나와 공방으로 떠났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오후 8시 저녁식사로 닭곰탕과 토마토 스파게티를 먹은 박 씨와 조 군의 위에는 토마토와 양파 등의 내용물이 남아 있었다. 앞서 증인으로 나온 유성호 서울대학교 교수(법의학자)는 "저녁을 먹은 뒤 4시간 이내 사망했을 것"이라며 오전 0시경을 사망 시점으로 추정했다. 조 씨와 함께 있던 시간이다.

서울중앙지법 제33형사부(손동환 부장판사)는 31일 오전 10시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도예가 조모(42) 씨의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남용희 기자
서울중앙지법 제33형사부(손동환 부장판사)는 31일 오전 10시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도예가 조모(42) 씨의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남용희 기자

검찰이 '사형'이라는 말을 입에 담자 방청석에 있던 피고인 가족은 "범인 아니야. 범인 아니잖아"라고 울부짖었다. 오전과 오후에 걸쳐 약 3시간 넘게 진행된 재판 내내 담담한 모습을 보였던 조 씨는 재판부가 직접 나선 마지막 피고인 신문에 이르러 눈물을 보였다.

"내 아내, 내 아들이 죽었는데 어찌 그리도 냉정할 수 있습니까?" (손동환 부장판사)

"냉정하게 보이려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눈물도 흘리지 않으려고…" (조 씨)

"두 사람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손 부장판사)

"너무 미안합니다. 억장이 무너집니다." (조 씨)

조 씨의 1심 선고는 다음달 24일 오후 3시다. 피고인이 고의성이 아닌 살인 행위 자체를 부인하는 상황인 만큼 검찰이 주장한 '정황 증거'에 유·무죄가 달렸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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