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원자력병원에 입원해 투병 중인 김철민은 개그맨 데뷔전인 89년부터 대학로에서 30년간 통기타 거리모금활동을 벌여온 주인공이다. /더팩트 DB

5년전 세상 떠난 이미테이션 가수 故 너훈아의 친동생

[더팩트｜강일홍 기자] 개그맨 김철민(52 본명 김철순)이 시한부 암 투병 중이다.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서울 노원구 원자력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그를 7일 밤 직접 만났다.

김철민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들었다. 현실을 그냥 담담히 받아들이고 싶은데 시간이 흐를수록 두렵고 무섭다. 그래도 희망의 끈은 놓고 싶지 않다. 어떤 상황을 맞게 되더라도 울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의 친형인 이미테이션 가수 고 너훈아(본명 김갑순)는 지난 2014년 간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났다. 20년여년간 밤무대 등에서 '나훈아 모창가수'로 활동한 그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사망 직전까지 암 투병 사실을 감추고 노래를 부른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7일밤 원자력병원 휴게실에서 기자와 만난 김철민(왼쪽)은 "삶과 죽음 모두 운명으로 담담히 받아들이고 싶은데 시간이 흐를수록 두렵고 무섭다"고 말했다. /강일홍 기자

김철민은 "양친 모두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고, 큰형과 둘째 형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이런 가족력을 잘 알고 있어 저는 30년전부터 담배를 피우지 않았고, 술도 과하지 않으려고 늘 조심했다.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무래도 오랜 기간 거리공연을 하며 매연을 마신게 원인이 된게 아닌가 추측된다"고 말했다.

김철민은 개그맨 데뷔전인 89년부터 대학로에서 30년간 통기타 거리모금활동을 벌여온 주인공이다. 지금은 '대학로의 화석' 또는 '대학로의 걸어다니는 동상'이란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그는 대학시절인 80년대 후반부터 기타를 치며 대학로에서 노래를 부르다 개그맨 고 김형곤의 코미디클럽 무대에 서면서 연예계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노래와 개그를 접목한 통기타개그 레퍼토리로 활약하다 94년 MBC 개그공채 5기로 정식 입문했다.

"5년전 형(너훈아)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 저한테 하신 말씀이 생각나요. '나는 평생을 남의 노래를 부른 가짜 인생으로 살았지만 후회는 없다. 너는 나보다 목소리도 좋으니 늦었지만 음반을 내고 내가 못다한 진짜 가수 꿈을 꼭 이뤄달라'고요."

김철민은 90년대 후반까지 콩트코미디와 예능프로그램 등에 자주 출연했지만 개콘세대로 급속히 트렌드가 바뀌면서 다시 대학로 무대로 돌아갔다. /더팩트 DB

김철민은 인터뷰 도중 형을 떠올리며 "똑같이 무대에서 노래하는 같은 연예인이라도 가짜로 살다보니 단 한번도 세상의 조명을 받은 적이 없는데 사망한 날 실시간 검색 순위 1위에 오르더군요. 물론 저도 그날 함께 관심을 받았다"며 울컥 눈물을 흘렸다.

김철민의 시한부 투병 사실을 처음 전한 엄용수 코미디협회장은 "철민이 소식을 듣고 너무나 충격을 받았다. 그의 친형 너훈아 씨 생전에 두 사람이 보여준 애틋한 형제애는 연예계에서 소문이 날만큼 각별했다. 어떤 말로 위로해야할지 모르겠다"고 가슴 아파했다.

김철민은 7080 개그맨 마지막 세대로 데뷔 직후 SM엔터테인먼트에 소속돼 6년간 활동했다. 90년대 후반까지 콩트코미디와 예능프로그램 등에 자주 출연했지만 개콘세대로 급속히 트렌드가 바뀌면서 다시 대학로 무대로 돌아갔다.

리메이크 앨범 '김철민의 콘서트 7080'을 내는 등 가수로 변신한 뒤 지난해엔 자신의 생애 첫 음반 '괜찮아'로 활동해왔다. 이미테이션가수 고 너훈아가 친형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등에 소개되기도 했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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