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앞에 설치된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플래카드. 지난 9월 KBS와 MBC가 공동 연대 총파업을 진행했다. MBC는 김장겸 사장 해임안이 통과되면서 파업을 철회했지만 KBS 새노조는 여전히 파업 중이다. /더팩트 DB

[더팩트｜권혁기 기자] 지난 9월 KBS와 MBC가 공동 연대 총파업에 돌입한 이후 양사는 방송 파행을 거듭했다. 대부분의 예능프로그램이 결방됐고 뉴스마저 녹화방송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몇몇 드라마는 정상방송 되기도 했지만 이 마저도 방송사고가 나거나 방송일이 늦춰지는 등 파행을 피하지 못했다. 파업의 여파는 MBC가 더욱 컸다. 풍부한 인력의 KBS는 부장급 PD들이 편집해 방송하기도 했지만 MBC는 거의 모든 예능프로그램을 '스페셜'이란 이름으로 이전 방송들을 짜깁기해 내보냈다.

그러던 중 지난 14일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가 제8차 임시 이사회를 개최, 김장겸 MBC 사장 해임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MBC는 순차적으로 파업을 중단키로 했다. 예능프로그램들은 방송을 재개했으며 라디오는 20일부터 다시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KBS의 파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KBS는 포항 지진을 기점으로 파업 중인 직원들에게 복귀를 촉구했다. KBS는 "당장이라도 취재,제작현장에 복귀해 특보뉴스에 힘을 보태야 할 기자들이 거꾸로 재난특보방송에 지장을 주기까지 했으니 참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KBS의 카메라와 마이크는 재난현장에 있어야 한다. 국민들은 언제나 KBS 방송에 눈과 귀를 기울였다"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KBS는 최근 포항 지진이 발생하자 파업 중인 직원들에게 업무 복귀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더팩트 DB

그러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포항 지진으로 많은 이재민과 재산 피해가 발생한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KBS 직원들은 안타깝게도 일터를 떠나 있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국민과 시청자 여러분께 송구할 따름이다. 조속히 업무에 복귀해 재난주관방송사로서의 공적 책무를 온전히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동시에 재난마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KBS 사측의 태도에 강력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재난방송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사측은 어떤 대화의 노력을 했나. 지진 보도를 위한 잠정적인 타협의 의사라도 전한 적이 있느냐"고 지적한 뒤 "파업 기간 통틀어 KBS 새노조와 단 한 차례라도 만난 적이 없다. 그러면서 대외 성명서만 배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 새노조는 KBS의 성명서에 대해 "지진 사태를 경영진의 이익을 위해 악용하려는 저급한 정치적 작태"라며 "거듭 밝혔듯이 고대영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이 즉각 물러난다면 KBS 새노조는 즉각 업무에 복귀할 준비가 돼있다"고 강조했다.

KBS 역시 고대영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을 해임하기 위해서는 이사진 중 야권 이사가 사퇴하고 여권 이사가 추가돼야 과반 구조가 반전된다. 그러나 이인호 이사장 및 현 이사들의 사퇴 의사가 없어 KBS의 파업은 좀 더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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