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글] 나의 욱하는 성질을 이 책을 보고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책속의처세 2018.07.09 13:07:35
#나의_욱하는_성질을_이_책을_보고_누그러뜨릴_수_있었다
대학에 들어가고 학업과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하다보니 오히려 입시생이었을 때보다 책 읽을 시간과 여유가 없어지고 있는것 같아 슬퍼지는 시간이다. 언제나 읽고 싶은 책은 많고 책을 살 돈은 없던 시절이 지나자 읽고 싶은 책은 여전히 가득하고 책을 살 돈도 있지만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기분이다. 어른이 되면 무수히 많은 책들에 파묻히듯이 둘러싸여 잠들수 있는 서재를 갖길 원했지만 현실은 퇴근하고 침대에 몸을 던진채 책 몇 장 넘기다 보면 금새 피곤해 책을 모자처럼 쓴 채 잠들곤 한다.
학비를 스스로 벌어야 하기 때문에 나는 학기중에도 여러가지 일을 했는데, 교육업계부터 단순 서비스직까지 다양한 직장을 거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나는 낯가림이 상당히 심한 편이고, 스스로 친화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처음 일을 시작하게 된 날에는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많이 걱정하기도 했다. 도합해 약 1년 반정도 여러 업종에서 근무 하며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특히 같이 일 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어떻게 되냐에 따라 일이 힘들어도 서로 의지하며 버틸 수 있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꼈다.
일이 아무리 편해도 같이 일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면 일하면서도 다른 쪽으로 쉽게 신경이 쏠리거나 눈치 보느라 맡은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게 힘들었다. 반면에 일이 조금 힘들더라도 같이 일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다면 서로 조금씩 편의를 봐주고 의지하며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일 할 수 있었다. 이처럼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는 정말 중요하고, 이 관계가 화목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서로의 편의를 봐주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적절히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화가 나거나 갈등이 생겼을 때 이를 중재하고 조절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직장 생활을 하며 화를 조절하지 못해 좋은 실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좌천되고 실패했던 경험을 진솔하게 털어놓으며 화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원인, 화를 조절하는 방법에 대해 차근차근 풀어냈다.
책의 가장 앞부분에는 '화 체크 시트'가 있었다. 문항을 읽어보며 나의 직장생활에서 겪은것 같다고 해당된다면 뒷장에 적힌 조언을 읽어보라는 의미 같았는데, 솔직히 이 부분을 먼저 읽어버리면 앞으로 읽어야 할 책에 대해 실망을 하고 시작할 위험이 높아진다고 느꼈다. 화가 난 상태로 무슨 말을 들어도 기분이 좋겠냐마는, 질문을 곱씹으며 날 분노하게 했던 직장 사람들과의 일이 다시 떠오르면서 화가 난 상태로 뒷장을 넘겼더니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라', '그 사람도 뭔가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한 귀로 듣고 흘러넘겨라' 라는 짧고 무책임한 말만 적혀있었으니 더 화가 났다. '내가 그게 됐으면 이 책까지 읽어보고 있었겠어?' 라는 삐딱한 생각까지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다시 돌아와서 읽어보니 왜 그런 문장들이 적혀있었는지 이해가 됐지만, 책을 처음 넘기는 사람이 보기엔 무책임해 보이는 문장일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책은 쓸데없이 화내지 않도록 도와주는 10가지 습관, 때려치기 전에 화를 멈추는 10가지 기술, 직장의 부당함에 화내지 않고 온화하게 일하는 8가지 기술, 화를 오히려 활용하는 7가지 기술, 어떻게 해도 참을 수 없는 화를 누를 수 있는 7가지 훈련의 총 5장으로 구성되어있고, 각 장이 끝날때마다 짧게 그 장의 포인트가 정리되어 있었다. 정리 된 포인트들이 꽤 유용해 보여서 자주 꺼내보는 메모장이나 사무실에 적어놓고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읽어보는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화를 참는 방법 하면 아주 오래 전부터 진부하게 내려왔던 대처법들도 몇가지 나오지만,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화'는 우리가 가장 먼저 느끼는 감정이 아닌 2번째 감정이라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믿었던 것에 배신 당했을 때, 부당한 요구를 받거나 나의 가치에 걸맞는 대접을 받지 못했을 때나 열등감, 모멸감을 느꼈을 때 쉽게 분노한다. '분노'또한 감정이지만, 우리가 분노라는 감정을 느끼기 이전에 분노를 느끼게 한 원인이 되는 행동으로 인한 감정이 1차 감정이고, 이를 잘 조절하지 못해 느끼는 분노가 2차 감정이라고 한다. 지금껏 스트레스 관리에 대한 책들 또한 몇권 읽어봤지만, 분노를 2차 감정이라고 칭한 책은 보지 못해 상당히 신선했고, 설득력 있었다.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 원인이 되는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다면 2차 감정을 느끼지 않고도 충분히 원만하게 상황을 종료할 수 있을 것이다. 1차 감정이 발생했을 때 잠시 행동을 멈추고 생각함으로써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면 해결되지 않는 분노를 사방에 방출하며 에너지를 낭비하지도 않게 될 것이다.
또한, 우리가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해줄 때 보답을 기대하지 말고 하라는 말도 기억에 남았다. 선의를 배풀 때 당연하게 보답을 바라고 있다면 상대방에게 그만한 보답을 받지 못했을 때 쉽게 실망하고, 상대방은 그런 나의 의도를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서로 오해하고 화를 내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는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멍했다. 그동안 나는 성질이 급해서 쉽게 스트레스를 받고 화를 내는거라고 생각해왔는데, 어쩌면 그동안 상대방에게 나의 잣대를 들이대며 '내가 이만큼 하니까 너도 당연히 이만큼은 해야해'라고 강요하고 있었던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일을 시작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겠지만, 천천히 나만의 잣대를 버리고 상대방을 더 바라보려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진정하는데 좋은 호흡법이나 이심법 같이 순간의 주의를 돌릴 수 있는 생각을 기르는 방법처럼 분노를 스스로 조절하고, 내가 분노라는 감정을 느끼는 이유를 파헤쳐나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해주는 책이었다. 물론 이 방법이 항상 통하기는 힘들겠지만, 출근 직후에 느낀 사소한 분노로 하루를 내내 우울한 상태로 망쳐버리는 일은 줄일 수 있을것 같다. 성질이 급한 사람이나 직장 생활로 인한 스트레스 관리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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