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님이 돌아왔다
뚜르 2016.05.03 12:19:54
데님이 돌아왔다
젊음의 상징 데님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과 잘 어울린다. 이번 시즌 데님의 키 트렌드와 변신에 대하여.
얼마 전 추억의 영화 ‘델마와 루이스’를 오랜만에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 젊은 시절의 수전 서랜든과 지나 데이비스는 참으로 눈부셨고, 두 사람이 보여준 내추럴 룩은 젊음과 자유 그 자체였다. 가정주부의 짜릿한 일탈을 그린 영화답게 화이트 티셔츠와 데님 팬츠 차림은 자유로워진 그녀들의 상황을 대변해주는 좋은 요소였던 것.
그중에서도 글래머러스한 엉덩이 라인을 그대로 살린 넉넉한 사이즈의 데님 팬츠는 1990년대의 감성을 온전히 표현하는 상징적인 아이템으로 다가왔다. 영화에서 본 복고풍 데님은 이번 시즌에도 그리 낯설지 않다. 스키니 팬츠 자리는 오리지널 피트의 팬츠가 차지하고, 오버올이나 남자 친구의 데님 팬츠를 훔쳐 입은 듯 살짝 큰 사이즈의 보이 프렌드 진까지, 올 시즌 유행하는 데님 팬츠는 모두 1990년대를 향해 있기 때문.
어떻게 보면 데님이라는 소재 자체가 레트로에 근접해 있는지도 모른다. 레트로풍 패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청청 패션’만 봐도 알 수 있다. 에스닉한 무드의 캐주얼 브랜드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데님 재킷과 하이웨이스트 데님 팬츠, 거기에 레드 컬러의 페이즐리 패턴 스카프를 두른 모델 컷을 공개하며 이번 시즌 데님 트렌드는 복고임을 확실히 드러냈다.
모델 정승현 역시 공항 패션으로 터틀넥 니트 위에 데님 셔츠, 그리고 데님 재킷을 매치해 복고스러운 청청 패션을 선보인 바 있고, 덕분에 그날 하루 종일 포털 사이트 순위에 올라 이슈가 됐다. 그런가 하면 최근 ‘팔당댐’이라는 곡으로 복귀한 가수 에디킴도 뮤직비디오에서 데님 팬츠와 재킷, 거기에 레드 스카프를 더해 ‘복고 패션이란 이런 것’임을 몸소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시즌에 특히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데님의 트렌드가 복고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순히 과거를 향하고 있기보다 한결 자유로워진 스타일을 선보인다는 점을 놓치지 말자. 마치 아무렇게나 가위질한 듯 비대칭으로 잘린 밑단과 올이 풀린 듯한 디테일, 찢어진 무릎 등의 절개 효과로 러프한 매력을 더해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복고 무드를 제안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는 최근 가장 핫한 브랜드로 부상한 베트멍의 활약이 크다. ‘커팅의 귀재’라는 수식어처럼 반항기와 자유로운 정신을 담아 밑단을 거칠게 자른 데님 팬츠를 선보여 큰 사랑을 받았고, 이런 효과 덕분인지 지금 당장 거리에 나가면 비스듬히 잘린 밑단의 데님 팬츠 차림을 한 패션 피플을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또 다른 특이 사항은 데님이 팬츠를 넘어서 다양한 아이템으로 탄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커트는 물론 오버올, 재킷, 롱 코트, 톱, 베스트, 원피스까지 데님이 활용되는 범위가 훨씬 넓어졌다. 샤넬, 끌로에, 루이비통 등 전통적으로 포멀한 패션을 선보여온 하이엔드 브랜드의 2016 S/S 룩만 봐도 디자이너들이 데님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팬츠나 스커트처럼 예측 가능한 패션을 넘어 과감한 절개나 자수 장식을 넣은 디테일로 재킷, 퀼로트 팬츠, 점프슈트나 드레스까지 기존 데님으로 구현한 패션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젊음과 반항의 정신을 담은 스트리트 패션 소재였던 데님이 런웨이에서 고급스러운 룩으로 변신한 셈이다.
데님이 부상하고 있다는 건 스타들의 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디자이너 스티브&요니의 데님 라인 브랜드인 SJYP 행사장에서 유빈은 절개선이 들어간 오버올 스커트로 섹시하면서도 캐주얼한 매력을 발산했다. 파리 패션위크가 열리는 행사장 앞에서 스트리트 룩으로 포착된 모델 아이린은 오프 숄더의 핫 핑크 톱에 오버올 데님 팬츠를 더해 복고의 매력을 보여줬는가 하면, 또 다른 장소에서는 부츠컷 데님 팬츠에 올이 풀린 밑단의 디테일이 더해진 스타일로 이번 시즌 유행을 멋지게 소화하는 모습이었다.
이처럼 이번 시즌 데님을 설명하는 데 있어 단순하게 한 가지 트렌드를 꼽기란 쉽지 않다. 분명한 건 지금은 ‘데님의 시대’라는 것이다. 그 어떤 아이템을 소화하든 데님이라면 용서되는 분위기다. 질기고 튼튼한 소재라 아무 데나 툭 걸터앉을 수 있고, 뻣뻣한 새것보단 낡을수록 멋이 나는 데님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기에 평등한 소재다. 게다가 보이시하면서 섹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이번 시즌이 지나기 전에 양파 같은 매력의 소재인 데님에 도전해보길 권한다.
데님의 다양한 변신
2일러스트가 자유롭게그려진 데님 베스트 일레븐파리 26만7000원
3빅 포켓 롱 드레스 재킷 코스 21만5000원
4셔츠 스타일 원피스 데님앤서플라이 17만9000원
5스퀘어 패치 디테일 인디고 데님 플랙진 15만9000원
기획_박주선 | 사진_이수강
여성중앙 2016.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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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media.daum.net/life/style/fashion/newsview?newsId=20160502171107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