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잡지 에디터로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앙앙>에서 모델로 일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는 이메일이나 전화를 받는다. 직업에 관해서는 범퍼카처럼 좌충우돌한 인생이었다고 단언하는 에디터도 과거에 무작정 들이댄 경험이 있기에 어디서부터 말하면 좋을지 몰라 우물쭈물하게 된다. 내가 그처럼 다양한 직업을 전전해야 했던 이유는 그 직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많이 알아보고 도전했지만 모든 직업에는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복병이 숨어 있는 법. 그래서 일반적으로 선망하는 직업을 가진 경력자에게 인터뷰를 청해 그들이 생각하는 직업의 명암에 대해 들었다. 다양한 직업을 모두 다룰 수 없는 점은 아쉽지만, 5년 이상 근무한 경력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다른 직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시행착오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사실.
카피라이터 (이지선, 대홍기획, 카피라이터 7년 차)
1 카피라이터는 정말 밤을 많이 새우나.
요즘은 작업 환경이 많이 달라져 주야장천 새우지는 않는 편이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경쟁 PT가 걸리면 하루 이틀 새우는 정도.
2 광고계는 급여를 많이 받는 직종이라고 들었다. 10년 차쯤 되면 연봉을 얼마나 받을까.
6천만원 정도는 받지 않을까, 능력별이라 10년 내 1억을 넘길 수도 있고 6천만원이 안 될 수도 있다.
3 카피라이터가 되는 데 가장 필요한 능력이 뭘까.
일단 기본 문장력, 나머지는 적응력. 그 외엔 신랄한 비판에도 버틸 수 있는 강심장. 실력이 금방 드러나기 때문에 철면피여야 한다. 그리고 세상을 다르게 생각해보는 눈 정도?
4 카피라이터가 되려면 국문과를 나와야 하나.
나는 국문학을 전공했다. 국문 전공이 많을 것 같지만 실제로 전공은 매우 다양한 편이다. 같은 팀 다른 카피라이터는 사회학과를 나왔다. 나는 공모전이나 동아리 경험이 없지만, 그런 경험이 있으면 아무래도 없는 것보다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5 이 일을 하기 전 생각한 것과 다른 점이 있다면.
광고주의 압박. 사실 대학생 때는 아이디어를 그냥 온에어하면 되는 줄 알지만, 광고주의 세세한 요구에 맞춰 일을 하게 될 거란 생각은 하지 못한다. ‘대행’사는 뭔가를 대신한다는 얘기다. 광고주의 생각에 따라 크리에이티브와는 상관없이 다 바꿔야 할 때가 많다. 우리는 광고주를 ‘(광고)주님’이라고 부른다. ‘뭐든지 주님 뜻대로 하소서’ 이런 농담을 하며 대필자가 된 듯한 신세를 한탄한다.
6 그래도 광고를 하는 이유.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이 일은 3년 이상 하지 못한다. 이 일이 자유롭고 재미있기 때문에 계속하고 있다.
방송작가 (이지영,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작가, 작가 6년 차)
1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됐나?
대학교 4학년 때 아르바이트로 하다 방송 아카데미에서 방송작가 과정을 들었다. 요즘은 방송작가의 대부분을 아카데미 추천으로 채용하는 편인데, 나이가 어느 정도인지와 취향이 예능(라디오)인지 교양인지를 주로 보고 팀에 맞는 사람을 찾는다. 나는 휴학을 오래해 스물여섯 살에 처음 일을 시작했는데, 막내 작가로 들어가기엔 나이가 많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었다. 나는 국문학 전공이지만 전공은 정말 아무 관계가 없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전공이 있다. 뿐만 아니라 출신 학교의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2 방송작가를 떠올리면 ‘정말 일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연예인을 보니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정도 맞다고 할 수 있나?
일이 정말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업무를 14시부터 시작해 22~23시경에 마친다. 밤늦게 끝나서 힘들 것 같다고 하지만 근무의 ‘절대 시간’이 긴 건 아니다. 막내 기자는 아침 9~10시경 출근해서 회의 준비를 해놓고, 다른 사람들도 14시 이전에 출근해 자기 일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워낙 일이 유동적이고 변수가 많아 힘들다. 일반 직장인처럼 예상되는 일과대로 업무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일이 몰릴 때는 동시에 여러 가지를 하면서 뛰어다녀야 한다. 물론, 막내 작가 때는 연예인을 볼 수 있다는 게 마냥 좋기도 했다. 가령 직접 비에게 대본을 들고 가 설명해준 적도 있고. 하하.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하는 연예인의 실제 모습을 보며 실망하기도 하고, 화려한 이면의 쓸쓸함이 느껴지면 조금 마음이 안 좋다. 종종 이건 나에게만 해주는 얘기라며 털어놓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그들의 인간적인 면을 느끼기도 한다.
3 이 일을 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연예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섭외 싸움이다. 이름 있는 연예인일수록 섭외하기가 힘든데, 내가 섭외할 때 분명히 안 된다고 한 그가 다른 방송에 같은 시간대 출연할 때면 정말 힘 빠진다. 내가 마치 굉장히 무능력한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게다가 더 큰 문제는 그렇게 힘들게 섭외한 사람이 출연했는데도 시청률이 안 나오는 것. 죄진 것도 아닌데 팀 분위기가 상당히 굳어진다. 주말 연예 프로그램은 시청률에 민감한 편이다. 특히 <일밤>같이 대형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시청률이 잘 안 나오거나 하향세에 접어들면 언제라도 가동할 수 있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늘 대기시킨다. 1회성 파일럿 프로그램의 반응이 좋으면 별도 프로그램으로 나갈 수도 있지만, 내가 하고 있는 코너가 빠지게 될 수도 있는 거니까.
4 그래도 방송작가 일을 하는 이유는.
방송을 그리 오래한 건 아니지만,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그에 대한 생각을 끊을 수 없는 금단현상 같은 것이 온다. 소수라도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시청자의 의견을 보면 힘이 나고 보람을 느낀다.
외국계 화장품 홍보 (이성주, 크리니크, 홍보 14년 차)
1 홍보라는 직업은 화려함을 연상시킨다.
맞다. 하지만 화려함 이면에는 단조롭고 힘든 일이 있다. 화려한 행사일수록 준비 과정도 그만큼 길고 어렵다고 생각하면 된다. 파티 이전엔 무대를 준비하고 선물을 포장하고, 경비 아저씨랑 싸우기도 하면서 밤을 꼬박 새우는 일이 많다. 그 화려함만 보고 화장품에 대해 잘 모르거나 자신이 홍보하는 브랜드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이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체로 오래 버티지 못한다.
2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되었나.
학교 졸업 후 패션 쪽 PR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다음 화장품 PR을 거쳐 지금의 회사로 들어왔다.
3 해외 브랜드 화장품 홍보를 담당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첫째는 영어 실력. 이건 필수 조건이다. 둘째는 사람 사귀기를 좋아하는 사교성. 셋째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넷째는 잡학다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4 이 일을 하기 전 생각과 다른 점이 있다면.
홍보업계에서 ‘일을 못하는 사람’은 특별히 역량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 ‘체력이 약한 사람’이다. 체력이 곧 능력이라고 보면 된다.
5 그래도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내가 계획한 이벤트를 게스트들이 만족스럽게 즐기고 돌아갈 때의 기쁨이 크다. 또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가 기사화되고, 그 기사를 통해 실제로 제품 매출이 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보람이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이광수, 동양종합금융증권, 직장 경력 7년 차)
1 일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있다면.
첫째는 업무 과중. 일의 양이 많아 어시스트가 있어도 해결이 안 된다. 7시 전에 출근해 보통 23시에 퇴근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에 출근하는 것도 다반사. 보통 우리끼리는 일주일에 1백 시간은 일하는 것 같다고 얘기한다. 둘째는 주가를 맞추지 못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스트레스다.
2 연봉이 높은 편이라고 알고 있다.
몇몇 증권사를 제외하고 애널리스트는 대부분 계약직이다. 회사에 매인 존재가 아니므로 연봉이 높은 것이다. ‘하이 리스트, 하이 리턴’이라고 보면 된다. 그만큼 존재 가치가 떨어지면 집에 가야겠지. 초봉은 6천에서 7천 사이지만, 그 이후로는 실적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3 어떻게 애널리스트가 되었나.
난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닌데 건설회사 IR팀에 있을 때, 이직 권유가 들어와 건설 분야 애널리스트가 됐다. 나도 경영을 전공했고 이 분야에 경영, 경제 전공자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전공은 다양하다. 약사, 의사, 공학박사도 있다. 대학 졸업자가 바로 애널리스트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처음에는 RA(Research Assistant)를 보통 3년 정도 하면 애널리스트가 될 수 있다. 이것도 전국에 있는 1천 명가량 애널리스트 가운데 자리가 나야 올라갈 수 있으니, 3년이 지나면 애널리스트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4 애널리스트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이나 덕목은?
능력은 강인한 체력, 흔들리지 않는 자존심 그리고 적당한 지식. 필요한 덕목은 도덕성이다.
5 이 일을 하기 전 생각한 것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인간적인 면이 별로 없다는 거. 이 일은 외로운 일이다. 혼자 일해야 하고 책임도 혼자 져야 한다.
6 그래도 애널리스트를 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첫째, 30대에 서울 강남에 아파트를 살 수 있다. 둘째, 자기만의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이 있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을 만나고 배우면서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린 나이에 각 회사 사장과 만나서 이것저것 물어보기 쉽지 않은데, 명함만 들고 가면 만나주니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인 것 같다.
엔터테인먼트 해외사업부 (이두선, JYP China, 직장 경력 5년(엔터테인먼트 업무 4년 차)
1 회사에서 담당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베이징에 있는 JYP China는 최근 법인을 설립하고 자체 오디션을 통해 키운 아티스트 리우신의 데뷔를 앞두고 있다. 중국 사업부는 현지에서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트레이닝시켜 최고의 아티스트로 키우는 일을 하고 있다. 업무를 착각하기 쉬운데 한국의 아티스트를 중국에 소개하는 일은 국내 사업부에서 담당한다. JYP China는 아티스트를 한국으로 보내 트레이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의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가 중국 실정에 맞게 적용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2 해외에 거주하면서 사업을 진행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새로운 시장 개척과 외국인과의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따른 어려움이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가족들과 떨어져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다. 한국 음식이 그립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3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업무를 담당하게 됐나.
첫 직장은 영화사였고, 영화 마케팅 업무를 했다. 그러다 JYP 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해 기획 마케팅팀에서 국내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다, 회사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지향하면서 지금의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4 지금 하는 일을 위해 필요한 자질이나 능력은?
아무래도 해외 사업 쪽이다 보니 기본적으로는 영어는 기본이고, 그 외 외국어 등 언어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업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획력, 적재적소에서 발휘되는 순발력 등이 요구된다.
5 이 일을 하기 전 생각과 어떤 점이 다른가?
화려하고 즐거워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굉장히 힘든 직종이다. 잦은 출장과 많은 업무로 야근이 일상이기도 하고. 실제로 겉만 보고 들어왔다가 이직을 하는 사람도 많이 봤다. 또 주변 사람들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이나 회사에 대한 인지도 때문에 고수입자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는 않다.
6 그래도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마약같이 헤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돈보다는 꿈과 열정으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이 엔터테인먼트업계다.
외국계 회사 마케터 (김지영, 유니레버 코리아 도브 스킨 제품 마케팅, 마케터 7년 차)
1 많은 여성 구직자가 외국계 회사를 지원하는 이유는 복지가 잘 되어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비해 국내 회사와 외국계 회사의 복지 수준이 많이 비슷해진 것 같다. 다만 내가 근무하는 회사의 경우 출산을 했거나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했을 때 회사가 함께 축하해주는 문화가 있다. 아마도 그래서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것 같다. 또 어학 능력 개발을 위해 개인 교육비의 일정 부분을 지원해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2 어떤 과정을 거쳐 마케터가 되었나.
브랜드 마케팅에 관심이 있어 대학원 전공을 마케팅으로 선택했다. 운이 좋아 첫 직장인 CJ에서부터 브랜드 매니징 업무를 할 수 있었다.
3 마케터가 되는 데 필요한 자질, 능력이 있다면.
무엇보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어야 한다. 사물을 보더라도 한 방향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향에서 접근하는 스킬이 필요하다.
4 이 일을 하기 전 생각과 다른 점이 있다면.
마케팅, 특히 브랜드 매니징은 단순 소비자 대상 커뮤니케이션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유통 체인 및 물류 등 다양한 유관 부서와의 협업이 필수다. 관련 업계의 이슈에 대해 알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5 그래도 이 일을 하는 이유는.
소비자 대상 커뮤니케이션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때나 신제품 론칭이 성공했을 때 보람을 느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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