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 똑똑한 아이가 위험하다] 2편. IQ와 학업성적, 어떤 것을 믿어야 할까?
enterskorea 2022.05.16 13:12:46
IQ와 학업성적, 어떤 것을 믿어야 할까?
영재성이 높은 학업성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영재성이 오히려 학교 생활의 부적응을 초래할 수도 있다. 분명히 명석한 두뇌로 부모를 놀라게 했지만, 학교에 진학한 후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 중에 영재가 있을 수도 있으니 알아두기 바란다.
물론 영재들은 기억력이 우수하며, 학습 속도가 빠른 편이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는 것을 들을 정도로 예민한 청각을 지녔으며, 보통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포착할 정도의 예리한 시각도 지녔다. 심지어 아주 오래전에 어떤 사람이 했던 말과 행동을 아주 정확하게 기억하기도 하며, 사람들의 말에서 모순을 짚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비범한 지적 능력을 타고났음에도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영재들이 의외로 많다.
멀랜드 보고서(Marland Report, 1972)에 따르면 영재로 판단되는 아이 중 50% 이상의 학생이 학교에서 평균 성적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냥 평범한 수준의 성적을 받는 예도 있으며 심지어 나쁜 성적을 받는 예도 있다. 지능이 높다면 이에 비례하여 학업성적도 우수할 것이라는 게 우리들의 상식이지만 왜 현실의 교육 현장에서는 상식에 어긋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는 IQ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오히려 학업성적이 낮아지는 발산 현상과 관련이 있다. 지능 지수와 학업 성취도는 어느 정도 비례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고도 영재급에 해당하는 IQ 145 이상부터는 오히려 학업성적이 낮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IQ가 상위 1%에 해당함에도 학교 성적이 상위 1%에 미치지 못하는 영재들은 의외로 많은데, 지능 지수는 0.1%에 해당함에도, 학생 수가 그리 많지 않은 학급에서 5등 정도에 그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현상들은 ‘지능 지수와 학업 성취도 사이에 일어나는 발산 현상’이라고 하며, 이 현상을 처음 지적한 학자는 홀링워스(Leta Hollingworth)다.
홀링워스는 이른바 ‘최적 지능지수(optimum intelligence)’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IQ가 125~145에 있는 아이들은 자신의 재능을 잘 발휘하면서도 다른 범재들과 시스템적으로 적응하는데 별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적정한 수준에서 머리가 똑똑한 이들은 자신의 지능을 최적화하여 공부나 인간관계, 일의 처리 등 다방면에 활용할 수 있다. 이들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만큼의 최적 지능지수(IQ 125-145)를 가지고 있다. 즉 IQ가 125 정도 되는 아이 중에는 상대적으로 학교생활에 잘 적응을 하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들이 많지만 145를 넘어가는 고도 영재일수록 적응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고도 영재들이 틀에 박힌 정규 교육 체계에 적응하지 못하여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는 학자들이 많다. 고도 영재 아동의 지적 우수성과 남다른 사고방식이 평범한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는데 소통의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와 같은 학교생활에서의 부적응이 아이의 정서적 안정을 해치고 학업성적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잠재된 지적능력에 비하여 낮은 학업 능력을 보이는 영재들을 미성취 영재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미성취 영재들처럼 IQ만 높은 부적응아들보다는 학교의 질서에 충실히 따르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모범생들의 가치를 훨씬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잠재력만 높고 부적응하는 학생들보다는 차라리 성실하게 노력하여 높은 성적을 거두는 범재 학생들이 낫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미성취 영재들을 그대로 도태시키는 것을 꽤 그럴듯하게 정당화시켜준다.
하지만 영재들의 가치를 단순히 학업성적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이들은 모범생들과는 전혀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학업성적에 반영되지 않는 잠재력을 보유한 예도 많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열등생이었던 에디슨이나 피카소, 그리고 학교의 획일적 교육에 부적응했던 아인슈타인이 그랬듯 말이다. 학교 시험이라는 것은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용도에 그칠 뿐이다. 학교 성적은 그 아이가 갖는 지적 잠재력이나 창의성을 파악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세상의 근본적 구조와 원리, 존재 이유에 대해 고찰하고 외부의 다양한 대상을 자신만의 기준으로 탐구하는 창의적 영재들보다 당장 외부의 평가 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교과서에 있는 수학 공식과 역사 연표를 암기하는 학생들이 학업성적은 더 우수할 것이다.
‘IQ’와 ‘학업성적’이 불일치할 경우 무엇을 믿어야 할까? 만약 후천적 요소를 배제한 아이의 잠재력을 말하는 것이라면 IQ를 믿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학교 성적은 해당 교과 내용을 공부해야만 잘 나올 수 있다. 범위 내에 있는 지식을 흡수하지 않으면 결과가 좋지 않지만, 공부하면 다시 잘 나올 수 있는 것이 학교 시험이다. 하지만 IQ는 선천적인 지적능력을 평가한다. 같은 IQ 검사 유형을 반복 숙달하고 재시험을 본다 해도 상승 폭은 크지 않다. IQ가 높음에도 학교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아이가 학교 시험의 평가 기준에서 벗어난 다른 것에 흥미를 느낀 것일 수도 있고, 교우관계에 있어 어려움이나 각종 정서적 문제가 원인일 수 있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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