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의 과정, 선의지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내려면

출판 홍보 마케팅을 하면서 나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는 이를 휴먼 시스템(Human System) 혹은 연대 (連帶)라고 부르려 한다. 연대란 여럿이 함께 일을 하거나 책임을 지는 형태를 말한다. 내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으므로 서로의 손을 잡고 연대를 이루어 가는 것은, 개개인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 혼자라면 할 수 없었던 일이라도 연대하면 해낼 수 있다. 같은 뜻을 가진 이들이 선의지로 뭉쳐서 힘을 합친다면 혼자일 때보다 훨씬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나 혼자서 무엇이든지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전문 영역이 있다. 내 영역에서는 전문가지만, 그렇지 않은 영역에서는 숙맥이나 다를 바 없다. 그때 고집을 부리기보다, 해당 전문가를 만나서 연대했으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은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연대를 해 보는 게 좋겠구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연대한다고 무작정 다 시너지가 나는 것은 아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연대를 하다 보면 이렇게 예상치 못한 사건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선의지를 가진 사람들을 제대로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

연대 시스템을 만들려면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지만, 많이 만나기만 한다고 소중한 인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내 선의지를 꺾어 버리는 에너지 뱀파이어들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 연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나와 같은 선의지를 가진 사람들과 손을 맞잡는 것이다. 주변의 많고 많은 사람들 중 누가 선의지를 가진 사람들일까?

지금껏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본 경험을 바탕으로 선의지를 가진 이들의 특징을 구분하면, 세 가지 정도 되는 것 같다. 첫째, 선의지를 가진 이들은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과 존중이 있다. 자신이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상관없이 사람 자체를 존중하고 사랑한다. 누구에게든 도움이 되고 싶고,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싶다는 순수한 의지가 강하다. 타인을 향한 이들의 마음은 단순하고 일시적인 동정이 아니라, 사람을 존중함으로써 우러나오는 연대 의식이다.

나는 책을 쓰고 싶다는 예비 작가를 상담하면서 이런 분들을 종종 발견한다. 책을 써서 자기 분야에서 좀 더 확고한 위치를 다지겠다는 목적도 있지만,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어 주고 싶다는 선의가 뚜렷하다. 이분들은 아무리 바쁘고 피곤해도, 예기치 않은 사건이 터져도 결사적으로 매달려 책을 썼고, 목적했던 변화를 맞이했다. 선의지가 사람을 훨씬 더 좋은 방향으로 인도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둘째, 선의지를 가진 이들은 실천력이 있다. 입으로만 “남을 돕고 싶다.”라고 하지 않고 자신의 삶 속에서 크고 작은 실행을 하고 있다. 어떤 분은 자신의 콘텐츠를 가지고 시설 아동들을 찾아가 무료 강의를 진행하고, 또 다른 분은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실비 정도만 받고 경영 컨설팅을 진행한다. 창업을 준비 중인 청년들에게 멘토 역할을 하는 분도 있다. 자신의 에너지만 뽑아 먹으려는 에너지 뱀파이어들을 잘 피해 가면서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전심으로 돕는다.

셋째, 선의지를 가진 이들은 표정부터 밝다. 자신의 삶,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데 있어 긍정이 흘러넘친다. 늘 은은한 미소가 얼굴에서 떠나지 않아서, 이들과 만나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함께 무엇이든지 이루어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선의지를 가졌지만 가끔 표정이 밝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이는 예민하고 신중한 성격이어서 그런데, 이들도 자신의 계획을 차근차근 실천해 나가면서 점차 표정이 밝아진다.

한두 번 이상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차츰 이러한 특징들이 보인다. 선의지가 있는 것을 확인하면 나도 선의지를 드러내며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제안을 한다. 서로의 선의지를 알아보면 그때부터는 관계 형성이 쉬워진다.

“제 주변에는 그렇게 좋은 사람들이 없는 것 같아요. 좀 더 인간관계의 폭을 넓히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선의지를 가진 좋은 사람들을 만나라고 권하면 어디 가서 만나야 하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나는 주변에서 권하는 모임에 모두 참여한다. 지인들, 작가들, 출판사 사장님들 누구든 나를 부르면 스케줄이 허락하는 한 가리지 않고 찾아간다. 가서 식사하고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 모임이 나에게 잘 맞는지 아닌지, 사람들은 어떤지를 알 수 있다. 잘 맞는다고 생각하면 계속 참여해서 친분을 쌓아 가고, 반대의 경우라면 서서히 참여를 줄이면 된다. 모임은 잘 맞지 않더라도 그곳에서 나와 잘 맞는 인연, 선의지를 가진 이들을 만날 수 있고, 이들과는 따로 만나면서 친분을 이어 나가면 된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검색만 해도 꽤 다양한 모임을 접할 수 있고, 그곳에서 다양한 직군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만남, 전문가들과 연대를 기대하면서도 모임에 참여하는 데에는 상당히 주저한다. ‘시간 낭비가 되지 않을까?’, ‘괜찮은 사람들을 못 만나는 것 아닌가?’ 하고 미리부터 걱정한다. 가 보지도 않고 해당 모임을 짐작하는 것은 부정확하고, 첫 만남으로 무엇인가를 얻으려는 것도 성급하다. 내가 권하고 싶은 것은 일단 가까운 지인들 모임부터 직접 참석해서 알아보라는 것이다. 무엇이든 첫술에 배부르려 하지 말고 차근차근 발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부의 품격 <양원근> 저

성안당, 2021년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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