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 https://namu.wiki/w/%EA%B7%80%EB%A9%B8%EC%9D%98%20%EC%B9%BC%EB%82%A0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열성이 줄어들어서인지 ‘귀멸의 칼날’은 극장판이 일본에서 어마어마한 흥행 성적을 거뒀다는 소식을 통해서 (그 덕분에) 알게 됐다. 너무 뒤늦게 알게 된 것이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알게 된 게 어디냐는 생각이 더 크다. 워낙 놓친 것들이 많아서 뭐라 말할 게 없다. 늦게나마 이렇게라도 챙겨보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있겠나?

총 26화로 된 TV 시리즈지만 편당 20분 정도라 보기 힘들진 않았다. 꽤 재미나서 생각보다 더 빨리 보기도 했지만. 진짜 흥미진진하게 즐겼다. 이걸 이제야 보다니... 라는 생각도 하게 되고.

그 자체의 완성도를 떠나서 ‘귀멸’이 흥미롭게 생각되는 점은 애니가 만들어지고 지금과 같은 인기를 누리기 전까진 크게 주목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열렬한 팬도 있었겠지만 이런 식으로 점점 큰 인기를 얻으리라 생각한 사람은 정말 없었을 것이다. 일종의 사회현상으로 해석하게 될 정도가 되리라 누가 알았을까? 원작도 언젠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게다가 이게 시작이라는 점 때문에 과연 어디까지 인기가 치솟을지 그게 아니면 꼬꾸라지게 될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지만 “귀멸의 칼날에서 가장 낮은 평을 받는 전반부가 고퀄리티의 애니로 재탄생하면서, 어마어마한 수의” 팬덤이 생겼고 TV 시리즈 1기는 완결이 아닌 일종의 서론에 가깝기 때문에 더 많은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기는 이걸로 완결은 아니지만 이것 자체로도 어느 정도는 완결성을 그리고 충분한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일정하게는 전형적인 부분도 있지만 신선하고 색다른 부분도, ‘귀멸’만의 개성도 충분하기 때문에 누구나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단, 잔혹한 부분도 꽤 있으니 사람에 따라서는 보기가 꺼려질 수 있기도 하다.

“도깨비와 귀살대로 대표되는 두 세력의 피할 수 없는 대결구도를 배경으로, 도깨비와 달리 한계가 명확하지만 이루지 못한 목표를 향해 귀살대가 인간승리를 위해 적지 않은 것을 희생하며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들을 그려내고 그걸 통해 죽음에 대한 두려움, 사는 동안 끝없이 거치는 번뇌와 삶에 대한 애착이 가진 의미를 조명하여 '피할 수 없는 시련 앞에 인간 한계를 가진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통찰하는 이야기로 볼 수 있다.

캐릭터의 대립 구도나 작품의 주제, 선악 표현은 상당히 권선징악적이며 악역을 비호하거나 미화하고, 적이 동료가 되는 전개가 없다. 물론 악역에게 사연이 있다면 설명은 해주며 조연 악역들에게도 감동적인 사연들이 많이 존재하는 작품이고 악역의 사연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기도 한다. 다만 이런 경우에도 심판에는 가차 없다. 적이 회개하면 그전의 악행이 용서되던지, 아예 선악 구도가 모호하거나 주인공이 악역으로 나오는 작품이 많은 최근 작품들 중에 이런 스토리와 주제가 채택된 것 작품이 적고 애초에 전개 속도 자체가 빠르다보니 스토리가 시원한 맛에 독자나 시청자가 된다는 평가도 있다. 시대도 옛날이기 때문인지 등장인물들의 관념도 도덕적인 가치를 우선하는 경향이 있다. 카마도 탄지로는 대놓고 모럴리스트 타입 주인공이며 다른 등장인물들도 일부러가 아닌데도 자신이 살인을 했다면 지옥행을 택한다던지 자신의 소중한 이라고 할지라도 살인을 저질렀다면 그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여기는 모습을 보이면서 여기저기서 악행에는 진심으로 분노하거나 용납하지 못하는 스토리 적 주제들이 강조된다.”

크게 복잡한 내용으로 되지도 않았고, 선악의 구분이 선명하고 가족애와 동료애 그리고 때때로 웃음도 짓게 해주고 있어 머리 복잡하게 보지 않게 되고 질질 끌거나 늘어지는 것도 없어 지루하지도 않아 좋았다. 재미나고 속도감 있다. 호쾌한 액션도 가득하고.

“전체 구조나 스토리는 전형적인 소년 만화 스타일이지만, 은연 중에 드러나는 분위기나 감성은 청년만화에 약간 더 가깝다. 식인 장면이 대놓고 나오고 신체 일부가 순식간에 절단나거나 어린아이들을 죽이는 부분이 스스럼없이 나온다. 설정 상 귀살대는 순직하는 대원이 많기에 세대교체가 빨라서 등장하는 대원 대부분의 나이는 중~고등학생 정도의 미성년자들이고,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건장한 성인들보다도 훨씬 많이 죽는다. 작가부터 단편 연재 시절부터 독자들로부터 소년 점프의 주요 독자층인 청소년들보다는 영 점프의 주요 독자층인 성인들에게 좀 더 가까이 어필할 만한 감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잔혹한 장면들이 많다는 점이 일종의 단점이 되겠지만 그걸 제외하면 익숙한 진행과 단순화된 등장인물 등 정도가 비판될 순 있겠으나, 거듭 말하지만 아주 특별한 무엇을 갖고 있진 않고 있을지라도 담아내고 보여줄 수 있는 기본적인 것들에 아주 충실하고 그걸 너무 답습하지 않고 해내고 있어 좋았다. 그리고 하나 더 장점을 꼽자면 굳이 일대 일의 대결 구도를 만들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결투가 있다는 점도 좋았다.

“작중 주요 적들, 특히 십이귀월 상현들이 정말 흉악무도할 정도로 강하게 나온다. 정석적인 소년만화라면 아군 주역 캐릭터 하나 vs 적 간부 하나 식의 1:1 매치가 주를 이루는데 비해 귀멸의 칼날은 거의 대부분의 전투가 적 하나를 아군 여럿이 다구리치는 레이드 형식으로 이루어져있다. 초반부의 도깨비를 제외하면 상현 중 가장 하위권인 상현의 6과 싸울 때 음주+음주의 세 아내+주역 4인방이 협력해서 싸웠음에도 네즈코를 제외한 주역 4인방은 중상을 입었고 음주는 한쪽 눈과 팔을 잃어서 은퇴해야 했으며, 다른 상현도 다르지 않아서 하주 혼자서 쓰러트린 상현의 5를 제외하면 귀살대 최강 전력인 주와 차후 주가 될 실력을 지닌 실력자들이 우르르 달라붙어야 간신히 쓰러트릴 수 있다. 스토리 전개도 적을 쓰러트리면 쓰러트릴수록 아군들이 강해지는 소년만화의 법칙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데, 신체능력과 전투능력이 상승하는 반점을 각성해도 상현의 강함 앞에서는 겨우 버티는 수준인지라 그들이 얼마나 끔찍하게 강한지 알 수 있다.”

정석대로 하고는 있지만 너무 기존의 방식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재미를 느끼고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순식간에 팬들이 늘어난 게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그동안 일본 애니에서 항상 느껴왔던 2D와 3D가 이질적으로 섞이는 부분도 많이 개선되었다는 점도 칭찬하고 싶고.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서 2D와 3D가 섞여서 나온다. 2D는 그림을 강조할 수 있지만 오히려 그만큼 작붕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반면 3D는 2D에 비해 작붕이 적고 비용 또한 저렴하지만 어색한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방식을 상황에 맞게 영리하게 활용해서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줄였다. 연출이나 효과 역시 원작의 작풍을 잘 따랐다. ... 원작 만화의 전투씬 연출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는 연출인데, 이에 역동성과 오리지널 씬을 추가하여 퀄리티 높게 뽑아내었다.”

여러 가지로 원작이 갖고 있는 부족한 점들을 잘 채워내면서 훌륭한 완성을 해내고 있는 것 같다. 아주 재미나게 봤고 그래서인지 극장판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마스크하고 영화 보는 건 딱 질색이지만... 극장에 가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