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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향기... [콘택트] - 광활한 우주에서 우리 인간은 얼마나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였단 말인가.
13  쭈니 2021.01.12 11: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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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로버트 저메키스

주연 : 조디 포스터, 매튜 맥커너히

'왜 [콘택트]를 이제서야 보게 되었을까?' 이러한 의문은 당연했다. 지난 몇 년 전부터 아들에게 내가 젊은 시절 재미있게 본 영화들을 보여주곤 했는데 [콘택트]도 아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영화 1순위 후보였다. 게다가 과학을 좋아하는 아들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일찌감치 읽었고, 과학에 별 관심이 없는 나에게도 <코스모스>를 읽어보라고 강요한 탓에 나 역시도 그 두꺼운 책을 졸음을 참아가며 읽었었다. [콘택트]는 칼 세이건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인 만큼 <코스모스>를 필독 도서로 추천하는 아들에겐 더욱더 꼭 봐야 할 영화임에 분명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콘택트] 관람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그러다가 결국 지난 주말에서야 이뤄졌다. 아마도 맛있는 음식을 가장 나중에 먹는 심리가 작동된 것은 아니었을까?

러닝타임이 무려 2시간 25분이다. 게다가 [콘택트]는 재미를 담보로 한 상업 영화가 아닌 까닭에 2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이 더욱 길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2시간 25분은 금방 지나간다. 엘리 애로웨이(조디 포스터)의 우주로의 탐구 여정을 쫓다 보면 어느새 광활한 우주 속의 인간은 얼마나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콘택트]는 엘리의 어린 시절로 시작한다. 아버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밤마다 모르는 상대와 교신을 기다리는 단파 방송에 귀를 기울이던 소녀 엘리, 성인이 된 그녀는 이제 우주 속 미지의 존재에 대한 교신을 기다리고 있다. 우주 어딘가에 있을 지적 생명체와의 교신을 확신하는 엘리와는 달리 다른 사람들은 그것은 공상과학일 뿐이라며 무시한다. 어렵게 괴짜 사업가 헤든(존 허트)의 지원을 받아 외계와의 교신을 계속할 수 있게 된 엘리는 드디어 노력의 결실을 맺는다. 지구로부터 수십 광년 떨어진 베가성에서 정체 모를 메시지가 수신된 것.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에서 수신된 것은 어떤 설계도이다. 과연 이 설계도는 무엇이며, 지구에 메시지를 보낸 외계 지적 생명체의 의도는 무엇일까? 인류는 큰 혼란에 빠진다.

[콘택트]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다른 행성에도 사람이 살까요?'라는 어린 엘리의 질문에 그녀의 아빠는 '우주에 우리만 있다면 엄청난 공간 낭비일 것 같구나'라고 대답한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외계인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단지 SF 영화나 소설에서나 가능한 존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콘택트]를 보고 나니 어쩌면 이 광활한 우주에 지적 생명체가 우리 인간뿐이라고 여기는 것은 굉장한 오만함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1998년 [콘택트]를 보고 노트에 적은 나의 감상평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이 장면은 내가 지금껏 보아온 영화 속 대사 중 외계인의 존재를 가장 설득력 있게 대답해 준 장면이었다.'

[콘택트]에서 흥미로운 것은 외계의 지적 생명체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답뿐만이 아니다. 엘리가 외계에서 메시지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각계각층에서 벌어지는 혼란은 미지의 존재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과 두려움을 보여준다. 특히 엘리의 연구를 시간 낭비라고 일축하던 백악관 과학기술 자문관 데이빗 드럼린(톰 스커릿)이 외계 메시지 수신 이후 마치 이 모든 것이 자신의 공로인 듯 나서는 장면과 외계에서 온 설계도가 지구 침략을 위한 무기일 것이라 주장하는 백악관 안보실장 마이클 키츠(제임스 우드), 그리고 광신적인 집단의 테러 등은 실제로 외계에서 메시지가 수신된다면 저런 일이 벌어지겠다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영화의 후반부, 엘리는 외계의 설계도로 제작된 운송 수단을 타고 웜홀을 통해 외계의 존재와 조우한다. 과연 그들은 왜 인류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조우를 허락한 것일까? 뭔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숨죽여 지켜보던 관객에게 [콘택트]는 아무런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영화에서도 마이클 키츠를 대표로 한 조사단은 이 모든 것이 헤든의 사기극이 아니냐며 거세게 엘리를 몰아붙인다. 하지만 이미 엘리는 진실을 목격했고, 놀라운 경험을 했다. 뭔가 대단한 것을 원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만족시켜줄 수는 없지만, 우주에 인간이 아닌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이다. 어쩌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외계의 지적 생명체의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진 [콘택트]가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존재의 확인이면 된다. 그러한 사실을 알기에 두 번째 [콘택트] 관람에서도 나의 마음은 먹먹해졌다. 참 잘 만들어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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