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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조경훈

더빙 : 문남숙, 장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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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덜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의 하루는 네이버 웹툰으로 시작하였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며 요일별로 3, 4개씩의 네이버 웹툰을 본 후 하루 업무를 시작하곤 했었다. 이렇게 네이버 웹툰을 보다 보면 '세상엔 참 기발한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기기괴괴>의 오성대 작가의 상상력은 매번 나를 감탄하게 만들었다. <기기괴괴>는 옴니버스 미스테러 스릴러 웹툰으로 오성대 작가는 5회 안팎의 각기 다른 에피소드를 풀어내는데, 그 각각의 에피소드가 너무 기발해서 '이 사람은 도대체 어디에서 이렇게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얻나?' 궁금했을 정도이다. 그중 지난 2020년 9월에 개봉한 <성형수>는 오성대의 기기괴괴한 세계관의 역대급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바로 그 <성형수>가 영화로 제작되었으니 그것이 바로 [기기괴괴 성형수]이다.

사실 [기기괴괴 성형수]가 코로나19로 한참 유행 중이던 9월에 개봉하긴 했지만 원작 웹툰에 대한 나의 관심을 반영한다면 충분히 극장에서 봤어야 했을 영화이다. 하지만 내가 이 영화의 극장 관람을 포기한 이유는 예고편에서 보여준 어색한 더빙 때문이다. 나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단점이 바로 더빙이라고 생각하는데, 미국이나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는 더빙이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만, 유독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에서는 더빙이 굉장히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기기괴괴 성형수] 역시 다르지 않다.

[기기괴괴 성형수]는 어설프게 유명 연예인을 더빙으로 내세우지 않고 전문 성우에게 더빙을 맡겼다. 문제는 이 영화에 캐스팅된 문남숙, 장민혁, 조현정 등 전문 성우들이 어린이 애니메이션 더빙으로 경력을 쌓았기 때문인지 성인 애니메이션을 표방한 [기기괴괴 성형수]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냥 일상적인 톤으로 더빙을 해도 될 텐데, 어린이 애니메이션 특유의 과장된 목소리 톤으로 더빙을 영 어색하기만 했다. 영화 초반에는 어색한 더빙으로 영화에 집중이 되지 않아 영화 감상에 애를 먹었다. 그래도 참 신기한 것이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점점 더빙에 익숙해지더라는 것이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어색한 더빙을 제외한다면 [기기괴괴 성형수]는 꽤 잘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라고 할만하다. 특히 외모지상주의를 꼬집는 영화의 주제가 잘 살아있다. 못생긴 얼굴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 예지(문남숙)는 성형수를 통해 미인으로 거듭난다. 하지만 얼굴이 예뻐졌다고 해서 마음까지 예뻐지는 것은 아니다. 예지가 자신의 부모에게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 정나미가 뚝 떨어지는데, 이렇게 주인공의 매력을 바닥까지 떨어뜨리는 영화는 드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성형수를 사야 한다며 다짜고짜 부모에게 2억을 요구한 뻔뻔한 예지는 성형수로 예뻐지자 이번엔 거액의 쇼핑으로 부모의 돈을 탕진한다. 그래놓고 그녀는 자신이 성공하면 지금까지 투자한 것을 모두 만회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치는데, 그녀가 말한 성공이라는 것이 고작 돈 많은 남자를 만나는 것이다. 이렇게 한심한 그녀는 잘생긴 지훈(장민혁)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외모만으로 예지에게 사랑을 고백했던 수많은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에지 역시 외모만으로 지훈과 사랑에 빠지고, 결국 그러한 그녀의 선택은 지훈의 정체가 드러나며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이처럼 통렬한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풍자가 또 있을까?

[기기괴괴 성형수]에서 가장 마음에 든 것은 결말이다. 사실 웹툰의 결말 자체가 상당히 충격적이다. 그렇기에 영화에서는 조금 순화시킬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예지가 주인공인데 웹툰처럼 경악할만한 결말을 끝을 맺지는 않을 것이라 여긴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나야 웹툰의 결말을 알기에 영화를 보며 '이 결말을 그대로 갖다 쓰다니 대단하군.' 정도의 감탄에 그쳤지만 웹툰의 결말을 모르는 아내는 영화의 결말에 경악을 했다. 하긴 나도 처음 웹툰에서 이 결말을 봤을 때 충격을 먹었으니... 그래도 이렇게 충격적인 결말 덕분에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주제가 더 잘 드러난 것 같다. 내 예상대로 결말을 순화시켰다면 훨씬 실망스러웠을 뻔...

동물들도 짝짓기를 하기 위해 외모를 가꾼다고 한다. 나는 결혼 적령기의 남녀가 상대의 외모를 먼저 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 인류가 다른 동물들과 다름없었던 시절부터 내려온 본능일 테니까. 하지만 인간은 지성을 갖추며 다른 동물들과는 다르게 발전해 왔다. 그렇기에 외모를 중시하는 것은 본능에 의한 당연한 것일지라도, 외모만 중시하는 것은 지성을 갖춘 인간으로서 미달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기기괴괴 성형수]의 예지와 지훈은 그저 예뻐지고, 잘생겨지고 싶다는 욕망만 가진 인간 미달의 존재들이다. 그러한 인간 미달의 존재들이기에 이렇게 경악스러운 결말이 가능했을지도... 웹툰에서도 <뉴성형수>가 총 12회로 연재되었는데 영화도 속 편이 나온다면 그땐 어색한 더빙을 꾹 참고 극장에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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