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엄마 말하기의 첫 번째 걸음
enterskorea 2021.01.07 10:38:24
엄마 말하기의 첫 번째 걸음
아이를 키우는 동안 내 시간, 내 공간도 없이 하루 종일 아이와 부대끼고 집안일에 시달리다 보면 가끔 나 자신이 없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럴 때 마음 편한 누군가와 시시콜콜 수다라도 떨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자꾸만 나를 찾는 아이의 부름이 귀찮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는 사소한 일에 아이가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이것저것 요청하거나 떼쓰고 울면 엄마의 감정은 구깃구깃 구겨져 버리고 만다.
“너만 울고 싶니? 나도 울고 싶어!”
라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아이를 키우면서 이런 마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를 꼭 닮은 딸이 너무도 예쁘기에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가도, 한 편으로는 ‘얘가 도대체 왜 이러나? 애 키우기 쉽지 않네’ 하는 한탄이 수시로 터져 나온다.
예민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고민이 더욱 많다. 아이가 예민하고 까다로운 것이 마치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 죄책감이 들다가도 한순간 너무 힘들어 화를 폭발했다가 또다시 죄책감에 시달리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예민한 아이는 본인의 성격 때문에 힘이 들고, 엄마는 아이와 실랑이 벌이느라 고단하고 그런 엄마와 아이를 지켜보는 아빠도 곤혹스러운, 그야말로 삼중고이다.
육아 전문가는 아니지만 내 직간접적인 경험담을 그러모아 보면, 아이의 심한 감정 표현과 떼쓰기는 아이가 타고난 기질 때문이기도 하고, 부모의 양육방식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두 가지가 맞물려서 악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부모가 아이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 주면서 아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밝고 명랑한 다빈이는 애교와 끼로 주변 사람들을 잘 웃게 하는 재주가 있다. 그런 다빈이는 유독 엄마를 부를 때면 항상 울음섞인 말투로 징징거리며 엄마를 부른다. 걱정스러워 아이에게 다가가면 아이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 채 입으로만 엉엉 울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엄마는 다빈이의 가짜 울음 때문에 자신이 자꾸 화를 내게 되고, 그런 엄마를 본 다빈이도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했다.
사실 다빈이의 가짜 울음에는 이유가 있었다. 다빈이는 처음에 밝고 명랑하게 엄마를 불렀다. 하지만 엄마는 아이가 불러도 곧바로 대답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러면 아이는 울음으로 엄마를 찾기 시작했다.
“엄마아아아~ 엄마앙~~~앙~앙”
다빈이가 울음을 터뜨리면, 엄마는 그제야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의 부름에 대답했다. 이것이 반복되면서 아이는 엄마를 부를 때 으레 울음소리를 내게 된 것이다. 엄마를 부르면 바로 응대를 하지 않으니 그 속상함을 울음으로 표현했고, 그 표현법에 엄마가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이니 그 이후부터 그렇게 엄마를 부르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다빈이는 엄마를 부르는 장치를 울음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가 어릴 때는 엄마에게 깊게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엄마가 자신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으면 서운해하고 불안해한다. 그래서 엄마는 바쁘더라도 아이가 엄마를 찾을 때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게 좋다.
“응, 그래” “왜 그러니?”
라는 식의 간단한 반응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 다음 정말 바쁜 상황이라면
“엄마가 지금 바쁜데 기다려 줄래?”라고 말하고 시간을 벌도록 하자.
만약 아이가 잘 기다려 주었다면 아이의 행동에 대해 반응하고 칭찬하는 말을 덧붙여 전달해야 한다.
“우리 OO이가 잘 기다려줘서 고마워. 이제 엄마에게 말해줄래?”
자신의 행동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엄마의 말로 인해 아이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되고 엄마의 요청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게 될 것이다.
나는 다빈이 엄마에게 이와 같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울러 다빈이에게도 한 가지 방법을 알려주었다.
“다빈아, 엄마를 부르고 싶을 때 울지 말고 엄마에게 다가가서 엄마 손을 잡고 ‘엄마’ 하고 불러 볼까?”
내 말을 들은 다빈이는 가짜 울음을 멈추고 엄마를 불렀고, 다빈이 엄마도 아이의 말과 행동에 바로 반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 두 사람은 서서히 울음소리 없이 소통하는 중이다.
식당이나 상점에 가서 “저기요”라고 직원을 불렀을 때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당황하기도 하고 맘이 상하기도 한다. 스치는 만남이라도 나의 부름에 대답이 없으면 이런 마음이 드는데, 엄마를 세상의 전부라 믿고 있는 아이는 대답 없는 엄마의 반응에 어떤 마음과 생각이 들까? 엄마가 늘 곁에 있다는 든든한 믿음을 주기 위해서 오늘부터 이렇게 대답해 보자.
“응. OO아! 엄마 불렀어?”
아이의 부름에 대답을 해주는 것이 바로 행복한 말하기의 첫 번째 걸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