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발아래에 '묻혀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영화 [베리드 Buried].
MV제이와이 2021.01.04 03:14:00
<베리드 Buried>는 참으로 영리한 영화다.
땅 속 어딘가 깊이 관 안에
매장되어있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이 영화는,
오로지 깜깜하고 좁은 공간에서의 1인극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주인공 폴 콘로이(라이언 레이놀즈)는
그 갇혀있는 사람이고,
왜 갇혀있는지 그는 그 안에서 탈출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좁은 관 안에서 '영화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게 무엇인지 등을
최대한으로 보여주는 영리한 영화다.
영화가 시작되고 1~2분간은 어두운 화면만 보여진다.
그리고 가쁘고 거친 숨소리만이 들리기 시작한다.
왠지 모르게 답답해진다.
이것이 폐쇄공포증인가? 싶을 무렵,
라이터가 딱딱!하면서 켜진다.
이제서야 희미하게나마 주인공 라이언 레이놀즈의 얼굴이 보인다.
그는 재갈이 물려져있고,
그 큰 덩치의 사내가 좁은 관 안에 비좁게 들어차있다.
이제부터는 그가 왜 이 곳에 들어와있는지와 동시에
어떻게 이 곳을 탈출할 것인가가 이어진다.
그것만으로도 영화의 '흥미도'는 급상승한다.
하지만, 그가 이라크에서 자재 등을 운반하는
CRT라는 회사의 트럭기사이며,
그에게 주어진 것은 의외로 라이터, 연필, 핸드폰 등으로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냥 갇혀있는 것보다 탈출할 가능성도 높고,
'영화적'으로도 이야기를 이끌어갈만한 구실과 도구가 많아진 셈이다.
밤 9시까지 테러리스트들은 인질범의 몸값을 요구하고,
폴 콘로이는 갇힌 것도 서러운데, 핸드폰을 통해 미 국무부나 CIA에 연락해서
구출 및 몸값의 도움을 청하게 된다.
여기서부터는 단순히 한 사람의 '생매장'과 '탈출'이 아닌
'국제문제'로 번지게된다.
미국과 이라크 사이의 9.11과 같은 국제전쟁문제로 일어난 일이고,
알다시피 그 희생양은 '일반인'으로 퍼지게되었다.
이것만으로도 상당히 심각해진다.
'호기심'의 문제에서 '생각해볼만한 문제'로 변하는 이야기이다.
물론 세계 어딘가에 묻혀져있는 그를 구출하기란,
쉽지않음을 알고있다. 그럼에도 그 처한 상황이 아닌 사람이라 그런지,
전화를 이리저리 돌리고 국제문제로 번지지않게끔 '쉬쉬~'하면서
문제를 축소화시키려는
그들의 태도는 정말 어이없고 열받게 한다.
영화는 그러한 고위층의 행태와 모습을 꼬집는다.
씁쓸하고 안타까운 현실의 모습.
감독 로드리고 코르테스는 영리하고 똑똑한 감독이다.
비록 공간은 협소하고,
라이언 레이놀즈라는 한 배우만 영상에 등장하지만,
그 어느 영화보다도 긴장감이 높고 스릴러의 재미도 있으며,
그 어느 영화보다도 많은 메시지와 내용을 담고있다.
이것이야말로 저비용, 고아이디어로 인한
'영화적 상상력과 재미'의 극대화를 이룬 케이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