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결] 관계에 윤기를 더하는 말의 결
enterskorea 2020.12.31 11:28:57
관계에 윤기를 더하는 말의 결
상대방의 마음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자기 멋대로 판단하면 비록 맞장구를 친다 해도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상대방의 문제를 자신의 경험에만 비춰 일방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상대의 말에 조금 더 귀 기울이자. 상대방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문제에 대한 해답이 아니라 경청과 공감이다.
대화를 하는 중에 상대방이 스스로 감정을 추스를 수 있또록 한걸음 물러나는 것이 ‘진정한 위로와 공감’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상대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고 생각할수록 귀 기울이기보다 자신이 겪었던 비슷한 경험을 입 밖으로 쏟아낸다. 다음 대화를 살펴보면서 내 모습이 누구와 닮았는지 한번 점검해보자.
A : 나 결혼 준비하면서 남자친구랑 싸웠어.
B : 원래 결혼 준비하면서 다 싸워. 나도 그랬어.
A : 그래? 너도 싸웠구나. 하지만 연애할 때는 거의 안 싸웠거든. 근데 큰일 앞두고 자꾸 이러니까 내가 좀 힘드네. 시댁과의 문제에 너무 나 몰라라 하는데…….
B : 얘, 남자들 다 그래. 우리 신랑은 어땠는 줄 아니? 시어머니랑 시누이 이야기 나올 때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니까. 나도 그때 진짜 힘들었어. 오죽하면 스트레스로 건강도 나빠지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 나는 정말 매일 울었어.
우리는 상대의 이야기에 공감한다면서 내 이야기를 풀어낼 때가 더 많다. ‘나도 그런 적 있어! 내가 누구보다 네 마음 잘 알아! 심지어 나는 어떤 일까지 겪었는 줄 아니? 나는 너를 충분히 이해해.’ 이런 마음이 앞서다 보면 내 이야기를 더 많이 늘어놓는다. 사실 나의 경험을 듣는다고 해서 상대방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다. 상대가 이야기할 때 ‘나도 그 마음 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내 이야기를 늘어놓는다면 상대방은 입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닫는다.
진수 씨는 몇 년 전 이명을 앓았다.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심했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잘 관리해서 지금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한번은 대학 후배가 진수 씨를 찾아왔다. 후배는 최근 건강이 악화되어 귀에서 소리가 들리는 이명을 앓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진수 씨는 대뜸 말했다.
“내가 겪어봤잖아. 얼마나 힘든지 다 알아.”
진수 씨는 나도 겪어본 아픔이라는 생각에 긴 시간 동안 후배에게 ‘예전에 자신이 아팠던 이야기’를 했다. 한참 동안 진수 씨의 투병 이야기를 듣던 후배는 시간이 되었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수 씨는 후배가 집에 돌아가고 나서야 후배가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자기 이야기만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감이 필요한 순간에 ‘내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면 그 대화는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니다. 내 마음을 앞세우지 말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자. 공감은 남의 상황을 대신 정리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메신저 앱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런 통신 방식 때문에 대화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상대방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대화하는 것과는 달리 메시지는 내가 확인하고 답변할 시간을 정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얼굴을 맞대고 듣는 것이 점점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경청을 훈련해야 하는 이유는 ‘제대로 들어야 제대로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중하며 듣는 기술은 정보 수신과 동시에 발신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보를 수집한다. 메시지를 인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의 생각을 반영하여 행동한다. 따라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얼마나 정확히 기호를 유형화할 수 있는지’와 직결되며, 이야기를 전달하거나 새로운 내용을 말하는 능력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
제대로 들어야 제대로 된 반응을 할 수 있다. 단순히 말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이다. 제대로 듣지 않으면 맥락에 맞지 않는 말을 쏟아내거나 분위기를 망치기도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대인관계에서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보다 경청하는 사람이 훨씬 호감이 간다.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과의 대화는 금방 지루하다. 상대의 이야기는 흘려들으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머릿속으로 순서를 매기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가 말을 마치자마자 자기 이야기를 쏟아내는 사람에게서는 공감과 위로를 느끼기 어렵다.
수많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좋은 대화를 하려면 말하기는 30퍼센트 이하, 듣기는 70퍼센트 이상 해야 한다’고 말한다. 상대와 진정으로 소통하려면 경청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들어야 할까? 경청은 ‘단순한 듣기’와는 다르다. 수동적으로 듣기만 해서는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바람직한 대화’는 상대방의 음성기호를 객관적으로 들음과 동시에 머릿속으로 그것을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행동 패턴의 결합이다.
청취는 잠재적인 말하기이므로, 듣는 것은 매우 능동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올바른 경청’ 기술 중 핵심적인 3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상대방은 말뿐만 아니라 표정과 행동을 통해서도 신체적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 상대는 내가 ‘듣는 척한다’는 것을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을 때는 말뿐만 아니라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도 주목해야 한다.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의 표정이나 몸짓, 자세, 분위기까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상대방이 말하는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말을 중간에 끊지 않는 선에서 정중하게 질문해서 원활한 대화를 이어간다. 말은 전달되는 방식이나 듣는 사람의 배경지식에 따라 의미가 전도될 수 있다. 적절한 질문은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셋째, 맞장구와 리액션으로 대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적절한 맞장구나 제스처를 취할 때 대화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대화를 촉진할 수 있다.
경청은 관계를 긍정적으로 개선하고 돈독하게 만드는 윤활유이다. 흘려듣지 말고 상대방의 의도를 염두에 두고 듣는 훈련이 필요하다. “인간의 입은 하나이고 귀는 둘이다.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2배 이상 해야 한다는 뜻이다.” (<탈무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