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근무와 커뮤니케이션으로 연결된 옴니채널 라이프

회사 내 소통의 대부분이 온라인화되었다. 회사의 게시문을 게시판에 붙이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온라인 사내 게시판을 통하여 포스팅하고 이메일과 문자로 보내준다. 회의 자료도 이메일로 사전에 다 보내주고, 회의 후 회의록도 이메일로 온다. 업무와 필요한 기능에 맞는 다양한 메신저 툴을 이용하여 긴급 소통들도 진행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의견을 나누고 의사결정해야 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온라인보다는 한 자리에 모여 오프라인 회의를 진행하면서 의견을 나누고 결정을 하고 이메일을 통하여 결정된 사항들을 공지해왔다.

하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로 인하여 일부는 전화 회의(Conference Call)로 대체되었다. 반대편 전화기 끝에 붙어 있는 모든 사람이 얼굴을 마주 보고 회의하는 것처럼 집중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사람들이 선에 붙어 모여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얼굴을 맞대고 물리적으로 모여 있든 전화기 선 끝에 선으로 모여 있든, 아니면 메신저 끝에 휴대폰으로 모여 있든 모두가 모여 소통하고 있다.

매주 진행하는 전사 영업회의를 코로나19로 인하여 전화 회의로 진행한다. 사전에 회의 자료를 보내고, 참석자 모두가 접속하여 각자 발표를 하고 토의한다. 얼굴을 보고 하지 않기 때문에 혼자 벽보고 이야기하는 듯 이상하기도 하고 스피커는 켜 놓은 상태로 묵음으로 해 놓고 다른 사람 말할 때 말대꾸를 하기도 한다. 또 안 보이니 관련 없는 얘기가 나올 때는 슬쩍 딴 짓을 하는 즐거움도 있다.

최근에 코로나19로 취소되었던 많은 컨퍼런스가 온라인 컨퍼런스로 변경되고 있다. 원하는 세션에만 들어가서 볼 수도 있고 하나의 ID로 대형화면에서 다 같이 볼 수도 있으며 라이브 방송처럼 질문이나 코멘트를 실시간으로 하고 소통할 수 있어서 더욱 좋다고 생각한다. 음성이나 화면으로 이해하고 토론하고 소통을 통하여 결론을 내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 아이 컨택 등이 없고 익숙하지 않아 아무리 기기의 음질이 좋아도 콘서트 현장의 생생함과 공감에는 못 미치는 것처럼 전달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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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애를 임신했을 때 유산기가 있어 병원에 입원하고 병가도 사용하고 일정 기간 재택 근무도 했다. 2000년이었던 그때는 IMF 직후라 경제 상황도 좋지 않았고 여성 인력들이 임신이나 출산 후에도 근무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일하기 좋은 회사’로 몇 년씩 선정되었던 FedEx는 직장 내 남녀 평등, 그리고 여성을 위한 복지가 잘 되어 있던 외국계 회사여서 감사하게도 재택 근무를 통하여 어려운 시기를 넘길 수 있었다.

글로벌 회사다 보니 다른 나라랑 업무하는 경우가 많아 회사 대부분의 업무를 이메일로 소통하는 문화가 있었다. 그러니 재택 근무를 한다고 해서 특별할 일은 없었다. 게다가 해야 할 절대적 업무량이 많아 굳이 회사에서 근태를 챙기지 않아도 쉴 새 없이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시간이 아니라 산출물과 성과로 평가하는 조직에서는 집에서 널널하게 일하며 근무를 하든 아니면 사무실에서 빡세게 업무를 하든 서로에 대한 반발감이 없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시간 노동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경우 재택 근무 시 어떻게 그 사람의 업무 상황과 노동 강도를 파악할까. 이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많은 회사에서 재택 근무를 실시하며 실제로 발생했던 문제다. 재택 근무의 본질은, 집에서 일하든 회사에서 일하든 그 사람이 내야 할 성과를 명확히 할 수 있는 직장인에게 하루의 적정한 시간을 근무해서 살짝 어렵게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의 최적점의 목표와 평가 기준을 부여하고 관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근무 시간과 근무의 양이 아니라 달성한 일의 질의 기준으로 평가하고, 방만하게 근무할 수 없는 수준의 일을 부여하는 것이다.

문제는 재택 근무 그 자체가 아니다. 그 구성원이 해야 할 업무의 명확한 역할과 책임에 대한 정의, 그리고 평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근면 성실에 대한 잣대로 구성원들을 평가하는 경우들이 있다. 그 경우 재택 근무 시 일하는 시간 운용의 질적 실체를 볼 수 없어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재택 근무를 하게 할 때는 구성원이 집에서 하루 종일 빡빡하게 일을 하도록 관리하거나 모니터링하는 것이 아니라 놀라고 해도 못 놀 만큼 목표와 평가치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보지 않아도 믿을 수 있는 상호 간의 신뢰이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인지라 유혹에 빠질 수 있으므로 간간이 약간의 쪼임은 필요하다.

구성원들이 윗사람을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때는 딱 한 순간, 바로 결재할 때이다. 과거에는 손으로 작성한 보고서나 기획서에 도장이나 사인으로 결재했기에, 특정 기간에 결재를 받아야 하는 사안이 있는 구성원이나 직책자는 휴가든 출장이든 사무실을 비우기가 쉽지 않았다. 옛날 일이지만 윗분들이 자리를 비워야 할 때는 막도장을 하나 만들어주고 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모바일 전자결재시스템이 도입되어 긴급한 결재 사안이 발생하더라도 인터넷이 터지는 곳이라면 어디서라도 대응이 가능하다. 그래서 휴가를 가는 사람이나 휴가를 보내주는 사람이나 마음이 편해졌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제 재택 근무가 우리의 업무 혹은 생활로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다. 어떻게 집에 있는 구성원이 놀지 않도록 관리하고 모니터링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도 중요할 수 있겠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성과 기준의 평가 체계를 만들어 구성원이 스스로 근무 시간을 질적으로 풍성하게 만들 수밖에 없도록 목표와 과제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PC나 모바일 등 접속이 원활하도록 해주어야 하며, 특히나 결재 등 긴급 사안이 필요한 것들은 반드시 모바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회사의 정보에 접속할 수 있으니 VPN(Virtual Private Network) 같은 네트워크와 정보 접근에 대한 보안성도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재택 근무는 휴가와 같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근무 장소가 집인 것이지 쉬는 것과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어디에 있든 컴퓨터의 끝에 붙어서 서로 연결되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스스로의 시간과 업무의 질을 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무경계 인간 호모옴니쿠스 <송승선> 저

비욘드북스, 2020년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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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경계 인간 호모 옴니쿠스] 1편. 채널을 넘나드는 호모 옴니쿠스의 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