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완성도의 중-단편 소설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어떤 협박’은 1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 속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순간을 여러 차례 만들어내는 영화였다. 그러면서도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누군가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 들어가는 과정을, 강자가 약자를 얕잡는 모습 등 인간의 어두운 모습을 무척 여러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그런 중에 은행털이의 긴박감과 긴장감을 집어넣고 있기도 하니 얼마나 대단한 완성인지 그저 감탄하게 된다. 일부러 이렇게 짧은 시간에 다양한 것들을 구겨 넣는 것 같기도 하다. 더 길었다면 지금과 같은 긴장감이 흐트러졌을 것 같다.

좋은 아내를 만나 승승장구하는 (비열한) 남성

비슷한 처지로 시작했지만 소심함 때문에 그런 성공을 이뤄내지 못한 남성

어떤 부정과 그 부정을 알아챈 협박범

성공을 거머쥔 순간 찾아온 협박과 그로 인한 당혹과 절망

협박으로 인한 절박한 쫓김 그리고 벼랑 끝으로 내몰림

이런 상황으로 한때는 친구였던 두 남성은 이상한-어떤 사건에 휘말리고

자신이 저질렀던 부정이 들통나 협박을 받고 그로 인해서 초조함과 낭패감에 빠지는 등장인물은 숱하게 봐왔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긴장감을 다른 영화에 비해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어떤 식으로? 영화 속에서든 그걸 보는 사람이든 시간 적으로 무척 짧게 만들어(상황을 최대한 속도감 있게 만들어) 보는 사람이나 겪는 사람이나 좀 더 절박하게(더 직설적으로 환장하게) 만들고 있다. 손톱을 깨무는 버릇이 있는 사람이라면 남아나는 손톱이 없도록 괴로운 상황은 급박하기만 하다.

이야기 자체는 단출하고 엄청난 사건을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탄탄한 구성과 내용으로 보기 시작했다면 당장 빠져들도록 말끔한 완성을 해내고 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야비하고 매정한 인간들로만 가득하다. 비굴하고 소심한 모습을 보이던 사람조차 결국 쌓였던 응어리를 터트리고 그동안 당해왔던 조롱과 멸시를 보복하려고 하지만 그 끝은 둘 다 파멸이라 이걸 어떤 식으로 봐야 할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기도 하다.

너무 깔끔한 완성이라 허탈할 정도로 흠잡을 것 없고 의외로 빈틈없는 영화였다.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속에서 몇 번의 아찔한 곡예를 해내고 있다. 누가 나락으로 떨어지는지 궁금해지다가도 너무 나쁜 마음을 먹고 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되는 영화였다.

여러 가지로 훌륭한 영화였고 그래서인지 이 영화를 모르던 사람들에게 짧고 강한 영화라며 추천해주고 싶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영화지만 의외로 강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