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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 - 의도는 좋은데 실력이 안 따르는 경우...
13  쭈니 2020.12.03 17:13:19
조회 153 댓글 0 신고

감독 : 이환경

주연 : 정우, 오달수, 김희원

오달수 때문에 불편하다고?

[이웃사촌]이 천신만고 끝에 드디어 개봉을 했다. 다른 영화들은 코로나19 때문에 개봉을 미뤘었지만, [이웃사촌]의 사정은 다르다. 개봉을 앞두고 난데없이 오달수를 향한 미투 논란이 벌어지면서 오달수가 출연한 영화들까지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하지만 결국 경찰에서 '혐의 없음'으로 판결이 났고, [이웃사촌] 역시 극장 개봉이 성사된 것이다. 그런데 [이웃사촌]의 개봉을 앞두고 오달수의 복귀가 불편하다는 인터넷 기사를 읽었다. 순간 잠시 어이가 없었다. 왜 불편하지? 오달수가 정말 미투 가해자라면 당연히 그의 복귀를 막아야 하겠지만, 그의 혐의가 벗겨졌다면 오히려 오달수의 복귀를 응원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미투를 응원하지만 그 누구라도 거짓 미투에 피해를 당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에 미투 사건에 대한 판단은 무턱대고 욕하기보다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

사실 [이웃사촌]을 굳이 극장에서 볼 생각은 아니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400~500명대를 오고 가는 와중에 아들의 대구에서의 체험 학습도 취소되고, 강릉으로의 가족 여행도 포기해야 했다. 이런 시국에 극장이라니... 하지만 오달수의 복귀가 불편하다는 사람들에 맞서 나라도 오달수를 응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혼자 극장으로 향했다. [이웃사촌]은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1위 영화이지만 역시나 평일 극장에는 나를 제외하고도 다섯 명의 관객이 띄엄띄엄 앉았을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역설적이게도 극장에 관객이 몇 없으니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는 안심이 들더라는... (아! 제발 이 엿 같은 상황이 빨리 끝나기를...)

영화는 막 재미있지도, 그렇다고 너무 재미없지도 않았다. 이환경 감독의 전작인 [7번 방의 선물]과 천만 관객을 동원한 양우석 감독의 [변호인]을 적당히 믹싱한 느낌이다. 솔직히 충분히 의미가 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너무 흥행을 의식한 티가 팍팍 나는 영화였다. 그런데 [이웃사촌]을 보고 나니 오달수의 복귀가 불편한 사람들의 이유가 혹시 미투 때문이 아닌 군사 독재 정권을 풍자한 영화의 내용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시작되기 전 자막으로 실제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굳이 변명을 써놓았지만, 영화 속 이의식(오달수)은 군사 독재 정권에 항거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떠오르게 했으니... 설마 정말 그래서 불편했던 것은 아니겠지?

야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 가택 연금을 당하다.

[이웃사촌]은 야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이의식이 국내로 입국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벌건 대낮에 사람이 많은 공항에서 의식은 정체불명의 누군가에게 납치된다. 의식을 납치한 자들은 독재 정권에 빌붙어 살며 온갖 불법적인 이익을 탈취한 김실장(김희원)의 사람들이다. 국민들에게 인기가 높은 의식이 대통령에 출마를 하면 정권이 바뀔 가능성이 높고, 정권이 바뀌면 자신이 그동안 누려왔던 특권을 잃을 것이기에 김실장은 무슨 짓을 저질러서라도 의식의 대통령 출마를 막으려 한다. 하지만 의식이 끌려갔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밝혀지자 국민적 저항이 일어나고, 김실장은 국민적 저항을 의식하여 의식을 가택 연금을 시키기로 결정한다.

한편 도청 팀장 유대권(정우)은 오늘도 데모를 하는 빨갱이들을 잡기 위해 똥통도 불사하며 애국심(?)을 불태우고 있었다. 그런 그의 애국심을 눈여겨본 김실장은 대권에게 의식의 집을 24시간 감시하라는 중요한 임무를 맡긴다. 이 임무만 무사히 완수한다면 그동안 불같은 성격 때문에 인사상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던 대권의 인생도 드디어 탄탄대로에 접어들 것이다. 의욕에 불타는 대권은 팀원인 동식(김병철), 영철(조현철)과 함께 의식과 그의 식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시작한다.

영화의 제목인 '이웃사촌'은 의식과 대권을 사이를 일컫는 것이다. 감시당하는 의식과 감시해야 하는 대권은 분명 대척점에 서있는 관계이지만 그들은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사촌' 지간이기도 하다. 처음 대권은 의식을 적대적으로 생각한다. 당연하다. 독재에 항거하며 데모를 하는 젊은 학생들을 빨갱이라 욕했던 그였기에, 의식은 빨갱이의 우두머리쯤으로 생각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의식과 그의 가족의 일상을 감시하며 대권은 의식이 자신이 생각했던 나쁜 놈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웃사촌]은 이렇듯 대권이 의식을 감시하면서 점점 갇혀있던 생각을 깨우치고 진정한 애국자로 거듭나는 내용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애국은 무엇인가?

한국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고, 지금도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나와 생각이 다른 상대방을 비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빨갱이라고 욕하는 것이다. 빨갱이는 군사 독재 정권에서 국민의 눈을 현혹시키고 그들의 장기 집권을 위해 만들어낸 허상이지만 한국전쟁의 상처가 워낙 컸기에 아직까지 우리는 빨갱이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전쟁을 경험한 나이 든 사람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들조차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빨갱이라 욕하는 것을 보면... 빨갱이와 정반대되는 단어는 애국자이다. 김실장은 빨갱이와 애국자를 입에 달고 사는데 그에게 빨갱이는 자신의 특권을 빼앗으려는 사람들을 통칭하는 것이며, 애국자는 자신의 특권을 지키도록 도와주는 사람을 뜻한다. 참 어이없지만 군사 독재 정권 시절, 실제로 그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대권도 마찬가지이다. 그에게 있어서 대통령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은 모두 빨갱이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하는 일에 조금의 부끄러움이 없이 오히려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의식에 대한 불법 도청은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애국인 셈이다. 그런 그가 변한 것은 자신의 동생이 데모를 하다가 잡혀가면서부터이다. 지금까지는 데모를 하는 사람들은 죽어 마땅한 빨갱이들이라 생각했는데, 자신의 동생이 데모를 하고 잡혀 오자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그들은 그저 좀 더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그렇게 빨갱이라는 허상에서 벗어나니 그제서야 의식이 처한 불공정한 상황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김실장은 의식을 어떻게든 빨갱이로 엮으기 위해 거짓 공작을 시도하고, 급기야 의식의 대통령 출마 선언을 막기 위해 의식을 죽이려고 한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본 대권은 그제서야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고작 평범한 국민에 불과한 대권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이미 권력의 최정점에 서있는 김실장의 무소불위 행패에 맞서서 대권은 그저 울부짖고, 도망치고, 미친 듯 옷을 벗고 날뛰어 김실장의 계획을 방해하는 것뿐이다. 그래도 대권은 자랑스럽게 말할 수가 있다. 최소한 나는 모른척하지는 않았다고, 미약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저항을 했다고...

웃기다... 울리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의 코미디 영화들은 웃음에만 몰두하지 않고 어떻게든 후반부에 관객에게 감동을 전해주려 애쓴다. 이른바 슬픈 코미디라 불리는 (내 마음대로 붙인 장르이다.) 영화들은 지금까지 꽤 효과적으로 관객을 공략했다. 당연하다. 중국요리집에서 짜장면과 짬뽕 사이에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했던 사람이라면 그릇 하나를 반으로 갈라 짜장면과 짬뽕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짬짜면의 등장에 환호했을 것이다. (실제 짬짜면 그릇을 개발한 사람은 돈방석에 앉았다고 한다.) 슬픈 코미디는 마치 짬짜면 같다. 영화를 보며 실컷 웃고는 싶은데, 그렇다고 해서 공허한 웃음이 아닌 감동 섞인 웃음을 기대하는 관객들에게 슬픈 코미디는 최적의 장르이다. 이환경 감독은 이미 [7번 방의 선물]을 통해 슬픈 코미디의 위력을 몸소 체험한 바 있다.

[이웃사촌]은 슬픈 코미디이다. 이환경 감독은 군사 독재 정권 시절의 서슬 퍼런 만행을 가벼운 풍자로 그려낸다. 군사 독재 정권 시절을 그린 정지영 감독의 [남영동 1985], 장준환 감독의 [1987] 등과 비교한다면 [이웃사촌]은 어린애 장난과도 같다. 대신 영화는 어설픈 도청팀의 몸 개그로 군사 독재 정권 시절의 만행을 코믹하게 풍자하려 한다. 도청팀 팀원인 동식과 영철은 영화의 코미디를 담당하는데 그들이 의식의 집에서 여수댁(염혜란)과 벌이는 숨바꼭질은 [이웃사촌]에서 가장 웃기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것으로 모자라 이환경 감독은 화장실 개그도 적극 활용한다. 대권의 첫 등장은 재래식 화장실 똥통 안이다. 우유를 마시고 설사를 하는 의식과 대권의 장면도 등장한다. 굳이 이런 장면이 들어간 이유는 어떻게든 관객을 웃기겠다는 이환경 감독의 의지인듯하다.

하지만 영화 후반 의식의 첫째 딸인 은진(이유비)이 죽으면서 영화는 본격적인 감동 모드로 진입한다. 애초에 영화의 소재 자체가 코미디로 끌고 갔다가 끝낼 수 있는 가벼운 소재가 아니었기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 시작이 은진의 죽음이라는 것은 이환경 감독이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겠다고 아주 독하게 마음먹었음을 알 수 있다. [7번 방의 선물]에서 용구(류승룡)의 죽음이 관객의 눈물샘을 얼마나 강력하게 자극했는지 알고 있는 이환경 감독으로써는 은진의 죽음을 통해 [7번 방의 선물]과 같은 극적인 효과를 기대했을 것이다. 문제는 과연 이 슬픈 코미디가 자연스러웠느냐 여부이다.

코미디와 감동이 따로 놀더라.

슬픈 코미디는 만들기가 굉장히 까다로운 장르이다. 예를 들어서 짬짜면에서 짜장면과 짬뽕 중 하나라도 맛이 없으면 그 짬짜면은 맛없는 짬짜면이 된다. 맛있는 짬짜면이 되기 위해서는 짜장면도 맛있고, 짬뽕도 맛있어야 한다. 슬픈 코미디도 마찬가지이다. 재미있는 슬픈 코미디가 되려면 코미디도 재미있어야 하고, 마지막 감동도 재미있어야 한다. 둘 중 하나라도 삐긋거리면 슬픈 코미디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하나의 장르를 잘 만드는 것도 힘든데, 하나의 영화에 두 개의 장르를 잘 만들어야 하니 난도가 높은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렇다면 [이웃사촌]은 어떤가. 솔직히 내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이웃사촌]의 코미디는 미지근했다. 앞서 언급한 동식과 영철, 그리고 여수댁의 숨바꼭질은 재미있었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나를 박장대소하게 만들만한 장면은 없었다. 그리고 내가 개인적으로 화장실 코미디를 싫어하기도 하고... 문제는 은진의 죽음으로 시작된 감동 모드도 그렇게 와닿지 않았다는 점이다. 은진의 죽음은 분명 [이웃사촌]의 코미디를 감동 모드로 바꿔주는 극적 장치로의 기능을 발휘했지만 왠지 억지스러웠고, 은진의 죽음 이후 눈가에 맺힌 눈물방울을 왈칵 쏟아지게 만들만한 강력하게 한 방도 부족했다. 그냥 예상했던 수준 정도. 의식이 대통령 출마 선언을 하는 장면에서 강력한 한 방을 기대했는데, 그 기대를 총족 시켜 주지는 못했다.

군사 독재 정권은 무너졌지만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빨갱이라는 허상과도 같은 두려움이 남아 있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집단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한 가운데 [이웃사촌]은 매우 가벼운 톤으로 시작하여 묵직한 감동으로 우리나라에 자리 잡기를 원하는 민주주의를 그려내려 했다. 나는 이환경 감독의 의도는 충분히 박수받을만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좋은 의도와는 달리 영화의 완성도가 따라주지 못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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