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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의 사랑 이야기] 3편. BTS가 알려준 사랑의 열쇠
9  enterskorea 2020.12.03 11: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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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TS가 알려준 사랑의 열쇠


▲(출처 : BTS (방탄소년단) LOVE YOURSELF Highlight Reel '起承轉結' 영상 캡쳐)  


요즘 삼촌 팬클럽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지만, 내가 아이돌 그것도 남자 아이돌인 방탄소년단에 빠질 줄은 몰랐다. 중년의 나이에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게 왠지 어색하다. 그들의 음악은 빠른 템포인 데다가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랩의 가사를 알아듣기가 힘들다. 그런데 방탄소년단, BTS가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한 편의 뮤직비디오였다. ‘Love yourself’‘prologue’ 동영상이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보게 됐는데, 보는 동안 딴 데로 눈길을 돌릴 수 없었다.

 

뮤직비디오에서 모든 멤버는 저마다 트라우마를 안고 산다. 호석이의 어린 시절, 부모는 놀이동산에 호석이를 데리고 간다. 호석이가 좋아하는 초콜릿을 옆에 두고 부모는 호석이에게 눈을 가리고 열까지 세라고 한다. 호석이가 눈을 가리던 손을 떼는 순간, 부모는 옆에 없었다. 어린이들의 천국인 놀이동산에서 호석이를 버린 것이다.

 

다른 멤버의 사정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이들의 상처는 예사롭지 않다. 그러나 낯설지도 않다. 그 상처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많은 이가 겪어봄 직한 아픔이다.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모두의 아픔은 치유를 받아야 한다. 정국은 친구들의 불행이 안타까워 자신을 희생한다. 친구들이 겪는 불행의 요소들을 없애고 행복하게 살도록 돕는다. 그 덕분에 모두가 불행의 늪에서 벗어나지만, 그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다른 친구들의 행복을 위해 정국의 희생은 피할 수 없었다.

 

정국을 제외한 나머지 친구들은 차츰 자신들의 바뀐 운명이 가짜이자 가상의 세계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 순간, 행복의 세계도 무너지고 만다. 정국은 아마도 친구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 그러니까 타인을 위한 희생이라는 사랑을 베풀었을 테다. 그러나 친구들은 뒤늦게 깨닫는다. 자신의 불행을 끊어줄 사람은 남이 아닌 바로 자신이며, 자신을 사랑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말이다.

 

멤버들은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고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되고 불행을 정면으로 맞선다. 나는 BTS의 이 뮤직비디오를 보고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그토록 불행하다고 한탄하던 나, 호석이의 사연과 자연스레겹치는 나의 어린 시절 기억들, 지금까지 살면서 받은 여러 아픈 상처들, 그리고 내 인생의 어려운 시련들. 그러나 돌파구는 보이지 않았었다. 인생은 한 방이라며 로또를 바라듯 뭔가 행운이 찾아오거나, 혹은 누군가가 나를 구제해주기만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BTS의 노래와 뮤직비디오는 한순간에 나를 사로잡았다. ‘Love yourself’라는 제목을 확인한 뒤에는 전율이 일었다. ‘너 자신을 사랑하라라는 제목은 마치 정언명령처럼 들렸다. 너를 사랑하라고 하니 바로 나 자신을 사랑하면 될 터. 정국은 아무런 사심 없이 친구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희생으로도 친구들을 구제하지 못한다. 뮤직비디오의 내용처럼 잠시 그 희생의 가치를 살릴 수는 있어도 영원하지 않다. 당사자가 자신의 존재가치를, 사랑의 본질을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면, 애석하지만 그 희생은 도리어 상대방에게 더 큰 아픔을 낳을 수 있다. 친구의 희생을 알게 된 다른 친구들의 마음은 찢어지듯 아팠을 테고, 결국 가짜이자 가상의 세계는 무너졌다.

 

자신을 불행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은 타인의 사랑이 아닌 스스로에 대한 사랑이다. 사랑은 타인에게서 신용이나 담보로 빌릴 수 없는 것이다. 타인을 위한 희생이라는 큰 사랑도 어쩌면 기만적일 수 있다. 정국은 뮤직비디오에서 친구를 구제하려고 자신을 희생하는 진심이 있었지만, 지금 이 세상에서 외치는 인류애는 이런 진심조차 없는 기만으로 넘친다.



 

내 안의 사랑을 깨우치는 것도 노력과 성찰이 필요하다. 그러나 참선이나 수도사의 묵언 수행처럼 고행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자신을 용기 있게 수용하면 된다. 사랑의 눈으로 나와 나의 환경을 성찰하여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면, 천국 안에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 사랑의 시작이자 끝이다.

 

BTS는 그동안 몰랐던 내 안의 스위치를 찾게 해줬다. 사랑을 깨닫게 하는 스위치, 사랑의 눈으로 나와 세상을 보는 눈을 켜게 한 스위치는 그 어디도 아닌 내 안에 있었다.

 

인간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냄새와 맛을 보고 들을 수 있어야 실체를 믿는다. 그렇지만 내가 가진 내면의 가치와 사랑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만져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찾기가 힘든가 보다. 어쩌면 내 안에 자리잡은 사랑을 찾을지라도 이토록 힘든 삶의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럴 때는 아마도 노래 한 곡이 힌트를 줄 수도 있겠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몇 년 전에 히트곡으로 떠오른 가수 김연자의 트로트 노래의 제목이다. 경쾌한 리듬에 맞춰 아모르 파티를 외치는 순간, 모두가 함박 웃으며 몸을 흔들며 춤을 춘다. 놀라운 것은 이 말이 철학 쪽에서는 유명하다는 것이다.



 

아모르 파티는 니체가 널리 알린 말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운명애(運命愛)’라고 한다. 니체는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고 했다. 이 말의 의미를 운명에 순응하라고 해석하지 않는다. 힘들고 만족스럽지 않은 삶이라도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말은 적극적으로 삶을 살라는 의미다. 숱하게 찾아오는 고난과 역경까지도 품으라는 뜻이다. 좌절도, 무시도 하지 말고 그대로 껴안으라는 뜻이다. 그리고 주저앉지 말고 앞으로 나서라는 주문을 한다. 그게 인간이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면서 책임지는 태도라고 말이다.

 

한계를 지을 수 없는 사랑은 이 작은 몸뚱이 안에 들어 있다. 우주와 맞닿고, 우주 그 자체인 나를 사랑하고 느낄 수 있는 무한의 삶을 살 수 있다. 사랑으로 가득 찬 인생은 두려운 것마저도 훌쩍 뛰어넘게 한다. 그토록 짓누르던 삶의 무게가 솜사탕만큼이나 가볍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누구나 다 경험한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인생을 사랑했을 때 벌어질 변화도 터무니없는 환상이 아니다.

 

부정이 긍정으로 바뀌고, 좌절이 도약의 발판으로 바뀌는 변화는 삶을 사랑할 때 이루어진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 새로운 삶을 여는 열쇠라는 것을 알았으니, 이 강력한 사랑의 힘을 이용할 줄 알게 된다.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아는 것이 가장 위대한 사랑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기 시작하면 세상도 나를 사랑한다. 사랑이 모든 것의 열쇠다. 피폐한 삶을 행복, , 명예 등 자신이 원하는 것과 함께하는 삶으로 바꾸는 열쇠이기도 하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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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의 사랑 이야기 <스탠리> 저

아마존북스, 2020년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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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보러가기 (▼클릭!)

1. [스탠리의 사랑 이야기] 1편. 우리는 왜 이토록 사랑을 말할까

2. [스탠리의 사랑 이야기] 2편. 사랑의 이름을 짓는 구체적인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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